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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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걱정으로 날 새는지 모르는 나에게..
난 참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녀석이다. (사실, 남의 마음속에 가 본적이 없어서 그렇지 남들도 이런 고민 다 하고 살 지 모르겠다.) 남이 고민이 많던, 그렇지 않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난 쓸데없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내 인생을 후회없이 살기 위해 돌아보고 그 선택의 순간에 신중하기 위해 고민하는 건 좋지만.. 고민을 위한 고민이 주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별것 아닌 건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가만히 있는게 싫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고민거리를 싸 안고 있는건 아닌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두고 걱정하기도 하고, 이미 지난 일,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그런 일들을 가지고 후회하며 가슴치기도 한다. 그럼 아예 후회하고 가슴 칠 일 만들지 않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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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요즘은 쉬 피로를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잠을 많이 자도 좀처럼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하루 늘어지게 자고 난 다음엔 몸이 가뿐할텐데, 어제도 오늘도 잠을 그렇게 많이 잤는데도 불구.. 나는 여전히 피곤하다. 어제 외출하려고 렌즈를 끼려다.. 내 눈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흰 색이어야 할 내 눈의 흰자가 누렇다 못해 갈색이 아닌가. 색이 들어간 안경을 껴서 그런가하고 안경을 벗고 자세히 봤지만, 여전히 거무튀튀한 내 눈을 보며, 감히 렌즈를 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황달이라도 생긴게 아닐까.. 사실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피곤한겐지.. 병원을 가봐야 하나 고민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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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 죄를 더하다..
공자가 말하기를.. "무릇 지극히 흰 것은 아무리 검은 칠을 하여도 그 흰 것이 다하지 않고, 지극히 검은 것은 아무리 흰 칠을 하여도 검은 것이 다하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정말 선한 것은 아무리 악을 더해도 선함이 악함이 되는 것이 아니며, 정말 악한 것은 아무리 선을 더해도 악함이 선함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나의 바람 속에서 지극히 선한 사람이고 싶다. 현실이 그렇지 않음은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역시나 지극히 부족한 사람인지라.. 늘 죄에 죄를 더하는 삶을 살고 있나보다. 죄에 죄를 더하다.. 고해를 할 틈도 없이, 또 죄를 더하다. 구제불능.. 나는 또 똑같은 실수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그 실수를 또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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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건 그대로인데..
벌써 십수년이 흘러버린, 중학교 시절.. 좋아하던 노래가 있다. 015B의 "모든건 어제 그대로인데" 라는 제목의 노래. " 하늘엔 여전히 태양, 거리엔 많은 사람. 어제 있던 모든 것들, 오늘 그대로인데... " 하는 노래.. 원래 내가 있던 자리.. 내가 없던 한달동안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뭔가 어색한 건, 사람이 간사해서리라. 잠에서 깰때, 다시 눈을 뜨면 지난 한달 그 악몽같은 일들이 다시 펼쳐질까 두렵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기억이 퇴색하고 그렇게 잊어 버리게 되리라. 그때까지는 식은 땀을 얼마나 더 흘릴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래서 나의 사고(思考)가 달라진걸까? 아니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중의 일시적인 일일까. 전에 소중하다고 믿던 몇 가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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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스물 여섯이 되었다.
I. 오늘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평소처럼 웹서핑을 좀 했다. 오늘 내 눈길을 끈 것은 부정(父情)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 글에 달려 있는 리플들은 대체로 아버지의 사랑과 어느 덧 아버지가 될 나이가 된 자신에 대한 독려 또는 한탄이 주를 이루었다. 스크롤을 내려가며 리플을 읽던 중 나는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어느새 나는 열 한 살이 되었다." 열 한 살이라... 만 나이를 말하지는 않을테니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이리라. "어느새 나는" 이란 말과 "열 한 살"이라는 나이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아 피식 웃고 말았다. 어느새 나는 열 한 살이 되었다라... 그 두배가 훨씬 넘는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로서는 우스울 수 밖에 없는 얘기지만, 글을 쓴 당사자는 자못 진지했으리라. 아마, 그 당시 나 또한 그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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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다녀왔다.
어젠 결혼식을 다녀왔었어. 형이 레슨 받는 선생님의 결혼식, 나도 몇번 뵌 분이라 같이 갔었지. 턱시도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새 신랑은, 이미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더군. 뭐,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워지는 거야 새삼 말할 필요 있겠느냐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감인지,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한다. 이제 그 레이스의 시작일 뿐이지만.. 본격적인 시즌은 2~3년 후가 되려나? 어찌됐건, 무척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 결혼은 인생의 족쇄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리 묶이고 싶을까 모르겠다. 하하.. 나는 주례사 따위, 입에 발린 말이요 그저 신랑, 신부만 귀담아 들으면 되는 도덕책 읊음이라 생각해왔었어. 꼰대들 잔소리를 싫어하는 것도 크게 한몫할거구. 그래서 보통 주례사 읊고 하면 밖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