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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악질
    Letter from Kunner 2005. 11. 28. 11:02

    여기 강이 흐르고 있네..
    나룻배도 오가지 않고, 변변한 다리 하나 없어서 바지 걷어 부치고 들어가 보려 해도..
    워낙 깊은 물에 숨이 차올라 다시 뭍으로 뭍으로..
    그렇게 하루 가고, 다시 날이 밝으면 또 건너봐야지 하는데도..
    너무 깊고 넓어서 도무지 건널 수가 없어.

    이렇게 큰 강이면 양안을 오가는 배라도 있어야건만,
    일전의 누구도 오려 하지 않고 가려 하지 않았던 듯
    나 혼자 아무리 손짓하고 발을 굴러도 저편에는 닿지 않는가봐.



    내뻗으면 닿을 듯 한 뒷모습 보면서도 소리내 이름조차 부를 수 없었어.
    그렇게 돌아 서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양..
    함박 웃음 가득한 얼굴, 두 손에 들려야할 꽃은 어두운 골목에 버려지고..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며 또 입에 무는 담배.
    쓰린 속 가득히 퍼지는 담배 연기에 새삼스레 구역질이 나.
    지긋지긋한 담배, 그 연기처럼 사라져 버려라.
    똑같은 노래를 듣는데도, 가는 길과 오는 길은 어찌나 다른지.
    볼륨이 점점 작아지다 기어이는 음악을 꺼 버린다.



    그저 드라이브 좀 한 것 뿐인데, 집에 오는 길은 왜 이리 멀기만 하던지.
    일요일 저녁이라고, 놀러 갔다 온 사람들 집으로 향하는 행렬 바라보며 괜히 짜증이 밀려 온다.
    나는 뭘 하려 했던가, 나는 뭘 하고 있는가..
    의미도 없는 질문들만 머리에 가득해.



    나는 냉정하고 논리적인 사람.
    무척이나 이성적인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일 따윈 나와 어울리지 않아.
    이런건 어울리지 않아, 어울리지 않아, 이건 내가 아냐.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
    렌즈 때문에 침침한 눈도 달래 줘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 그냥 앉아만 있어.
    그런데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10분.. 20분.. 30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도 시간이 계속 흘러 간다는 건 정말 억울한 일이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는 좀 멈춰 있다가, 해야 할 일 있을 때 다시 쓰면 좋잖아.
    하지만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 내일 아침 따위,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토악질을 하기라도 하는 듯, 
    괴로운 손놀림이 키보드 위를 노닌다.
    한 글자 한 글자 쳐 낼 때 마다 하나씩 하나씩 쏟아 냈으면 좋겠다.
    마치 토악질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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