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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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거의 한달간이나 아무 글도 쓰지 못했어. 워낙 바빴다.. 라고 말하는게 적절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선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다. "워낙 바빴어."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소용돌이, 아직 미처 정리되지 못한 일들. 그리고 또 새롭게 펼쳐지는 일들. 무엇하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결국 다.. 지난 시간의 연장이고, 지난 일들의 연장이로구나... 최근의 근황을 적겠다더니 어느새 넋두리를 하고 있다. 나도 참... -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로 마음 먹은지 꼬박 한 해를 넘긴 후다. - 집 수리를 직접 해 보리라 마음 먹었다. 무엇하나 직접 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치라고 믿는 형 덕분에, 쉽게 팔을 걷어 부칠 수 있었다. 시멘트, 타일 에서부터 벽지, 장판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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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생각들
*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힘든 하루였어.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채 아침부터 안성행 버스에 몸을 싣고, 서너시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차를 갖고 예전 알던 카센터로 이동. 보험사와 몇번의 통화 끝에 차를 카센터에 맡겼다. 다시 뚜벅이가 되어, 이젠 좌석버스가 된 710번을 타고 천안으로. 멕시코에서 귀국한 후로 한번도 보지 못한 강딸을 만나 입맛에 맞지 않는(-_ㅜ) 전철우 갈비찜을 맛있게(!!) 먹어 주고... 터미널에서 1시간을 기다려 부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와중에 종욱이를 5초 정도 만나고, 버스 출발 시간의 압박으로 악수 한번 해 보지 못한 채로 bye~ 평소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코스인데.. 부천 터미널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두시간이 훨씬 넘게 지났다. 퇴근 시간에 맞물려 차가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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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걸로 끝이다.
사실 어찌되던 아무 상관 없는 얘기야. 네가 어떻게 변하던, 아니면 내내 그렇게 살던..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지. 냉정히 생각하면 그런거야. 가끔은 후회가 돼. 애초에 목적하는 바가 달라 가야 할 곳도 달랐어. 삐걱거리기만하는 2인 3각, 그 줄은 재빨리 끊었어야만 했어. 넌 그걸 배신이라 부르겠지만, 난 아냐. 오히려 일찌감치, 너무나 쉽게 인생을 포기한 네가 그 말을 듣는 게 맞아. 어찌됐건 그 후로 몇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고, 그때의 기억들은 이젠 추억으로도 남지 않게 됐어. 그래, 그 시간들은 그저 반성과 후회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몇시간이나 떠들고 있었던가보다. 변화에 대한 가능성이 1%도 존재하지 않을지 몰라. 어쩌면 그냥 상채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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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하지만 더는 그러지 않아. 나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만큼 자랐거든. 세상이란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어서 때론 채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두 손을 짚고도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해 한참을 쓰러져 있어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으니 괜찮아. 나의 길이 얼마나 예비되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날이 내게 남아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기 때문에 또한 걸어낼 이유가 내게 있는거야. 까짓.. 오늘 한 걸음 밖에 내딛지 못했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지. 내일 두 걸음 걸어 주면 될테니까. 설령 그렇지 못한다 해도, 그것도 그 뿐. 중요한 건 내가 걷고 있다는 그것이다. 너무나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는 그 긴 시간, 그 긴 터널을 지나 왔는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