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잠시만 주저 앉자...
    Letter from Kunner 2005. 5. 26. 15:49

    이별은 대상이 다르고 시기가 다른데도 다들 많이도 닮았다.
    그리고 그 이별의 끝엔, 난 참 비겁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국경도 넘고 어쩐다지?
    그런데 나의 사랑은 고작 나이 몇살 넘지 못했다.

    그를 만나고, 난 단 한번도 진심어린 축복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다.
    둘만 좋으면 그만일거라 위로했지만, 실제론 그게 아니었던가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부담스러워져 가더라..
    축복받지 못하는 만남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은 미쳐 알지 못했다.

    사랑은 국경도 넘고 이념도 초월하는 거라는데..
    난 그런 사랑은 할 줄 모르나보다.
    내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아 보였고, 그 산을 넘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닐까.
    결국 산이 높은게 문제가 아니라 넘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문제이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마음이 떠난다" 라는 것은 정확히 어떤 시점인지.

    즐겁게 만나다가도 불현듯, "이 사람이 내게 최고의 인연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인가?
    만약 그렇다면, "노력"이라는 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지 않는가?

    아니면 "헤어져야 겠다" 라고 결심한 순간일까?
    그렇다면 그 전까지의 "노력"은 사랑이었다 치고, "이 사람이 내게..." 하는 망설임은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그런 시점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가?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 그 끝도 알아 챌 수 없는 사이 서서히 다가오는 건가.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그가 가진 몇몇 단점들이 부각되어 보일 때, "이 사람이 과연 내 사람일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 질문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 챌 수 없어 힘들었다.

    이미 내 사랑은 퇴색했는가, 그저 상대를 기만하고 있는 걸까?

    아니, 살아가면서 그런 의문 한번 떠올리지 않고 사랑만 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노력을 통해 지켜나갈 마음이 있다면 난 아직 사랑하는 거다.

    그런데 과연, 나는 지금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어쩌면 필요에 의해, 아니면 그동안 쌓은 정에 의해 그저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상대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아 가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엔 이별을 꿈꾸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그가 보고 싶고.
    또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이런 만남, 이런 관계는 빨리 단절해야 한다 다짐하고..
    "이렇게 보고 싶은데, 또 보면 이렇게나 즐거운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대체 사랑이 뭐란 말인가" 하며 이별에 대한 의지를 무너뜨리고..

    내 결심은 하루에도 몇번씩 극과 극을 치달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차라리 잘 된 것이라 믿고 싶다.

    그가 떠올려 질 때 마다, 가슴이 철렁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게다.
    어쩌면 방 정리하다 말고 눈물을 훔치고 있을지 모를 그지만, 그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나란 녀석. 언제 있었나 싶게 잘 지내게 될게다.
    그렇게 믿으며, 무소식이 희소식이거니.. 하며 그렇게 살아야 하는거다.
    그리 살다 보면 또 언젠가 추억을 다 지울만큼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게 될거다.
    그렇게 가고, 또 그렇게 오고.. 또 언젠간 그렇게 가고.
    그게 사람 사는 일이니 너무 오래는 말고..
    잠시만 주저 앉자...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나만 남았다.  (0) 2005.06.07
    바람  (0) 2005.05.26
    상단 이미지 교체..  (0) 2005.05.24
    잡상(雜想) #2  (0) 2005.05.22
    5월 22일  (0) 2005.05.22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