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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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빌
* 스몰빌이라는 미국 드라마에 빠져 있다. 요즘 미국 드라마가 유행이라고 다들 난리던데, 나도 매 한가지다. 우매한 대중이라 욕해도 좋아. ㅋㅋ 몇 해 전에 태은누나가 한번 보라고 권했던 드라마인데, 워낙 시리즈가 많아서 포기했던 드라마였다. 한번 보면 빠져들게 틀림없으므로.. 그러다 한번 볼까, 하는 생각으로 다운 받아 들었는데.. 나 참.. 결국 또 빠져 버렸네. 히히.. 얼마 전엔 히어로즈 라는 드라마에 열광했었다. 사실 그 드라마는 어딘지 음울한 구석이 있어서, 보고나면 기분이 유쾌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긴장에 긴장을 더하는 내용 전개 덕분에 손에 땀을 쥐게 되지만, 다 보고 나면 오히려 힘이 쭉 빠져 버리기도 했다. 끝맛이 좋은 드라마는 아니었음에 틀림없어. 하지만 "스몰빌"은 다르다. 예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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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어제 기말고사가 끝났다. 한 학기가 이렇게 마무리 된 것이다. 생각하니 빠르다. 한 학기를 마친다는게 이렇게 쉽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후회도 많고, 아쉬움도 많은 한 학기였다. 게으르지 않았다면, 좀 더 배움에 열의가 있었더라면.. 상황이 좋지 못함을 탓하지만 말고, 나의 나태한 마음을 다잡았다면... 왜 고학생들의 일화를 보면 나완 비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잘만 성공하던데. 싹이 모자란 건가, 아니면 절박함이 모자란건가. 부끄럽다. 좀 화가 나기도 하고. 어쨌거나 한 학기 끝냈으니 후련하기도 하고, 조금은 대견한 맘 들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번 학기의 성적은 가관일 것 같다. 전공 과목은 낙제만 면해도 감사할 것 같고, 날로 먹으려던 HTML 수업 같은 것도 좋은 점수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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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나를 데리러 온 형을 다시 연습실에 데려다 주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자정이 넘었다. 이미 만차가 되어버린 주차장을 휘휘 돌아 간신히 차를 세워두고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왔다. 어쩐지 하늘이 밝아 달이라도 떴는가 싶어 고개를 올려다 보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달은 없다. 그믐인가. 핸드폰의 달력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음력 5월 1일. 제대로 된 그믐, 달 따위가 있을리 없다. 달이 없는데도 하늘이 이리 밝다니, 구름이 잔뜩 끼었나보다. 달이란 건 늘 그 자리에 있는거고, 그 달 좀 보이지 않는다고 별로 달라질 것도 없다. 더구나 바쁜 세상 살다보니 하늘을 올려다 본 게 대체 얼마만인지도 모르는데, 고작 달이 보이지 않는게 뭐 대수인가. 그렇지, 그래. 그런데 왜 이러나 모르겠네. 대수롭지 않은 그믐이 어쩐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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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하지만 불만.
그렇게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그래, 맞아. 그렇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좀 웃긴 얘길 하자면.. 그렇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전혀 자연스럽지 않아. 어쩐지 추해. 다른게 아니라, 내 패턴은 늘 이런 식인가 싶어 그게 불만이야. 나 싫거든. 그런거 싫다고. 생각해 보면 내 환경이란게 늘 그럴 수 밖에 없긴 하지만, 내겐 그것도 불만이야. 이번엔 이렇게 지나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하지만 알아. 금방 또 지나가 버릴 거라는 것.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또 지나가 버릴 것이라는 것.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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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10의 주인이 되다.
지름신이란 녀석이 내게도 찾아왔다. 지난 한달간 계속 바라기만 하던 노트북을 덜컥 사버린 것이다. 후지쯔 P1610. 8.9 인치, 1Kg도 되지 않는 가벼움. 대용량 배터리 장착 시 9시간 사용 가능. 상판 스위블 기능을 이용한 타블렛 PC. 솔로코어 1.2, Ram max 1G, 80GB 하드 디스크. 대충 열거해도 굉장한 스펙임에 틀림없다. 이러니 내가 열광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긴 한데.. 막상 사 버리고 나니, 그래 요즘 사람들 표현으로 질러 버리고 나니.. 아이구야, 이게 한푼 두푼 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휴.. 하지만 이미 사 버린 것. "본전을 뽑고야 말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사용하는 수 밖에 없겠다. 그런데 놋북이란, 없을 때는 무척 갖고 싶지만 막상 갖고 나면 이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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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jk.
가끔 그의 번뜩이는 재능을 본다. 부럽지는 않아. 그런 재능을 꼭 내가 가져야 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안타깝다. 아니, 가끔은 화가 난다. 냉정한 의미로 그 재능을 이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어떤 사람은 정말로 둔하다. 얼마 전 받아 들었던 누군가의 이력서에서처럼, 도대체 재능이라고는 조금도 발견할 수가 없는 사람도 분명 있긴 하다. 재능이 없다는게 유일한 재능이랄까. 그런데 그는 아니다. 그에게는 분명히 재능이란 것이 있다. 그것도 아주 날카로운... 그는 나와 소원해졌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하지만, 실은 내가 그에게 소홀한 것보다 그가 그 자신에게 소홀한 것에 대해 더 애석해 해야 할 것이다. 아쉽고 안타깝고, 가끔은 슬프다. 하지만 나의 몫은 아닐게다. 그걸 아니 더 말할 수 없고, 그러니 더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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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 어렸을 때는 6월이면 반공 포스터도 그리고, 웅변이며 글 짓기도 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다 잊고 산다. 오늘은 현충일, 그냥 휴일이지 뭐. 아마 집안에 유공자 하나도 없는 탓일까? 유공자가 없기에 현충일에 별 의미를 못 느끼는 것이냐? 아니면 가문 내력 상 현충일에 별 의미를 못 느끼기에 유공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냐? ㅋ 뭐.. 공훈 좀 세웠으면 차사고 집 살 때 좋았겠다, 싶긴 한데... 나조차 이런 생각이니, 내 후손들도 그런 혜택 받긴 글렀나보다. 하하.. 아무튼 결론은, 현충일 - 새삼스럽지만 감사하며 마무리 하자고. -ㅅ-;; ** 왜 바다만 가면 비가 오는 걸까? 아니면 비가 오니 바다에 가고 싶은 건가? 제부도와 대부도. 이름은 비슷한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다시 가라면 제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