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
아직은 아냐, 조금만 천천히.
* 시간이란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좀처럼 구체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개념이어서.. 종종 시간이 흘러간다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는다는 걸, 그렇게 늙어 간다는 걸 잊어 버리기도 해. 심지어는 이렇게 영원히 살 수 있을 걸로 착각하기도 해. 생각해보면 죽음이란, 노쇠란.. 참 가까이 있는 단어인데 말이지. ** 우리는 가끔, "그 일은 내일 해야겠다" 라고 말하곤 하는데.. 과연 그 내일이란 것이 항상 보장 되어 있느냐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 다시 말하자면, 죽음이란 참으로 가까이 있는 법이어서 오늘처럼 내일을 맞는다는 건 그야말로 확신할 수 없는 얘기거든. 그냥, 이제껏 살아 오며 그랬듯.. 밤에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뜨면 아..
-
-
잡상
여기는 회사, 어물쩡 거리다 또 새벽이다. 나란 놈 참 무능하다. 그러니 이렇게 손발이 고생이지. 문제 해결에 있어 최고의 방법은 대화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때로는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지나쳐가면 다행이고, 곪으면 도려내야 할테고.. 고통은 어느 편에나 있는 법이다. 새삼 깨닫는, 용서라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승리의 표현이요, 우위의 상징이다. -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단, 잊은게 아니라 용서했다는 사실을 그는 알아야 한다. 내가 나를 봐도 실망스러운데, 하물며 남이야.. 쓸모없는데 에너지 소모만 말고, 일이나 잘 해야지. 밥값은 해야잖아... 딴엔 몸에 맞는 옷, 아무리 그래도 지나치게 크거나 하진 않은 옷이라 여겼는데.. 세상사 쉬운게 없구나. 언젠가 나는 ..
-
속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참 속물이다. 경멸하는 듯 하는 그건.. 어쩌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자기보호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생각할수록 끔찍한, 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그래, 난 속물이다. 속물이고 싶지 않아 끊임없이 나를 채근하는 그런 속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그런.. 속물. 온통 거짓과 기만으로 나조차 속이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슬픈 숙명 같은 속물. 이제 너무 버거워 벗어 던져 버리고 싶은데.. 그동안 쌓아 왔던 것들 - 얼마 되지 않는 그마저도 모두 무너져 버릴까봐.. 가면을 벗어 던지면, 나란 사람 정말 개차반이 되어 버릴까봐.. 용기가 없는 나는 다시 또 속물이기를 받아 들인다. 수없이 해온, 그런 자기합리화의 세계로 발을 디..
-
파리의 연인
주말에 무심코 TV를 돌리다, 예전 드라마 재방송을 보게 됐다. 곧 해당 회가 끝나 몇분 보지는 못했지만, 참 인상깊게 본 것 같다. "파리의 연인" 이라는 드라마였는데.. 한창 인기 있던 드라마로 기억하는데, 여타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것 역시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내가 알던건, 그저 얽히고 섥힌 가정사에, 얽히고 섥힌 애정관계를 그린 통속 드라마라는 정도? 이것도 선입견이지. 편견이야.. 그래, 인정할께. " 당신 참 나쁜 여자네. 비싼 옷에 비싼 구두, 비싼 목걸이 했으면 말도 행동도 비싸게 할 줄 알아야지. 다른 친구 없어? 다른 친구 없어도 이 친구는 만나지마! " 나 참.. 그렇게 당당하고 멋진 모습이라니. "드라마 따위.." 하고 생각했지만 이래서야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겠..
-
중간고사, 봄날은 간다.
* 하루에 한 시간씩.. 매일 공부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학과 공부를 해야겠다. 성적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래서야 어디 배우는 보람이 있겠는가. 회사 일에 매달리는 것도 정도껏. 그렇게 일하는 건 비효율적일 뿐이다. 두마리 토끼를 잡기로 한 이상,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걸.. 그리 할 바에야, 차라리 누구 말마따나 사이버 대학이나 가는게 나을지 모르겠다. ** 날씨가 또 갑자기 따뜻해져서.. 반팔 옷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겨울도, 봄도 가고.. 20대라 부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하면 어쩐지 서글픈 내 20대. 열심히 산 것 같은데..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잘 하긴 했는데. 괜스레 서운하고 한스러운 건 왜인지 모르겠다. 개나리는 벌써 다 지고,..
-
4월 15일.
* 회사를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전했다. 그 전에는 회사가 역삼이라 출퇴근하기가 참 귀찮았는데, 이젠 집에서 많이 가까워졌다. 오늘 아침 시간을 따져 보니 집 문 열고 나와서 사무실 문 여는데 50분이 채 안 걸리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무척 가까운게지. 좋다. 100평 짜리 새 사무실. 참 넓다. 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텔레마케팅 영업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딱 우리 새 사무실처럼 생겼을 것 같다. 깔끔하니 나쁘진 않지만,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돈 많이 들었을건데.. 좀 오버긴 해도, 어쩐지 걱정스럽기도 해. 뭐 아무튼.. 이제 집과 회사, 그리고 학교가 서로 가깝다. 늘 피곤한 내 하루도 한결 나아지겠지. 감사하자, 열심히 하자. ** 어느 덧, 다음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