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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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그리고 끝.
- 2006년의 마지막 한 주가 시작됐다. 연휴 덕분에 이번 주의 시작은 화요일이다. 날짜, 요일 따져 가며 주의 시작을 찾다니, 백수 딱지 좀 뗐다고 너무 생색낸다. * 한 해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2006 이라는 숫자와도 그렇게 친숙하지 않은데, 이제 어느덧 2007년을 살아야 한다. 정말이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2006년을 헌 해라 말하고, 낯설어 어리둥절하기까지한 2007 년을 새해로 맞아야 한다. 훗날 돌이켜보면 과연 올 한해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후회 - 어떤 경우에나 후회는 있겠지만 - 없이 잘 보낸 한 해라 평할 수 있을까? 생각이 깊지 못해 어리석었던 적도 있었고,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던 적도 있었고. 삶이 버거워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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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지난 주 월요일에 글을 쓰고 꼭 일주일만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나같은 프리랜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본사에 들어 간다. 덕분에 무척이나 평온한 시간을 맞게 되는데..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도 짬을 내 타자를 두드린다. ** 지난 주말엔 눈이 참 많이 왔다 한다. 사실 난 눈 내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내내 집 안에만 있었으니까.. 어제 약국에 다녀 오는 길에 보니 눈이 퍽도 많이 왔던데.. 나 모르는 새 잘도 내렸구나. 눈이 내리는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것은 나이가 든 탓이렸다. *** 여의도역을 빠져 나오며 눈부신 아침 햇살을 한가득 맞았다. 바람은 차다만, 화창하기 그지 없는 날씨가 한 주의 시작을 축복하고 있다. 무엇하나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이지만, 딱히 대단할 것도, 무언가 의미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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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 버린다.
" 원래 그래. 골이 있으니 둔덕도 있는 법인걸. " ... 이라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휴...... 그래.. 그래. 태어나 처음으로, 삶이 버겁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종종 나는,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노라 했다. 자기애가 강한 나는, 어떤 상황이든 풀뿌리라도 부여잡고 생존을 위해 버텨낼거라 하곤 했다. 물론, 역시나 죽음 따위의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하지만.. 일순간, 내 "삶의 의미"와 "생존의 의의" 라는 것이 아무런 가치도 없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이렇게 원통하고 서러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고개를 떨치고 흔들어도.. 결코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언제고 기억을 더듬을라치면, 악령같은 몰골로 그날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낼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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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근황보고
* 보름 전쯤엔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주말 내내 끙끙거리다 나았는데, 기침과 간헐적인 콧물(아.. 싫다)은 여전하다. 한동안 감기라는 녀석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그러고보면 이번이 올해 첫 감기겠구나. 행복한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던데, 올해의 나는 행복했던걸까? 풋.. ** 심심찮게 야근을 하고, 아주 가끔은 철야도 한다. 데드라인은 점점 가까오고, 작업은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종종 남은 일정을 보며 압박감을 느끼고, 또 어떨때는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지기도 한다. 까짓, 설마 못하겠어. *** 모두가 다 내 맘 같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다 내 맘 같기를... ****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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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벌써 12월이 든지도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꽤 오랜동안 글을 쓰지 않았네, 하고 보니 한달이 다 되어 간다. 무심하지, 너무 무심해. 그러고보면, 내가 글을 자주 쓰던 건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 뿐이었던 것 같다. 글이 없다해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구나... 글 한 줄 남기지도 못할 만큼 바쁜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도 아닌데.. 정작 머리 속의 온갖 생각들은 저마다 한 줄이라도 차지해 보려고 나를 부여잡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일은 쉽지 않다. 여튼.. 이렇게 잘 살고 있노라 기척을 내본다. 다들 잘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며, 안부 묻는 일에 게으른 나를 위한 변명도 한 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