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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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아쉬운 순간들이 있어. 영화 필름 돌아 가듯, 차르르~ 풀어지는 그 기억의 타래 속에서 말야. 너무 좋아서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게 아니라, 너무 안타까워서. 지금의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 또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텐데.. 하면서. 기억을 떠올리면 막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펼쳐지곤 하는데.. 다시 돌아 갈 방법이 없다는 건 역시나 안타까운 일이야. 정말 다시 돌아 가게 해 준다면 결코 그런 일들을 다시 만들지는 않을 건데. 하지만 내게 타임머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생각임을 너무 잘 아니까.. 그냥 뒤통수 두드리며 "에구 이 어리석은 사람아.. " 할 뿐이지 뭐. 아마 모르긴 해도, 나 말고도 누구나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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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
말다툼이 길어지다 보면.. 그 다툼이 왜 시작된건지,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왜 이렇게 얘기가 길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종종 있어. 한참 열을 내고 핏대를 세우다가, 문득 정신 차리곤, 이렇게 피곤한 놀음을 왜 하고 있는걸까 싶었어. 어차피 하고 싶던 말들은 이게 아닌데, 해야 할 말들은 이런게 아닌데 말야. 그렇게 말다툼이 길어지면,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채 자존심 싸움 하느라 화자들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만 내곤 하는데.. 그쯤 되면 이미 대안을 끌어내는 일은 포기해야 하지. 먼저 손을 내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거야. 아주 쉽고 간단한 말, 미안하다는 말 말이지. 그렇게 길고 피곤한 말다툼도 그 한마디면 끝이니.. 칼로 물을 벤다는 말이 딱 그래. 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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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어떤 제목을 쓸까 고민하다 달력을 보니 3월 4째주 월요일이야. 어느새 3월이 열흘 남았다. 남은 열흘 동안 더욱 열심내리라 다짐하고, 제목을 열흘로 남겨. ---------------------------------------------------------------------------------------------------- 학교를 비롯한 모든 관공서의 한 해 업무의 실제 시작이 그런 것처럼.. 보통 회사들의 연중 프로젝트의 시작이 대개 그런 것처럼.. 그네들과 함께 하는 나의 일이 늘 그렇듯.. 1사분기가 마쳐질 무렵, 2사분기의 시작이 가까울 무렵이면 바빠져. 지난 겨울, 좀 한산할 때 궁핍해 하기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여유를 부려도 좋을 걸 그랬는데 말야.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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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여기는 내가 종종 일을 받아 하곤 하는 회사의 사무실이야.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12분. 이 시간까지 남의 회사에 남아 있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어. 원래 이 시간까지 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래 정말 어쩌다 보니 이리 됐네. 형이 천안에 내려 갔다 올라 온다기에, 같이 집에 들어 가려고 그랬는데.. 무슨 일인지 형은 연락도 안 되고 나는 이 시간까지 남의 회사에 자리를 차고 있어. ^^; 남은 일을 좀 하고,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고 있는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나도 심심하다. 형이 연락이 안 되서 걱정도 좀 되고.. 이따 전철 다닐 시간까지 형에게 연락이 오지 않으면 첫 전철을 타고라도 집에 가야겠어. 흠.. 아무래도 눈도 나쁘면서 안경도 안 끼고 운전하는 형이 걱정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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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강장!
오늘 하루 잘 버텼어. 아까 아침에 쓴 글에서 말했든, 지난 밤 잠을 잘 못 자서 무척 피곤했었거든. 저녁무렵엔 정말 위기였는데 그래도 눈 비벼 가며 참 잘 버텨냈다. 이제 잠들면 당장 내일부턴 정상적인 라이프 사이클로 돌아 갈 수 있을거야. 정말 미치도록 빠른 시간인거 있지. 정신 차리고 나면 또 주말이 다가와. 이 글 쓰고 있는 시간은 새벽 2시가 넘고, 벌써 목요일. 하루 더 지나고 나면 이번주가 또 다 가버린다. 그럼 3월도 고작 2주 남는거야. 정말 빠르지?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금 무렵엔 중국을 가야해. 그런데 들이닥친 일거리에 도무지 짬을 내질 못해 중국은 커녕 집밖 산책도 못 나가고 살고있어. 분명 젊은 나이에 바쁜 건 좋은 거긴 하겠지만, 실속 있게 바빠얄텐데.. 그치? 어이없이 시간 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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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로...
생각의 흐름에 따라 두서없이 써내려간 글들에 제목을 달아 놓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다. 게다가 써진 내용은 비슷한데, 같은 제목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일은 더욱 더 힘들다. 날짜를 제목에 갖다 밀어 넣는 일도, 어쩐지 이건 아니다 싶지만 사실 편리하긴 해. 하루에 두세번씩.. 그냥 버릇처럼 들르긴 하는데, 좀처럼 글쓰기 버튼엔 손이 안 가. 어쩔 땐 쓰고 또 쓰고 싶기도 하고, 요즘 같을 땐 이렇게 하나 쓰는 것도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져. 3월 중순.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아주 상투적이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경구가 요즘 그야말로 내 하루를 대변해 주는 말들이 되고 있어. 넓게, 크게 보면 이 젊은 날의 내 삶 그 자체일런지도 모르지. 하긴.. 걷거나 뛰는 일. 갈 곳이 있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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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 오늘도 눈 뜨자마자 시작해 하루 종일.. 밥 먹는 시간 잠깐을 제외하고 계속 의자에 앉아 있었어. 손가락 끝에 통증이 느껴지길래 봤더니 물집이 잡혀 있다. 하루에 18시간씩 코딩하는 일을 사흘동안 반복했더니 당장 손가락이 견뎌내질 못하는가보다. ** 이렇게 죽어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도, 잡생각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신기하게도, 일하는 두뇌와 잡생각 하는 두뇌는 분리되어 있기라도 한 듯 쉴새없이 딴 생각이 들고, 그 생각들 떨쳐내려 머리를 흔들고 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잠깐 하려던 일이 호구책이 되고, 이젠 어느새 전업이 되어 버렸어. 이렇게 해선 답이 안 나오는데..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조급함만 이만큼 자라버린다. *** 언제였던가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그땐 느끼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