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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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무게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진실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자신들의 바람대로 되는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불안해 하고 의심한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것이 부질없는 모래성일까봐 불안해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믿음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결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믿음인 것이다. "에버우드" 라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 "진실의 무게" 에 나온 이야기의 일부이다. 대사가 정확히 저렇진 않지만, 기억나는대로 뜻을 짚어가면 대충 그렇다. 너무나 정확한 말 아닌가? 믿음에 있어서 사실(Fact, 事實)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설령 그것이 철저히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진실이냐 그렇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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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만 남았다.
언젠가 썼던 얘기를 또 쓰고 있다. 그땐 나름대로 이유도 있고, 인과도 있고, 문제점도 있고, 개선책도 있고.. 변화될 미래와 긍정과 부정. 그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를 돌아 볼 수 있게 된 후에야 깨닫는다. 결국 나만 남았다. 이유에도 "나", 인과의 중추도 "나", 문제점도 개선책도 모두 "나". 결국 나만 남아 있다. 난 참 비겁한 사람이다. 책임과 부담이란 것을 인식하게 되면 모조리 벗어 던지려 하고 있다. 이번 경우에도 난 모두 벗어 던져 버렸다. 시작도 끝도, 철저히 이기적이다. 결국 나만 남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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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빨리 좋은 회사를 들어 갔으면 좋겠어. 너무 현실적인 고민은 때론 필요 이상의 가혹함으로 느껴지는 법이니.. 운동을 잊지 않고 계속 하길 바래. 고작 한달 했는데, 너무 좋아졌어. 건강도, 가족관계도.. 앞으로도 지속적인 운동으로 늘 건강하고 밝아지길 바래. "절필" 같은 건 생각하지 말기 바래. 인간은 기본적으로 기록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지. 설령 그게 단순한 낙서가 되더라도 말야. 보통 사람도 그럴진데, 네겐 버리기 아까운 재능이 있으니... 業으로는 아닐지라도 삶을 가꿔주는 수단으로서의 글쓰기를 계속해 나가기를 바래. 공부도 계속 하기를.. 그게 수단으로서든, 목적으로서든..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너니까.. 체념따위의 단어는 잊어 버리길 바래. 흘러가는 대로 두는게 자연 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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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주저 앉자...
이별은 대상이 다르고 시기가 다른데도 다들 많이도 닮았다. 그리고 그 이별의 끝엔, 난 참 비겁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국경도 넘고 어쩐다지? 그런데 나의 사랑은 고작 나이 몇살 넘지 못했다. 그를 만나고, 난 단 한번도 진심어린 축복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다. 둘만 좋으면 그만일거라 위로했지만, 실제론 그게 아니었던가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부담스러워져 가더라.. 축복받지 못하는 만남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은 미쳐 알지 못했다. 사랑은 국경도 넘고 이념도 초월하는 거라는데.. 난 그런 사랑은 할 줄 모르나보다. 내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아 보였고, 그 산을 넘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닐까. 결국 산이 높은게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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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雜想) #2
잠이 안 오니 그간 안 쓰던 글을 몰아서 쓰고 있다. 글 목록을 보니 지난 14일에도 몰아서 썼던데.. 꾸준히 쓰는 게 옳은가, 쓰고 싶어 졌을 때 몰아서 쓰는게 옳은가? 아니면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가 아닌가? 뭐.. 아무튼. 사람 사는게 참 알 수 없는 거라. 그렇게 많은 고민 그러안고 있는 것 같아도, 또 다른 편으로는 이런 것 저런 것 다 하며 살아 간다. 방금까지 죽겠다고 하다가도, 배고파 지면 밥 숟가락 들어야 하고, 뇨기 느끼면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 뭐, 생리적 현상이야 어쩔 수 없다 양보한대도, 부질없는 개똥철학이며, 당장의 고민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사랑타령이며... 게시판에 글 써 놓은 거 보면 어떤 글은 참.. 다 죽어 갈 듯 하다가도. 또 어떤 글은 황당한 소리나 늘어 놓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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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오늘은 5월 22일. 이상하게 잘 잊혀지지 않는 날짜. 때로 기억은 더 이상 별 의미없는 여러 단편적인 것들을 꺼내 보이곤 한다. 물론 기억이 만들어 질 당시로서는 대단했을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젠 아무리 곱씹어도 별 의미를 찾을 수 없는데도, 기억은 그런 의미없는 단편들을 잘도 꺼내 보여준다. 5월 22일이라는 이 날짜도 그래. 이젠 너무 오래 되서 첫사랑이니 하는 말로도 별 감흥이 없는 그 애의 생일이다. 종욱의 생일이 17일, 바로 5일 전이라 아직 잊지 않았을 뿐일까. 다른 사람들의 생일은 잘도 잊어 버리면서 이 5월 22일만은 잘도 뇌리에 박혀 있다. 매년 그렇듯, 별 의미를 찾지도 못한 채 "오늘이 무슨 날이더라?" 하며 5월 22일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이젠, 이 날짜에 대한 기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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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고민 혼자 그러안고 사는가보다.
아까 친구와 주절거린 말이다만.. 고민이란 건, 한번에 하나씩 온다면 참 좋을텐데 이런 저런 고민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문제다. 그걸 병렬적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것도 아니다. 꼬마전구에 전지를 병렬연결하면 전구의 불빛은 약해지잖아? 병렬연결하면 전류가 낮아 진다나.. 아무튼 그런데, 고민이란 건 하나가 오던 여러개가 오던 그 크기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커오니 말야. 오는 건 병렬인데 체감은 직렬이네. 누구나 그럴테지만, 나의 고민은 아주 현실적이고 말초적인 것 부터, 내일이니 미래니 하는 문제까지. 어렸을 적 "고민이 많아.." 하던 소년은 나이 먹어서도 고민을 달고 산다. 덕분에 눈은 쓰라린데 잠도 안 오고.. 쉽지 않은 인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