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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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려거든,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있어야 행복할 것 같은데, 너는 내가 없어야 행복하구나. 전혀 맞지 않는 이 대구에 나는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겠어. 진작 말해 줬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겠어. 그랬다면 널 그렇게 귀찮게 하지 않았을텐데. 부담가지게 해서, 마음을 무겁게 해서 미안해. 아니, 어쩌면 넌 줄곧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설령 알아 들었다 해도, 결과는 같았을까? 그래서 더 미안하네, 그걸 알 수 없어서... 내게 내민 손이라 생각했고. 날 보고 웃는 거라 생각했어. 난 그 손 잡으면 되는 건 줄 알았고, 같이 웃어 주면 되는 건 줄 알았어. 그렇게만 하면, 네가 내게 오는 줄로 알았어.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자리였네. 아니, 오히려 나를 불편해 하는 네가 있을 뿐. 결코 그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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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악질
여기 강이 흐르고 있네.. 나룻배도 오가지 않고, 변변한 다리 하나 없어서 바지 걷어 부치고 들어가 보려 해도.. 워낙 깊은 물에 숨이 차올라 다시 뭍으로 뭍으로.. 그렇게 하루 가고, 다시 날이 밝으면 또 건너봐야지 하는데도.. 너무 깊고 넓어서 도무지 건널 수가 없어. 이렇게 큰 강이면 양안을 오가는 배라도 있어야건만, 일전의 누구도 오려 하지 않고 가려 하지 않았던 듯 나 혼자 아무리 손짓하고 발을 굴러도 저편에는 닿지 않는가봐. 내뻗으면 닿을 듯 한 뒷모습 보면서도 소리내 이름조차 부를 수 없었어. 그렇게 돌아 서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양.. 함박 웃음 가득한 얼굴, 두 손에 들려야할 꽃은 어두운 골목에 버려지고..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며 또 입에 무는 담배. 쓰린 속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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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 디지털이란 건 참 편하다. 그렇게 사람 냄새를 그리워 하면서도 한편으론 편리함을 좇고 있으니.. 얼마나 쉬운 세상인가? 또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그에 반해 살아가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 해야 할 일들을 산적한 요즘이야. 딱히 급한 일들도 아니고, 그다지 중요한 일들이 아니라 여긴 탓인지.. 손에 잘 안 잡히네. 그래도 아예 안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진행상황이 신통찮다 할까. *** 모호한 얘기들을 통해 의미를 찾아 내려 애쓰는 일은 어리석은 일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 모호한 얘기들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순간, 더 어리석은 일들이 벌어질 지도 모르지. 암호란 건, 해독해야만 할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니까. **** 생각이 많으면 글 쓰기는 더욱 어려워 지는 것 같아. 온갖 생각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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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애니어그램.
오랜만에 애니어그램을 해 본다. 이번엔 별 생각 없이, 내가 나라고 믿는 것들에 대해 체크했다. 매번 애니어그램을 체크해 볼 때는, 실제의 내가 어떨까를 생각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언젠가 한번쯤 들었을 평가를 떠올리면서. 그렇게 체크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런 것과 관계 없이 내가 나라고 믿는 것들을 선택하기로 했다. 다 체크하고 나니,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는데.. 성취자는 여전히 높은 카운트를 기록하고 있고, 개인주의자 역시 높은 카운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열정적인 사람이 저렇게 높은 카운트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엔 3번 날개를 가진 4번 정도인가? 그간 주로 4번 날개를 가진 3번이 나왔었는데.. 이건 어떻게 할 때 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것 같다. 테스트의 특성 때문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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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텐데..
결국 중요한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것. 내 주관속에서나 존재하는 것들을 내가 숨쉬고 살아가는 이 세상으로 끄집어 내는 일.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라고.. 결국은 그 가능성을 이 두 발 딛는 현실에 뿌리내려야 하는 법이지. 인생을 그리 설렁설렁하게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늘 후회는 남아. 만약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지 지금처럼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은 더 열심히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조금 덜 방황하고, 조금 덜 고민하고. 확신에 차서 하루하루 발걸음을 옮겼을 건데. 물론, 이런 종류의 후회는 어떤 식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이쯤 끝내야지. 다행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니까. 내 삶은 아직도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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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며칠 게시물 올리기는 커녕, 게시판을 찾아 오지도 않을 만큼 정신 없이 보냈어. 그래봐야 그야말로 며칠인데, 너무 오래간만에 글을 쓴다는 느낌. 논리적이진 않지만, 이해할 수 있을까? 뭐.. 하루에 몇개씩 올리던 일을 며칠 그만 두면 손가락이 근질거리기도 한단 말이지. ^^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을 때, 나는 참 갑갑해. 그리고 지금, 건너닷컴에 다 풀어 낼 수 없는 얘기들을 포개고 또 포개고 있어. 지난 며칠, 몇가지 일들이 있었어. 사람 사는 일이 언제나 그렇듯,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곤 하지만. 며칠, 땅에 두 발을 딛는 일을 잊어 버렸었어.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 말야. 구름 아래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구름을 걷는 것, 그것에만 열중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