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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하고 있는걸까?
    Letter from Kunner 2005. 5. 14. 13:39
    이젠 방명록 외엔 남은 것이 없는 나의 싸이 미니홈피.
    그 메인에 적힌 글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잘 하고 있는 거야.."

    그래, 난 지금 잘 하고 있는 거다.
    잘 하고 있어..
    잘 하고 있어..

    그런데, 정말 잘 하고 있는 건가?

    요즘의 내 혼란스러운 감정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인 듯 하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만원전철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난,
    무척이나 고독감을 느꼈다.
    그 고독감은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
    생각하면 할 수록 너무나 낯선 과거의 내 모습 때문이다.

    오랜만에 퇴근 시간 전철을 타고 집에 들어 왔다.
    그 몇달 간의 은둔생활로 퇴근 시간의 전철이 낯설다.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만원전철에 부대끼는 생활을 수년째 해오지 않았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불과 몇달 전 까지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불과 몇달 전.. 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과거의 일들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오래된 일 같고..
    또 그 풍경 속의 나는 너무나도 낯선 모습이었다.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 집에 돌아 오는 길에 가로등을 두고 다짐하는 일도..
    너무나도 낯설더라.

    누구 못지 않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 믿지만.
    나는 누구 못지 않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적어도 내 생활의 변화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나는 자꾸 과거로 과거로.. 젖어 들어 가고 있다.
    내 무력감과 자괴감은 거기서 비롯되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은 누구나 변해.
    그 변화를 두려워 말고, 그 변화를 부정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여.
    그리고 그 변화를 있게 한 것들에 감사해.
    설령 그 변화가 부정적인 모습이더라도, 이미 지난 것은 인정하고 받아 들이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옳을지 가늠해보자."

    내가 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난 새롭게 깨달은 이 변화가 두렵고, 거추장 스럽다.
    이 변화를 있게 한 어떤 요인도 감사히 받아 들이기 힘들다.
    적어도 지금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어떻게 생각이 변할런지 모른다.
    늘 그랬던 것처럼 시간 좀 더 지나고 나면 지금 하는 이 생각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잊혀 질 지 모른다.
    그런데 과연, 이게 옳은걸까.

    잘 하고 있는 걸까, 지금 나는?
    어쩌면, 다 부정해 버려야 옳은 게 아닌가?


    무슨 생각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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