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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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바람.
창밖 풍경은 흰 눈밭이어도 좋고, 따뜻한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갈대가 피어도 좋지. 방안 공기는 적당히 따뜻해야 좋겠고, 커다란 안락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어.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책들과 커피. 흘러내린 머리 쓸어넘기며 무릎 위에 올려 놓은 노트북위로 바삐 손가락을 놀리는 네게 질 세라 한줄도 빼 놓지 않고 정성껏 책을 읽어 내려. 한 단어도 빼 놓지 않고, 단 1초도 흘려 버리지 않고.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일지도 모르니까.. 올리브유에 볶은 야채와 고기, 내가 제일 자신있는 볶음밥. 한번도 해 본 적 없지만 스파게티 같은 요리도 도전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야. 물론,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하지만 도무지 난 된장찌개를 못 한단 말야. 김치찌개는 몰라도. ^^; 해가 질 무렵, 천천히 황혼에 접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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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 산책
저녁 무렵에 책을 읽다 잠이 들었어. 따뜻한 방에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노라니, 자꾸 잠의 여신이 손짓하더란 말이지. ^^; 책을 읽다 잠드는 일은 흔하지 않은데, 덕분에 꿀맛같은 낮잠을 잤다. 좀 자다 일어나 저녁을 먹고 앉아 있는데 눈이 온다는 얘길 들었어. 그 말에 놀라 창문을 열어 보니, 창틀에 쌓인 반가운 눈! 추운 줄도 모르고 고개를 뻗어 창밖을 보니 머리 위로 정신없이 눈발이 흩날리고 골목은 어느새 눈밭이더라고. 올 겨울 들어 첫 눈! 아주 조금.. 그것도 간밤에 내려, 온 줄도 몰랐던 눈이 이미 한번 내렸었다지만. 누가 뭐래도 내겐 이게 첫눈. ^^ 난 눈 오는 걸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무척이나 좋아했었어. 눈이 오면, 괜히 기분 좋고 가슴 설레곤 했지. 나이 들면서는, 눈 오면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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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벨소리
--------------------------------------------------------------------------- 어제 오랜만에 여기저기 많이 돌아 다녔더니 몹시 피곤했어. 전철을 그리 오래 탄 것도 무척 오랜만인 것 같고, 그렇게 오래 걸은 것도 무척 오랜만인듯. 덕분에 적당히 피곤해,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것 같아. 요즘은 밤잠을 설쳤었는데, 어제는 개운하게 오래 잤지. 아마도 내가 잠이 별로 없던 이유는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 --------------------------------------------------------------------------- 낮에는 핸드폰 벨소리를 만드느라 분주했어. 그동안 쓰던 벨소리는 벌써 만든지 2년이 가까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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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외출을 했었어. 아침 전철은 참 분주하더라. 대학은 어느새 시험기간인건지.. 자리에 앉아 연신 펜을 굴려가며 무언가를 외우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괜히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랬어. 그러고 보니 시험같은 일종의 테스트를 받지 않아 본지 꽤 됐구나. 다시 보게 된다면, 잘 할 수 있을까? 마치 내가 시험을 보게 될 것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전혀 모르는 그 사람들에게, 맘 속으로 시험 잘 봐서 좋은 성적 거두시라 덕담 한 마디 남겨 본다. 그렇게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왔어. 방치 - 그야말로 버려두다시피 했는데도, 즐거운 기억들 아직 잊지 않아줘서 고마웠어. 참 오래간만이었는데도 편하게 웃을 수 있어 너무 고마웠어. 새삼 사회 활동이란 것의 중요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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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오늘은 아침부터 밖에 나가야 해. 12시까지 애듀미디어에 가려면, 집에서 10시에는 나가야겠구나. 점심을 먹고 은행을 들러 미뤄둔 은행업무를 봐야지. 계좌를 개설하는 일도 인터넷으로 가능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하..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다고 연락 왔던데.. 뭐.. 가 봐야 술만 먹을 게 아니냐는 핑계로. 나는 또 은둔자가 되어 버린다. 다음에 메일 확인하러 갔다가 "빨간 자전거" 라는 연재 만화를 봤다. 몇년 전, 회사에서 심심할 때 마다 즐겨 보던 만화였는데.. 그때는 한겨레 신문에서 연재를 했던가? 아무튼.. 조금 따뜻하게 데워진 가슴으로 아침을 맞는다. 좀 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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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말이란 공연히 덧없다. 날짜 라는 것. 그저 편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이런 일 저런 일 떠 오르고.. 잘 한 일과 잘못한 일을 가르는 일. 부질없다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그러고 있는 내가 우습다. 문득 세어보니 올 한 해동안.. 200 개를 훌쩍 넘는 글들을 올렸다. 그리고 그나마도.. 최근에 집중적으로 써냈네. 머리 속이 복잡하다는 걸 단적으로 증명 중이다. 연말이 공연히 덧없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뭔가 이벤트가 많아지는 계절이란 점이다. 지치는 법도 없이 그룹별로 진행되는 송년회 부터 시작해서 무슨 날, 무슨 날.. 심지어는 크리스마스 따위도 있다. 무슨 날, 어떤 기념일에 특별히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그날만 되면 괜히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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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2
* 정작 가벼워지는 법을 배워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다. 왜 좀 더 Cool 해 지지 못한단 말인가? 자꾸 이런 저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뱉어내는 나를 보며, 그리고 지난 얼마간의 글들을 보며 구역질을 하고 있다. 안 그래도 될텐데, 조금 더 가벼워져도 좋을텐데.. 하지만 그런 생각 든다고 글을 지워 버릴 생각은 없어. 부끄럽고 인정하고 싶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 모두 나인걸. 조금, 가벼워 지자... ** 문득 잊혀졌던 이름 하나 떠오른다. 이제서야 생각하지만,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다 꺼내 보인 감정, 다시 밀어 넣느라 그때 그 녀석은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던걸까? " 참 좋은 일들 많았는데, 결국은 나쁜 기억으로 덮어야만 하는걸까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지워질 줄 알았는데, 안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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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지 어떤지 몰라도.. 내 안의 나는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어. 한번쯤은 마음 가는대로 해 봐도 좋지 않겠느냔 나와, 그건 못 오를 나무니 못 본척 넘어가라는 나. 만신창이가 되도 좋으니 혼자 동동거리지 말고 맘껏 부딪혀 보라는 나와, 아픈 건 이제 싫다고, 그만 두자는 내가 싸우고 있어. 그런데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새삼 무슨 얘길 꺼내보는 것도, 새삼 무슨 생각을 달리 해 보는 것도 우스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만약 할 수 있다면, 맘을 다 꺼내 무게를 달아 보고 싶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도록 말이지. 저울에 달아 어느 쪽이 조금이라도 내려간다면, 주저없이 그 쪽을 택하겠다고 되지도 않을 소리 말을 있다. 하지만 굳이 저울에 달아 보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