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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吐露
격정의 토로, 그 후. 밀려드는 자괴감의 한 가운데 있다. 감정의 격랑에 몸을 내맡기다보면 분명 언젠가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언젠가라고 할 것도 없이 곧 후회를 하게 된다. 한껏 고양된 감정으로 열변을 토하던 나는 이제 쓸데없이 감정을 토해냈다고 자책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했어야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분명히 매듭지어야만 하는 일들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건 좀 더 냉정하지 못했던..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에 대한 후회일 뿐이다. 토해냈으니 개운해 하자. 또 다른 구실을 만들어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말자. 회사에 사직을 요청했다. 벌써 올해만도 몇번째.. 일도 힘들지만, 돌아가는 꼴을 그냥 보고 있는 건 더 힘들다. 내가 가진 역량과, 내가 처한 상황의 한계. 그리고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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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이 속삭인다.
올해 목표 중 하나인 유럽여행을 위해 지름을 자제하자고 맘 먹었는데.. 정초부터 자꾸 지름신이 속삭인다. 사진과 좀 더 친해지자고, 그러기 위해서는 맨날 들고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러자면 가벼운게 필요하고, 그렇다고 똑딱이를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눈이 높아져 버렸으니) 생각은 돌고 돌아 결국 미러리스로 옮겨 갔다. 미러리스에서도 화질 좋은 사진을 뽑아 줄 수 있는 녀석은 없을까 며칠 동안 사용기와 전문가 리뷰를 헤매고 헤매다가.. * 미러리스 하면 뭐니뭐니해도 마이크로 포서드 진영이지, 하면서 미러리스 최강의 렌즈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파나소닉 모델을 둘러본다. 역시 20.7의 선예도는 발군이더라. 이젠 한 세대 전 모델이 된 파나소닉 GF1 + 20.7mm 구성을 한참 고민. 그러다 GF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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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디지털 카메라 입문하다.
언젠가 SLR클럽 소미동의 어떤 사람이 어머니가 DSLR을 잘 다룬다는 얘길 듣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사진 찍으러 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그래서 산도 잘 타고 여행도 자주 다녀서 몹시 건강하다고.. 실제로 사진 속의 그 아주머니는 몹시 건강해 보였고, 즐거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 엄마와 비슷한 연배인 것 같던데 시간만 나면 뒹굴뒹굴 누워 TV만 보는 우리 엄마와 참 비교됐다. 정말이지 엄만 맨날 집에 누워 TV만 본다. 덕분에 뱃살만 엄청나게 늘어서 오뚜기 몸매를 자랑 중이다. 오뚜기 몸매라는 건, 거짓말 하나 안 보탠 그야말로 '사실'이다. 읽을만한 책을 잔뜩 갖다 드려보기도 하고, 자전거를 사다 드리기도 하고.. 나도 없는 등산복을 셋트로 맞춰 드려보기도 하고.. 엄마를 TV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