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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여기가 편하지 않아.
    Letter from Kunner 2005. 5. 14. 13:50

    시선이 의식돼.
    내가 쓰는 모든 글에 하나 하나 의미를 짚어가며
    - 심지어 별 일 아닌 넋두리 까지.
    나의 생각을 더듬는 건 아닐까 신경이 쓰여.

    투덜거림에 지나지 않는 푸념도 어떤 의미가 되어 가고
    늘 반복하는 낙망과 희망의 사이클도 보여주기 버거워.

    내 공간, 내 감정의 분출구여야 할 이 공간이
    점점 더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곳처럼 인식돼.

    그래서 이젠 여기가 편하지 않아.
    내 글들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글처럼 느껴지고.
    실제 내 목소리가 아닌, 변조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아.

    난 이 건너닷컴을 두고 일종의 배설기관인 동시에 내 노출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라 평한 적이 있었어.
    하지만 이젠, 그 노출이 신경쓰여 더 이상 배설을 할 수 없게 되고 있다 할까.
    노출증을 만족시키려면, 그 노출이 어떤 다른 효과를 내면 안 되는데 말야.
    그 반대인 관음증을 놓고 볼 때, 관음대상이 인식하게 되어 어떤 효과를 나타내게 되면 더 이상 관음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
    뭐, 말이 꼬이긴 하지만 대충 넘어가자고.

    결국 난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배설을 그만 두던지, 노출을 그만 두던지.
    그도 아니면 신경쓰임에 대한 모든 의미를 부정해 버리던지.

    이 문제만큼은 난 이기적인 사람이고 싶다.
    물론, 그럴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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