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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너, 웃음이 잦아졌다.
    Letter from Kunner 2004. 11. 25. 02:56
    그간 썼던 이런 저런 글들을 살펴 보다가..
    올해 1월 11일에 썼다는 글을 보곤 슬며시 또 웃음이 나.

    그때의 나는 분명 뭔가에 몰입하고 있었던 듯 해.
    지금은 짐작할 수 없는 그 어떤 에너지가 내게 충만했던 모양이야.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 보자고.
    매 순간 악착같이, 정말 열심히 살아 보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 보자고, 나는 말하고 있었어.

    또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선, 그 다짐 다 어디로 갔는지 힘들어, 힘들어 하며 울먹이고 있고..
    또 얼마간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다음엔,
    그거 뭐, 별거 아니더라.. 하며 반추해 보고.
    어쩜 희노애락이 이리도 분명한지, 불쌍한 중생아.. 하하..


    재연누나 말마따나 사이트가 새카매서 그런걸까?
    그래서 매일 그리 음울한 얘기들만 하며 살고 있는 걸까?
    갑자기 게시판을 온통 흰색으로 바꿔야 겠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어.


    왠지 어려운 일이 있거나, 마음이 무거울 때만 글을 쓰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 영감의 근원이 그 한숨들에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했었어.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그 한숨들 조금 덜 쉬게 되서인가 글 쓰는 회수가 현저히 줄어 들었지 뭐야.
    요즘들어 다시 열심히 글을 두드리고 있는 나, 혹시 또 뭔가 한숨 쉴 일이 생긴걸까?
    아니, 어쩌면 내 영감의 근원은 꼭 한숨만은 아닌가봐.
    적어도 이번 경우엔.


    최근에 알게 된 어떤 사람들은..
    함께 말을 섞지 않아도, 그냥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해 줘.
    때론 깊이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평소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할 때도 있어.
    좀처럼 그런 일이 없는데, 어쩐지 응석 부리고 싶게 만드는가 하면,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위선의 가면을 벗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숨을 쉬게 하기도 해.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더 나은 내가 되라고, 인생을 더 멋지게 살아 보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
    그렇게 그냥 곁에만 있어도 내게 알 수 없는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저 고마운 일일 뿐이야.


    상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더 불안해 얼마간 물러서곤 했었는데..
    마음 속에 바리케이트라도 쳐 놓은 듯, 이만큼은 허락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하곤 했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 차라리 말을 말아 버리는 일이 잦아만 가곤 했었는데..
    아무 저항감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마음 놓을 수 있는 그 사람들에게서 참 독특하고 소중한 경험들을 지금 나는 하고 있어.


    그저 고마운 일일 뿐이야.
    그저.. 고맙고 고마운 일일 뿐이야.


    말로는 다 못 해도, 그냥 내겐 고마운 일들 뿐이야..
    그래서 나, 이렇게 즐거운가보다.
    건너, 웃음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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