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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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가끔 그 날 아침이 떠오른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盧 전 대통령 위독하다는 뉴스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 나는 당연히 노태우 얘기인 줄 알았다. 노태우야 워낙 몇해 전부터 오락가락 하고 있었으니.. 그 병상에 누워 있는데도 재산 갖고 분탕질을 했다는 기사 까지 떴었지. 그렇게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봉하마을에서 투신했다는 뉴스 제목을 보고 순간 심장이 멎어 버리는 줄 알았다. 잠이 다 깨고.. 혹시 꿈이 아닌가 싶었다. 그 다음부터는.. 모두가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다. 다시 꺼내 주억여봐야 아무 의미도 없는.. 오늘 기일을 맞아 여기저기에 노란 풍선과 만장들로 차려진 분향소가 마련되었다. 국화를 제단에 올리고 향을 피웠다. 속상하게도.. 불을 붙이다 향이 반으로 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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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 외근 ing~
요즘 며칠 강남역으로 출근한다. 파고다 쪽 문제 은행 시스템 설계를 하러 다니고 있다. 50분 회의하고 5~10분 휴식하고를 하루 종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잠시 쉬는 시간에..문득 창밖을 보니 풍경이 좋다. 옥상에 올라가보면 어떨까 해서 냉콤 카메라 들쳐매고 나갔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옥상은 이렇다. 정말이지 감성을 모르는 양반들이야... -ㅅ- 훗 그래서 계단 사이의 유리창에 렌즈를 바싹 대고 찍었다. 그랬더니 유리의 썬팅지 색 때문에 전체적으로 색이 누래졌다. 흐으.. 그래도 이렇게라도 오늘의 짤방을 건졌으니 만족. 적어도 하루에 한 컷은 찍어야는데 말이다. 잠깐 일얘기 하자면.. 처음 생각보다 좀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뭐, 아주 어려워서 떼굴떼굴 구를 정도는 아니지만.. 늘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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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잔뜩 찌뿌린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온통 휩싸여 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불안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불투명한 내일에 대한 불안함이겠지. 도전자의 입장에 서 보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어서일까? 도전해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 깊은 곳이 묵직해진다. 혹시 내가.. 내가 해 왔던 일이 아무 것도 아닌 건 아닐까. 어디다 내놓고 나 이런 사람이라고 내밀기도 뭐한, 그런거 아닐까. 그런 생각에 불안은 점점 더 커져만간다. 할일이 태산이다. 현재 내 위치에서 충실해야 하기도 하지만,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기도 한다. 불안해 하고 있을 여유 같은 건 없다. 그래.. 그래. 다 알고 있다. 그저 불안함에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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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6년차
6년차까지 동원 훈련이 있고, 7년차에는 동사무소에서 6시간 집합교육이 전부. 8년차는 딱히 훈련이 없고, 그 다음은 민방위다. 예비군도 이렇게 끝나간다. 뭐든 끝나간다고 생각하면 그제서야 애틋한 의미가 생긴다. 그 전에는 귀찮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가 보니 왜 그리 좋던지. 무슨 소풍 나온 것처럼. 이제 이런 소풍도 이렇게 끝이라 생각하니 참 아쉽구나. 오늘은 우수 예비군으로 1시간 반 일찍 퇴소하는 포상도 받고 ㅋㅋ 정신 교육은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기분 좋은 훈련이었다. 이제는 갈 일이 없겠구나. 안녕, 관동교장. 안녕, 예비군아~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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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건릉 산책
아무 약속도 없는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집에서 빈둥거리기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최근 주말만 되면 날씨가 안 좋았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씨가 어마어마하게 좋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뭘 할까 고민하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하도 오래 안 탔더니 바람이 다 빠져 있다. 바람을 넣고 페달을 밟았다. 겨울 내내 안 탔으니 근 반년만이다. 겨드랑이 사이로 지나는 바람이 아직은 조금 차게 느껴진다. 어디를 갈까 하다, 그간 벼르고 한번도 못 갔던 융건릉을 가기로 했다. (예전에 한번 가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사 온 후로는 한번도 못 가본 것이다.) 신나게 페달을 밟아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융건릉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다보니 사람이 엄청 많다. 하긴, 여긴 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