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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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질투를 하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하지만 너무 당황해 하지 말아.. 그건 당연한 거였다고. 당연(當然). "마땅히 그러한 것" 말이지. 당위는 어떨지 몰라도, 실재하는 거였어. 원래 그랬었고, 지금도 그래. 당연한 사실을 갖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는거야.. 그걸 새삼 확인했다 해서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 가질 필요.. 없는 것 같아. 아마 이런 감정을 질투라고 하는 걸텐데.. 새삼스러운 일일 뿐야, 당연한 걸 확인했을뿐야. 그러니 너무 깊게 가라앉지 말라고. 그래도.. 하, 참 부럽긴 하다. 그치? 가장 좋은 것은, 안 보고 안 듣는 거야. 그 차선으로는 계속 보고 계속 들어서 아주 인이 박히도록 하는 거겠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수는, 아마도 그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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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가 믿지 않는 것. 아니, 더 솔직해 지자면 믿고 싶지 않은 것. 고작 그런 이유가 내 골머리를 썩게 한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어느 틈에 인정해 버리고 말았던가봐. 그리고 나는, 그걸 인정해 버렸었다는 사실에 내게 아주.. 무척이나 화가 나고. 쓸 데 없는 열등감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어. (분명히 "쓸 데 없는 열등감" 이라고 적어 놓고는 "대책 없는 열등감" 이라고 읽으면 어쩌란 말이지?) 자꾸 한숨만 쉬면 바보가 되는거야. 자꾸 그런걸 머리에 떠올리면 그야말로 대책없는 사람이 되는거야. 후회같은 걸 하느라 시간을 쏟는 일은 "현재"라는 시간을 좀 먹고 있을 뿐이란걸 깨닫지 못한다면, 내일의 후회거리 하나 또 만드는 일에 불과해져 버리고 마는거야.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얘기를 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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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날.
어느 틈에 돌아보니 11월의 마지막 날. 핸드폰에 저장된 12월 31일로부터의 D-Day는 31을 가리키고 있다. 정확히 한달 후면, 2005년과도 안녕인거구나.. 지리하기만 하던 병역특례를 마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한 해. 포부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한 해의 실적. 어렸을 땐 원래 결코 병약한 편이 아니었어. 감기 같은 것 자주 걸리긴 하지만 금방 떨쳐내고, 아무리 아파도 병원 같은 데는 가 보지 않고 살았었고 말야. 하지만 서울 올라 와서 회사 다니고 부터는 여기저기 자주 아프고.. 한번 앓게 되면 무척 아프곤 했었지. 왜 이렇게 약해 빠졌느냔 사람들 말에 이런 대답을 했던 적이 있었어. 자유롭게 날던 새를 새장에 가두면, 그 새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뭐, 반쯤은 말도 안 되는 변명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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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녀석들에게 교양을 가르치자.
한참 써내려가던 글을 다 지워 버린다. 무슨 얘길 하고 싶은지 나도 잘 모르겠어. 습관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는 있는데,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주제도 없고 내용도 불분명해. 좀 읽어 보다 확 다 지워 버렸어. 머리를 떠다니는 생각 중 몇가지를 잡아 내 필요없는 것은 걸러내고 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들은 정리해 차곡차곡 포개어 놓고. 생각이란 녀석들에게 교양을 가르쳐 주는거야. 움직일 때는 발 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갑자기 나타나서 흔들어 놓으면 안 되니까. 노크로 주위를 환기 시키기도 하고, 뜬금없는 영상을 떠올리게 하거나 하지 않게 말야. 날씨 얘기라도 하면서 내게 준비할 시간을 주게 만드는 거지. 그래도 말 안듣는 녀석들은 따끔하게 혼도 내 주고. 다시는 나타나서 나를 흔들어 대지 못하게 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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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다녀 오던 길
한동안, 새로 들어 오는 일 없이 그간 작업했던 사이트 마무리와 유지보수를 하며 지냈어. 그러다 어제 천안 가서 새 일을 받아 왔는데.. 일보다도 같이 만난 사람들이 반갑다. 형의 죽마고우인, 그리고 내게도 친형같은 보상형의 지인들이 의뢰한 일인데.. 어제 말했듯 지인의 일을 맡아 한다는 건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어떻게 만든다 해도 그들이 알아 봤던 견적으로 일을 맡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에 자신있게 일을 하겠다 했어. 그들이 대학교 동아리에 의뢰한 견적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어차피 내게 사이트를 만드는 대가로 들어 오는 돈은 그다지 의미가 없거든. 그거 해 봐야 얼마나 들어 온다고, 이런 푼돈에 만족하기 시작하면 그릇이 작아질 뿐야. 하하.. 항상, 뭔가 시작하는 사람들은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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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자리.
지독히도 긴 밤이었어. 천안 갔다 돌아오는 통에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무슨 꿈이었는지는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안타까운 꿈을 꾸고 잠을 깨고를 반복했어. 눈을 들어 시계를 보니 잠든지 두시간. 아직 한참은 더 자 두어야 하는데도 계속 잠이 안 와서 내내 눈만 감고 있었어. 오늘 하루를 망치지 않으려면 좀 자두어야 하는데.. 자두어야 하는데.. 하면서. 빨리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리는데, 시계 바늘은 내 맘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어. 너무 일찍 일어나 봐야 피곤하기만 할텐데.. 그렇게 아침을 맞으니 영 개운하지 않은 것이, 간밤 꿈자리가 좋지 않다는 건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거야. 결국 그간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서 그래. 더 열심히, 열심히.. 아직 턱없이 모자라다. 꿈자리 따위 짚을 필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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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오늘 오후엔 천안에 갈 거야. 프랜차이즈 창업하는 회사의 홈페이지 계약 건으로 내려가 봐야 하거든. 아는 사람에게 일을 부탁 받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냐. 더 잘 해줘야 겠다는 의욕이 앞서는데다, 보수는 제대로 책정되지 않기 일쑤니까. 주위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는 일은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 낸다 해도 100% 만족이란게 있을 수 없단걸 감안하자면 아는 사람의 일을 맡아 하는 것은 외려 득보다 실이 많은 일이란거지. 게다가 터무니 없이 낮은 액수라면 말야. 하하.. 그렇다고 낮은 금액에 퀄리티를 맞출 수도 없고. 그랬다간 두고두고 싫은 소리 듣게 될 일이니.. 이렇게, 아는 사람의 일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진퇴양난. 뭐.. 무조건 열심히, 잘 하면 되긴 하는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