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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랜만이야.Letter from Kunner 2004. 11. 19. 01:44새벽 1시를 알리는 시계의 비프음.
익숙한 내 방, 내 컴퓨터..
창밖으로 간간이 들리는, 찬 바람에 분주한 사람들 발자국 소리.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탓일까,
담배 한 모금에 취한 탓일까..
적어도 지금 순간만큼은, 이렇게 평온할 수가 없어.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리기라도 한 듯.
내일을 위해선 부지런히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도,
오늘은 어떤 의무감에선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
마치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일상들인데, 요즈음의 나는 뭔가에 들떠 있는 듯 해 보여.
평소의 나 같았다면 왜 그럴까 궁금해 하고 또 다른 고민에 사로잡혀 있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나란 녀석 지은 죄가 많아서인지, 이렇게 기분 좋으면 또 뭔가 불안해 하곤 했는데..
지금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
그저, 이런 기분이 오래오래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
***
회사 생활은 점점 더 가속을 붙여가기라도 하는 듯 바쁘기만 해.
이제 세 달이 채 남지 않은 나의 병역은 이렇게 바쁜 틈에 날짜 세는 재미도 잊은 채 지나가려나.
하긴.. 이렇게 투덜대도 시간은 공평히 흐르는 법이더라.
이젠 정말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기도 해야 할텐데,
그런 점에서는 날짜가 줄어드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
벌써 꽤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니다 보니,
아는 사람들도, 즐거운 사람들도 대체로 회사에 몰려 있는 편이야.
또 그 사람들 곁을 떠나 다른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생각하면 잠깐 침울해 지기도 하고.
하긴 뭐 한 평생 붙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어린 생각 부질 없지만,
막상 앞으로 자주 보기 힘들겠다 생각하면 이유없이 가슴이 먹먹해 지는 것도 사실이야.
정이 들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니 겁이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 복학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가닥이 그렇게 잡혀 가는데..
그럼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 나의 일들.
회사에서의 남은 하루하루가 다 애틋하고 소중할 듯..
힘들더라도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조금 더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겠어.
***
다른 사람을 헐뜯고 비방하는 일은 참 쉬운 일이야.
간사한 사람, 약점은 어찌나 잘 보이는지 이럴 때는 혀가 참 매끄럽단 말야.
설령 그게 정말 욕 먹을 만한 일들이라 해도, 남의 얘기는 여전히 뒤끝이 씁쓸해.
그럴 줄 알면서도 자꾸만 입 밖에 내는 건, 이제 아예 버릇이 된 걸까?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려 주체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그 욕 먹는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
그것도 아니면, 그 사람을 좀 더 신랄하게 욕하는 것이 나의 우월감을 표시하는 것이라 착각하기라도 하는 걸까.
그 어떤 것이라 해도, 입에서 독을 내 뿜고 있는 나 - 욕 먹기 딱 좋아.
이제 유치한 놀이도 끝맺을 때가 됐어.
더 이상 남의 험담으로 내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하자.
나의 머리와 나의 입술. 그리고 나의 눈과 귀는,
아직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고 말하고 보고 듣는 일만 해도 벅차니까.
그런 것들이 내 주위에서 나를 기다리는 요즈음이라면 더욱 더.
***
B형의 사랑은 익숙함이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종종 우정과 사랑을 혼동하는 일이 있고, 그래서 더욱 바람둥이 처럼 보이기도 한다더군.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지는 얘기 중 얼마간 공감하는 내용 중 하나다.
내가 B형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혈액형과 상관없이 원래 나란 녀석 성향이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럼, 그래서 나는 그동안 그렇게 어설프게 사람들을 사랑해 왔던걸까?
익숙함이 나의 사랑 패턴이라면, 적어도 중매 결혼할 일은 없겠네.
아니, 어쩌면 평생 독신이 되려나?
하하.. 설마 그럴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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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글, 맘 속에 있는 얘기 다 풀어내기 어려운 건.
글 쓰는 일이 그새 낯설어진 탓일까, 아니면 쓸데 없는 생각들로 머리를 가득 채운 탓일까?'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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