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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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雜想)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봐.. 누구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당장 이 건너닷컴도 폐쇄하고, 이름뿐인 싸이월드도 닫아 버리고, 메신져도 더 이상 로그인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면. 만약 그런다면, 나란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분명히 나는 여전히 먹고 마시고 숨 쉬며 살아가겠지만 말야. 과연 나는 나로서 실재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건가? 다시.. 내가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내 안부가 궁금해 내게 연락을 걸어 올 사람은 누구일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잘 있겠지.." 하는 사람과, "왜 아무 연락이 없을까"고 전화번호를 두드리는 사람은 내게 중요한 사람, 내게 친밀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과연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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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여기가 편하지 않아.
시선이 의식돼. 내가 쓰는 모든 글에 하나 하나 의미를 짚어가며 - 심지어 별 일 아닌 넋두리 까지. 나의 생각을 더듬는 건 아닐까 신경이 쓰여. 투덜거림에 지나지 않는 푸념도 어떤 의미가 되어 가고 늘 반복하는 낙망과 희망의 사이클도 보여주기 버거워. 내 공간, 내 감정의 분출구여야 할 이 공간이 점점 더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곳처럼 인식돼. 그래서 이젠 여기가 편하지 않아. 내 글들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글처럼 느껴지고. 실제 내 목소리가 아닌, 변조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아. 난 이 건너닷컴을 두고 일종의 배설기관인 동시에 내 노출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라 평한 적이 있었어. 하지만 이젠, 그 노출이 신경쓰여 더 이상 배설을 할 수 없게 되고 있다 할까. 노출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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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고 있는걸까?
이젠 방명록 외엔 남은 것이 없는 나의 싸이 미니홈피. 그 메인에 적힌 글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잘 하고 있는 거야.." 그래, 난 지금 잘 하고 있는 거다. 잘 하고 있어.. 잘 하고 있어.. 그런데, 정말 잘 하고 있는 건가? 요즘의 내 혼란스러운 감정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인 듯 하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만원전철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난, 무척이나 고독감을 느꼈다. 그 고독감은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 생각하면 할 수록 너무나 낯선 과거의 내 모습 때문이다. 오랜만에 퇴근 시간 전철을 타고 집에 들어 왔다. 그 몇달 간의 은둔생활로 퇴근 시간의 전철이 낯설다.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만원전철에 부대끼는 생활을 수년째 해오지 않았던가.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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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갑작스레 떠오른 글귀가 사이트 이름이 되고.. 불과 열흘만에, 그 글귀는 내게 현실이 되었다. 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가 아니라 "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란 점에 주목한다. 쉼과 그리고는 전혀 별개의 문장이다. 그래, 인정하자. 한때 나의 쉼이었던 그 사람을 인정하자. 괜한 부정이나 자학, 또는 지나친 연민이나 증오 따윈 가지지 말자. 나는 정말 잠시나마 쉴 수 있었고, 이젠 망설임 없이 마침표를 찍을 때다. 어쩐지 지난 몇달 동안의 일들이 결국 똑같은 결론을 위한 것에 불과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렇게 상처를 더 키운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괜히 더 미안해 진다. 좀 더 잘 해 주지 못했음에 미안하다. 한참이나 불안한 즈음, 좀 더 편안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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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힘들지..
회사를 그만 두고 프리랜서에 돌입한지 2달 하고 보름여가 되고 있어. 그동안 작업한 걸 보면.. 오픈된 사이트 다섯개, 아직 진행중인 것 두개. 거의 열흘에 사이트 하나 꼴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네.. 덕분에 살이 쭉쭉 빠지는 것 같아. 몸무게를 재 본 적은 없지만.. 아마 꽤 많이 줄었을 것 같다. 누가 다이어트를 한다 그러면, 효과적인 방법으로 추천할 만 할 것 같다. 푸.. 난 뭐.. 워낙 말라서 더 빠지면 곤란하다는게 문제지만. 뭔가 참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데.. 상황이 눈에 띄게 호전되거나 하지는 않아. 아직 모자란가.. 더 뛰어야 하나.. 얼마나 더 이렇게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해야 하는지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그냥 회사에 입사하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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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새 단장..
오늘은 즐거운 소식으로 인사를 하게 됐어. 드디어 건너닷컴에 새 옷을 입히게 된거지. "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란 타이틀을 가지고 말이야. 그동안 게시판 하나 덜렁 붙어 있는 사이트를 보며 내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계속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해뒀던 사이트 디자인을 손 보게 됐어. 다른 사람 사이트는 잘도 만들어 대면서, 내 사이트, 나의 건너닷컴에는 소홀했던 것.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지. ^^ 사실 뭐.. 게시판 두개 덜렁 붙어 있는 건 다를 게 없지만 그래도 그 게시판위에 옷을 입힌 것.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어. 어떤가, 다른 사람들 눈에도 만족스러운지 모르겠네. 앞으로 자주자주 글을 남기도록 할께. 왜 그랬는지 200 개의 게시물을 채운 후 게시물 쓰기가 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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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좀 더 진지할 뿐이야.
이 글은, 나란 사람의 사람 대하는 방식,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야. 그리고 나란 사람의 사람 대하는 방식은 다시 말하면 내가 절실하다 믿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행동양식이야. 내게 의미있는 사람이 아니거나, 내가 애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야 해..." 내게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어. 어쩌면 모든 인간관계의 문제는 거기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지. (비겁한가? 내게 속해 있다 말한 문제를 일반화 시켜 버린다.) 무슨 말인지 알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내게 어떤 것을 바라는지. 내가 뭘 해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아니, 내가 아는 관심과 사랑을 단적으로 말하면 덮어 주고 감싸는 것이 아니라 꼬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