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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Letter from Kunner 2005. 4. 22. 23:26
갑작스레 떠오른 글귀가 사이트 이름이 되고..
불과 열흘만에, 그 글귀는 내게 현실이 되었다.
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가 아니라 "쉼. 그리고 망설임 없는 마침표." 란 점에 주목한다.
쉼과 그리고는 전혀 별개의 문장이다.
그래, 인정하자.
한때 나의 쉼이었던 그 사람을 인정하자.
괜한 부정이나 자학, 또는 지나친 연민이나 증오 따윈 가지지 말자.
나는 정말 잠시나마 쉴 수 있었고, 이젠 망설임 없이 마침표를 찍을 때다.
어쩐지 지난 몇달 동안의 일들이 결국 똑같은 결론을 위한 것에 불과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렇게 상처를 더 키운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괜히 더 미안해 진다.
좀 더 잘 해 주지 못했음에 미안하다.
한참이나 불안한 즈음, 좀 더 편안하게 해 주지 못해 내내 미안하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자랑스레 소개시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의 실수가, 또 나의 문제가 그에게 짐을 지우고 때로는 그게 그녀의 문제로 전이되도록 만든 것.
참 많이 미안하다.
그리고 잠시나마 나를 진정 쉴 수 있게 해 준 그녀의 그늘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번만큼은 결코 가식이나 위선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돌아 보면 정말로 소중했던 시간을 함께 만들어 준 지난 몇달 동안의 사랑에 감사한다.
처음으로 같이 백화점을 갔던 날로부터, 같이 다녀 온 몇번의 여행, 같이 본 영화들.
그리고 소소한 다툼까지도.
처음으로, 내 어두운 그늘에 대해 망설임없이 말할 수 있게 했던 맑은 눈빛과 따뜻한 미소.
뭐든 얘기하면 다 들어 주고, 다 이해해 줄 것만 같던 풍성한 그 맘씨에 나는 감사한다.
모든 문제에서 내가 우선이기를 바랬던 건 나의 과욕이었으리라.
하지만 적어도 내 문제에서만큼은 늘 내 편이었음을, 그래서 늘 고마웠음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나는 그마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
그녀의 버팀목이 되지 못했던, 그녀의 꿈을 그려주는 사람이 되지 못했던 것이 그녀에게 미안하고, 내게는 애석하다.
다만, 우리 선택이 서로에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잠깐의 아픔이기를 바랄 뿐..
벌써부터 짐작했던 결말이라 그런걸까.
크게 혼란스럽거나 하지는 않아.
어쩌면 지난 몇달 전 보다 훨씬 나아서, 좀 더 빨리 말을 해야 했어야 한다는 죄책마저 들고 있다.
어이없게도.. 그래, 어이없게도 말이지.
난 그 그늘에 좀 더 몸을 뉘고 싶었는데 여기까지인가보다.
어쩌면 해가 뉘어 그늘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는지도 모르겠다만..
어리석은 나는 적어도 이 순간, 해의 높이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구나.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보면 그땐 명확해 지겠지...
우리 헤어진 이유는 성격 차이 쯤이 적당하리라며 쓴웃음 짓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돌아 봤을 때,
지금 이 선택이 서로를 위해 보다 나은 것임을 아무 사심없이 인정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얼마가 더 지난 후라 하더라도..
그녀가 나의 쉼이었음을, 나는 그녀로 인해 잠시나마 자유로웠음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기를 바란다.
그녀와의 사랑한 기억이 돌이켜도 아픈 상처가 아닌 따뜻한 그리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간절하고 애틋했던 마음이, 그저 시간의 지남에 따라.. 또 간사한 사람 마음의 변화에 따라..
부정적이 되거나 사랑이 아닌 다른 이름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참 오래간만이었지?
그렇게 사람 좋아해 본 게 말야...
그 달콤한, 또한 잔인한 쉼.
그리고 이젠 더 없이 행복해야 할 우리의 망설임 없는 마침표, 그 후.
사랑했고, 사랑 받아 행복했어.
덧)
언제가 되더라도 우리 다시 보게 된다면, 살짝이나마 미소 짓게 되길 바래.
넌 내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나 또한 네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그 정도 바람이 무리는 아니겠지.
앞으로 하는 모든 일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께.
2005-05-09 오후 4:32:16에 수정되었습니다.'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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