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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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 웃음이 잦아졌다.
그간 썼던 이런 저런 글들을 살펴 보다가.. 올해 1월 11일에 썼다는 글을 보곤 슬며시 또 웃음이 나. 그때의 나는 분명 뭔가에 몰입하고 있었던 듯 해. 지금은 짐작할 수 없는 그 어떤 에너지가 내게 충만했던 모양이야.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 보자고. 매 순간 악착같이, 정말 열심히 살아 보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 보자고, 나는 말하고 있었어. 또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선, 그 다짐 다 어디로 갔는지 힘들어, 힘들어 하며 울먹이고 있고.. 또 얼마간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다음엔, 그거 뭐, 별거 아니더라.. 하며 반추해 보고. 어쩜 희노애락이 이리도 분명한지, 불쌍한 중생아.. 하하.. 재연누나 말마따나 사이트가 새카매서 그런걸까? 그래서 매일 그리 음울한 얘기들만 하며 살고 있는 걸까?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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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로밤..
오늘도 열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 빨리 씻고 자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내가 그저 숨쉬고 있을 뿐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바로 이 시간. 잠 따위 좀 부족해도 나쁘지 않아.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길을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하던 김소월의 시. 언젠가는 내 삶이 그 시를 닮았다 하며 즐겨 읊었던 적이 있었어. 내 삶은 어둡고, 힘들고, 지치고.. 가끔 찾아 온 행운은 금새 나를 비웃으며 차갑게 멀어 질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우울해 하고 적잖이 냉소적이 되어 가는 날 보며 또 한없이 슬퍼하고 한탄하던 때가.. 분명 있었어. 언젠가 형 친구가 술에 취해 주절거리며 하던 말. "네 나이에 맞게 살아라.. 더 웃고 더 즐기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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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 좀 고르고..
시간이란 녀석, 참 빨리도 흘러가는지라.. 정신 차려 보면 어느 틈에 또 한 주가 가 있고, 그렇게 지내다 퍼뜩 정신 차려 보면 또 며칠이 지나 있고. 최소한 나한테 연락이라도 해 주고 갔으면 좋겠는데, 실은 그렇지 않더란 말야. 손목에 시계를 차고, 늘 끼고 사는 핸드폰에도 떡 하니 시계가 버티고 있는데도.. 이 시간이란 녀석은 왜 이리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지 모르겠어. Carpe Diem. Seize the day.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고.. 오늘이 아니면 늦는다고.. "죽은 시인의 사회" 덕에 누구나 알고 있는 상투적인 말.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것만이 진리라 했던가, 아무튼 그래. 주말엔 천안에 다녀왔어. 원래 천안에 갈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수원에 갔다가 친구 녀석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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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랜만이야.
새벽 1시를 알리는 시계의 비프음. 익숙한 내 방, 내 컴퓨터.. 창밖으로 간간이 들리는, 찬 바람에 분주한 사람들 발자국 소리.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탓일까, 담배 한 모금에 취한 탓일까.. 적어도 지금 순간만큼은, 이렇게 평온할 수가 없어.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리기라도 한 듯. 내일을 위해선 부지런히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도, 오늘은 어떤 의무감에선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 마치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일상들인데, 요즈음의 나는 뭔가에 들떠 있는 듯 해 보여. 평소의 나 같았다면 왜 그럴까 궁금해 하고 또 다른 고민에 사로잡혀 있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나란 녀석 지은 죄가 많아서인지, 이렇게 기분 좋으면 또 뭔가 불안해 하곤 했는데.. 지금은 굳이 그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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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月愁心歌
夏月愁心歌 夏月登遠山 하니 杜鳴深林間 이라 此夜回顧過 하니 慙心爲淚散 이라 忽起微風林 하고 黃昏色充滿 이라 明月照秋夜 하니 唯感過日漫 이라 初夏日益暮 하고 乃高片月孤 라 遠窓外望月 하니 不得泣以苦 라 먼 산에 여름달 오르니 깊은 숲에 두견이 운다 이밤, 지난 일을 돌이켜 보니 부끄러운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 홀연히 숲에 작은 바람이 일고 저녁놀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 달은 밝아 외로운 방을 비추니 오직 느끼는 것은 지난 날의 부질 없음이라 초여름 날이 저물어 가고 외로이 조각달이 떠오른다 멀리 창밖 달을 바라보곤 괴로움에 흐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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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침이다.
훈련소를 다녀 온 후 벌써 한달이 훨씬 넘었다. 그간, 정말 정신 없이 보냈다. 집에 온 날보다 집에 오지 못한 날이 훨씬 더 많았으니.. 정말 한달 보름여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간의 내 삶은 내 생활은.. 정말 손아귀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 듯 하다. 어느덧 달력을 보니 10월도 중순으로 치닫고 있다. 평소의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던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다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했었다. 나는 정말 그 한달 보름여 동안 그저 숨쉬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당장 눈앞에 떨어진 일거리를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애석한 것은, 이같은 생활이 앞으로도 상당시간 반복될 것 같다는 데 있다. 회사일에 거의 매진하고 있는데도, 상황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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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두려워 하는 너를 위하여..
언젠가 너와 전화통화하다가.. 비슷한 고민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은데 말야. 내게도 역시 나이란건 참.. 무시 못할 고민거리야. 어렸을 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했던게 어찌나 후회스러운지.. 바보 같게도 말야. 어쩌면 그땐 참 뭘 몰라서 그런 소릴 했나 싶어. 뭐, 생일 짚어가며 날짜 따지면 할 말 없지만, 어찌됐건 올해로 난 스물 하고도 여섯이다. 어렸을 때 내가 생각하던 스물 여섯은, 군대를 갔다 와서 졸업을 앞둔..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노는 대학생이었어. 그러나 지금 나의 스물 여섯은, 군대는 아니지만 병역을 지고 있고 대학 졸업을 앞두기는 커녕 처음부터 다시 학교에 다녀야 하게 생겼지. 그나마도 학교로 U 턴하게 될지 아닐지.. 고민 중이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어쩜 이렇게 큰지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