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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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뜻하지 않은 곳에서 지난 기억을 만나게 되었다. * 기억이란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여러 단편들로 나뉘어져 원래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으로 남아 있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그 나뉘어 있던 것들이 하나가 되어 지난 그날로 나를 몰아가기도 하고. 딱히 아픈 기억도 아니고, 대단히 그리운 기억도 아니다. 다른 많은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지난 날의 기억일 뿐. 하지만 단편으로 나뉘어진 그 기억들이 아쉬웠다. 정작 기억해야 할 것(또는 그렇게 믿는 것)은 제쳐두고 엉뚱한 것들만 남겨 두었나 싶어서.. 그렇게 남은 그 기억들이.. 참 몰인정하고 비정하다 싶었다. ** 똑같은 대상을 두고도 느낌이 사뭇 달라지기도 한다. 언젠가의 그것은 우중충하고 어두운 느낌이라 생각되었는데, 오늘의 그것은 지난 그것보단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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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 태풍이 왔다 갔다더니.. 정말 날씨의 변화가 기가 막히다. 며칠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더니.. 오늘 저녁 부터는 날씨가 슬금슬금 또 더워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하긴.. 제깟게 더워봤자 보름? 일주일? 여름아, 이젠 너도 다 갔구나... ** 요즘은 낮밤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같이 일하는 회사의 업무 패턴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됐다, 라고 말해 버리면 너무 뻔한 변명일까? 하지만 내일이 납품인데 아직도 데이터가 오지 않은 건 너무 했어. 덕분에 데이터 기다리면서 밤을 꼬박 새야 하잖아.. 더군다나 내일 아침 10시까지 진흥원에 들어가려면, 해가 뜨면 부랴부랴 나갈 준비 해야겠다. 결국 한 숨도 못 자고 나가겠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낮에 최대한 자두는 건데.. 오늘은 웬일로 아침에 깨버렸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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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대략 6년만에, 내게 오디오가 생겼어. CD를 넣고 Play 버튼을 누르는 것이 무척이나 오랜만인 것 같아. 컴퓨터 스피커로 듣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지만 - 실은 오히려 훨씬 떨어지는 음질이지만 -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 자체로 반갑다. * 고등학교 2학년때, 형이랑 용돈을 모아 오디오를 샀었어. 그다지 좋은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CD 체인지 5장이나 되고 이것저것 기능이 많은 녀석이었지. 뭐, 한참 지난 후엔 그런 기능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Play / Stop 만 했었지만. 그간 애지중지하던 낡은 카세트 라디오를 내다 버리고, 그 붉은 라디오가 차지하던 공간에 새 오디오를 올려 놓았을 때의 기분이란..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또 있었을까 하곤 했어. 서울로 올라와 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