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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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절대적 무게 - 가늠할 수 있다면 - 는 다를 지 모르지만 나 역시 언젠가는 절망을 맛 본 적이 있었을테고,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아픔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리고..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힘든 기억이 바래지는 걸 상기해 보면, 가장 힘든 시간은 바로 지금일거야. 그래, 참 많이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온통 안개 투성이여서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겠어. 저마다 손을 내밀고는 있는데, 일으켜 세워 주려는 손이 아니라 무언가 더 내놓으라고만 하는 것 같아 보여. 그래서 온통 겁이 나고, 그렇게 겁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잖아. 그게 언제가 됐던,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내키지 않는 걸음이라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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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
화가 났다 해서, 수가 틀린다 해서 가까운 사람에게 마구 화를 표출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상대가 잘못했다기 보다 자기 마음의 문제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래. 아니, 어떻더라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하루 이틀 보고 말 사람이 아니고 가까운 사람. 나름대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러는 건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화를 퍼붓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며 용서를 구하지. 아니, 그럴 거면 대체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는거야? 정말 죽을 죄를 지어서, 다시는 마주 대할 일이 없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 별것도 아닌 걸로 화를 내고, 그야말로 자기 기분을 충족시키려 상대를 마구 대하는 걸 보면 울컥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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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자.
어제 입가의 느낌이 좀 이상하다 했더니 역시나 잔뜩 부풀어 오르는게.. 자고 일어나니 또 입이 잔뜩 부르터서 흉측한 몰골이 되어 있다. 연고를 잔뜩 발라 주고 자고 일어나고 또 자기를 반복. 머리가 띵하게 아픈 건 감기의 증상인지, 아니면 잠을 오래 잔 탓인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대단하게 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약골이 다 되었네. 눕고 싶은 맘을 추스려 컴퓨터 앞에 앉는다. 밤에 잠들기 위해서는 낮에 깨어 있는 수 밖에 없지. 내일 아침부터는 다시 일찍 일어나야 할테니까 말야. 뭘 했길래 이리 골골 대고 있느냐면.. 생활 패턴을 좀 바꿔 보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야. " 취향에 맞는 세계에서만 사는 것은 노인에게는 인생의 훈장이지만,. 20대에 벌써 자신의 세계를 한정해 버리는 것은 분명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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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 설치기
어제 밤잠을 마구 설쳐서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어. 9시쯤 되니,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 자다 일어나보니 새벽 3시.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은 탓에, 또 너무 일찍 잠을 깨버렸다. 그래도 다시 침대로 돌아가야 내일 스케쥴에 지장이 없을텐데.. 쓸데없이 컴퓨터 전원을 넣고, 이것만 하고 자야지. 저것만 하고 자야지.. 하면서 벌써 한시간을 넘기고 있네. 오늘 아침, 친구의 말에 졸린 눈 비벼가며 창문을 열었더니 창틀에 쌓인 흰 눈이 나를 반기고 있었어. 깜짝 놀라 방충망까지 다 걷어 내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미는데, 시원한 아침 바람과 함께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밤에 함박눈이 내린다는 형의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냥 오는가보다 했었는데.. 아침에 보니 정말 꽤 많이 온 축에 끼겠더라고. 올해는 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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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오랜만에 천안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했어. 벌써 못 본지 몇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네. 천안에 가도 용무만 보고 바로 바로 올라 오곤 했으니.. 내가 나쁘다. 헤아려 보면, 천안에서 올라 온지 6년이 넘었어. 얼마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얼마간은 종종 만났었는데 요 근래 2년간은 전혀 왕래가 없다. 나 없는 동안에도 녀석들은 여전한가보다. 나이를 먹으니 이제 슬슬.. 친구들 만나는 일이 예전같지 않다는 푸념섞인 친구의 말에 조급함은 또 숨턱까지 차오르고.. 잘 할거라 믿는다는 친구의 말은 외려 부담스럽기만 하고.. 명절은 물론, 친구들 경조사에도 안 가 본지 오래 됐고, 동창회에도 한번도 안 찾아 갔네. 욕을 무지 먹고 있단 말에 요즘 내 귀가 왜 그리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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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 지난 글을 이리저리 읽어 보다, 2년 전에 쓴, "엔트로피, 내 인생의 짐의 무게도 엔트로피를 따른다." 라는 글귀를 발견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잃는게 있으면 그만큼 얻는 것도 있는데.. 그렇게 보면 가치관에 따른 가치의 차이에 불과한 건데 손익을 따지는 나의 헤아림은 늘 어렵기만 하다. ** 또 언젠가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오늘 같은 내일을 살거라면 그런 생은 차라리 마감하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 여전히 숨쉬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는 마음. 더 말해 무엇하겠어. *** 더 나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어. 먹고 마시고 숨 쉴 뿐인 - 그저 연명(延命)하는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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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일기 #5
=============================================================== *로 구분해 하나로 묶으려 했던 글. 지나치게 길어져 읽지 않고 넘기는 일 없도록 하나 하나 나누어 쓰고 있어. 대충 읽고 넘기는 일은 글쓴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 (^^;) 하고 싶은 말들을 모조리 쏟아 내지 못 하는 일이 늘 맘에 걸려. 이건 펜을 놀리는 게 아니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필력이 아니라 타력이라 해야 하나.. 타력이 짧아 다 못한 얘기들.. 꼭 오늘만 날은 아닐 테니까, 언제고 또 풀어 낼 수 있겠지. =============================================================== ***** 1월 31일의 자정이 지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