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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냐, 조금만 천천히.Letter from Kunner 2007. 5. 25. 07:02*
시간이란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좀처럼 구체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개념이어서..
종종 시간이 흘러간다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는다는 걸, 그렇게 늙어 간다는 걸 잊어 버리기도 해.
심지어는 이렇게 영원히 살 수 있을 걸로 착각하기도 해.
생각해보면 죽음이란, 노쇠란.. 참 가까이 있는 단어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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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그 일은 내일 해야겠다" 라고 말하곤 하는데..
과연 그 내일이란 것이 항상 보장 되어 있느냐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
다시 말하자면, 죽음이란 참으로 가까이 있는 법이어서 오늘처럼 내일을 맞는다는 건 그야말로 확신할 수 없는 얘기거든.
그냥, 이제껏 살아 오며 그랬듯..
밤에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뜨면 아침이 오고, 그렇게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올 거라 생각하는 막연한 기대일 뿐.
사실은 무엇도 확신할 수 없으니.. 사람 사는 일이 늘 그러니 말야.
***
사람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고 해.
다시 말해 죽음에 대해 공포를 갖는 다는건,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런데 이 공포가 때로는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해.
죽음이란 단어를 가까이 접하게 될 때, 우리는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자극을 받기도 하고
우리네 삶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 돌아 보게 되기도 하지.
우연한 계기로 그런 생각을 해 봤어.
"내가 곧 죽게 된다면.." 하는 생각.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내게 정말 중요하게 생각되는 건 무얼까?
생각하다보니 "~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하지 못했던 참 많은 일들..
어쩌면 그간 걱정만 하던 그런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끝내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 끝내 시도하지 못한 무수한 얘기들을 나는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말야.
그렇게 곱씹다 보니..
내일이 올 지 안 올지도 모르면서, 그 불확실한 내일 때문에 너무 많은 걸 망설이고 두려워하며 지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답답한 한숨과 포기들이 내 삶 가득히 산을 이루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
당장 내일이 없다면.. 너무나 아쉬운 삶이 될 것 같은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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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나고 죽는 건 누구나 같으니, 영원을 바라는 따위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 바라는 게 있다면, 정말 바라는 게 있다면..
죽음이 급작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 옛날 로마 사람들이 바랐던 것처럼, 내 죽음은 내던져진 결과가 아니라 나의 선택이었으면 좋겠어.
그게 언제든 죽음을 맞아야 한다면, 내 스스로 삶 저편을 향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직은, 나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죽음이란 단어, 노쇠라는 달갑지 않은 단어는 잠시 저리 비켜 서 주었으면 좋겠네.
어차피 우리네 사람,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너무 재촉하지 말자고..
그리 재촉하지 않아도 곧 따라 갈 테니 말야.'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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