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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하로밤..
    Letter from Kunner 2004. 11. 25. 02:32
    오늘도 열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
    빨리 씻고 자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내가 그저 숨쉬고 있을 뿐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바로 이 시간.
    잠 따위 좀 부족해도 나쁘지 않아.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길을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하던 김소월의 시.
    언젠가는 내 삶이 그 시를 닮았다 하며 즐겨 읊었던 적이 있었어.
    내 삶은 어둡고, 힘들고, 지치고..
    가끔 찾아 온 행운은 금새 나를 비웃으며 차갑게 멀어 질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우울해 하고 적잖이 냉소적이 되어 가는 날 보며 또 한없이 슬퍼하고 한탄하던 때가..
    분명 있었어.

    언젠가 형 친구가 술에 취해 주절거리며 하던 말.
    "네 나이에 맞게 살아라..
    더 웃고 더 즐기고 더 뛰어 놀아라." 하던 말.
    한편으론 고개 끄덕이며 다른 한편으론 설레설레 고개 저으며..
    어쩌면 난 그 말 뜻을 제대로 못 알아 들었던 건지도 몰라.


    문득, 내 삶이 그리 비참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
    아니, 어쩌면 비참하기는 커녕 하루하루 그리 축복일 수 없다는 것.
    내가 가진 것, 내게 온 기회, 그리고 나를 둘러싼, 나와 관계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을 나는 감사해야 하는데, 어쩌면 나는 그런 것들은 자꾸 외면하고
    추하고 더러운 것들만 그러 모아가며 내 삶을 똑같이 추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둘러 보면, 세상은 두려운 것 투성이여서
    악다구니 같은 삶 속에 한번 한숨, 또 한번 눈물일지도 몰라.
    하늘 보며 주먹 모아 쥐고 큰 숨 들여 마셔도,
    결국은 또 제풀에 쓰러져 다시 일어설 힘을 찾는데 얼마간 시간을 더 들여야 할지도 몰라.


    누군가가 바라는 모습이 되기를 원하는 나는, 내가 봐도 낯선 모습이지만,
    어느새 나는 한숨이 버릇이라 말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그런 중에도, 희망을 말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 거울이 되어 비춰 보여 주면 좋겠어.
    그런 거울 같은 사람이 되어 주면 좋겠어..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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