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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6. 2. 13. 04:38
    절대적 무게 - 가늠할 수 있다면 - 는 다를 지 모르지만 나 역시 언젠가는 절망을 맛 본 적이 있었을테고,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아픔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리고..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힘든 기억이 바래지는 걸 상기해 보면,
    가장 힘든 시간은 바로 지금일거야.

    그래, 참 많이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온통 안개 투성이여서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겠어.
    저마다 손을 내밀고는 있는데, 일으켜 세워 주려는 손이 아니라 무언가 더 내놓으라고만 하는 것 같아 보여.
    그래서 온통 겁이 나고, 그렇게 겁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잖아.
    그게 언제가 됐던,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내키지 않는 걸음이라도 열심히 옮겨야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

    아직 내겐 이루지 못한 것들이, 보여 주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
    절망이라는 이름에 나를 가둬도 좋을 만큼 충분하지는 않지만, 
    내 인생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어.

    천리길을 걸으려는 내게 부족한 것은, 걸을 능력도 걷기에 소요되는 시간도 아닌.
    당장 내딛는 한 걸음 뿐이야.
    걸음마를 뗀 후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한 걸음 내딛기 말이지.
    딱 한걸음만 내딛으면, 이미 그랬던 것처럼 다음 걸음을 또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거야.
    그러다보면 내달릴 때도, 또 숨을 고를 때도 있을 건데 처음 한 걸음 내딛기를 이렇게 오래도록 망설이고 있는거야.
    분명 질책받을 일,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야.

    생각해 보면 인생을 살아 오면서, 단 한번도 죽을 힘을 다 해 본 적이 없어.
    그러면서 온갖 죽는 시늉은 다 하고 있지.
    매서운 새벽바람에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일하러 나가 본 적이 있던가?
    아니면 자는 시간을 쪼개 인생을 위한 계획을 세워 본 적이 있는가?
    푸념과 하소연 말고 생산적인 생각과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언제 해 본 적이 있는가 말야.

    단단해지자.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먼데 자꾸 따뜻한 잠자리에 익숙해 지지 말자.
    쾌락과 타협하는 시간에 좀 더 나를 벼랑으로 내몰자.
    내 인생을 구성하는 것 중 어떤 것도, 내 의지 외의 것이 없도록 하자.

    회사 그만 두고 2막을 열겠다고 한지 1년.
    뭐든 시작해 보겠다고 말한지 꼬박 1년, 벌써 1년.
    그런데 돌아 보니 그저 "연명" 한 것에 불과했노라 말하니 기분이 좋아져?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결코.

    이를 악 물지 않으면 또 한 해가 그렇게 가버릴 거야.
    올해도 내내 연명만 하고 있을거라면, 
    살아가는게 아니라 단지 살아내는 거라면 그런 삶, 의미가 없어.


    정신 바짝 차려야해.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 지겨운 푸념과, 누구도 원치 않는 동정심 유발 따위 더는 하지 말고.
    온전히, 내 인생을 살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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