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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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를 만나다#2
박사과정을 밟느라 미국에 있는 쿠를 반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어. 지난 겨울, 비자 문제 때문에 들어 온 쿠와 만나고 꼭 반년 만이야. 생각하면 소중한 인연. 매번 잊지 않고 찾아 준다는 데 고마울 따름이지. 지난 번에 쿠를 만나고, 한껏 가라앉아 글을 썼던 기억이 나. 다시 찾아 보니, 참 많이도 가라앉아 있었구나. 그러고 보면 참 아이러니한 노릇이다. 그렇게 즐거운 사람을 만나는데도, 이렇게나 가라앉을 수 있다는 건...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는 나와.. 그 반년 동안, 역시 달라진 게 없는 그. 둘 다 똑같이 달라진 게 없지만, 나의 그것과 그의 그것은 참으로 닮은 구석이 없다. 그래서 안타까워. 잘 할 수 있을거라 말하는 그의 말에, 꼭 그래 보이겠노라는 다짐으로 눈을 맞춘다.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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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운동화 사 모으는 괴상한 취미를 버려야 해. 한번 입고 다시는 안 입을 티셔츠 사 모으는 괴상한 취미도 버려야 해. 쓸데 없이 사서 재어 놓고 그런게 있다는 것조차 잊어 버리곤 하는 못된 버릇도 없애 버려야해. 쓸 수 있는 돈과, 그렇지 않은 돈을 구별하는 법도 다시 배워야하고. 어쨌거나 나는 지출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해. 아직 7월이 채 다 가지도 않았는데.. 이번 달 지출 내역을 보고 까무러치기 일보직전. 그나마 가계부라도 쓰니 얼마가 나가고 얼마가 들어 온지 알았지. 안 그랬으면 아예 모르고 살았겠지. 어쩌면 이렇게 돈 쓰는 일에 무감한걸까? 아아.. 나는 역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였어... 반성, 반성, 또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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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마비, 조심..
뉴스에선 한창 마지막 장마가 몰아칠 예정이라고 난리야. 그러고 보면 올해 장마는 참 길기도 하다. 예년보다 좀 늦게 온 대신, 참 많이도 뿌리고 간다랄까? 중부 지방에 300mm 가까운 비를 뿌리고 갈 것이라는데, 더 큰 피해가 없길 바래야지. 정말 요즘 같아선, "시원하게 비나 와라" 하는 말을 하기도 죄스럽다니깐.. 여기저기서 비 피해로 울상이고.. 또 여기저기서 비 피해 없느냐 묻는게 일상이 되어 버렸으니, 나도 한 몫 거들어야 겠다 싶어 키보드를 두드려. 다들 큰 피해 없지? 남은 장마비가 무시무시한 피해를 주는 나쁜 비가 아닌, 시원하게 더위 식혀 주는 고마운 비로 느껴질 수 있기를. 뭐, 그 막바지 장마 녀석 덕에 산행을 미뤄야 했던 나도 피해자 중 하나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이 장마 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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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점을 뽑다.
오늘 점을 빼러 갔었어. (아니, 실제로 해 보고 나니 점은 빼는게 아니라 태워 버리는 것이더군.) 꽤 오래 전부터 생각만 해오던 건데.. 이제서야 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있던 점도 있고, 원래는 없었는데 어느 틈에 생겨난 것도 있고.. 그러고보니 얼굴에 점이 많기도 했네. 지금 뽑은 걸 세어 보니 열 두개야. 하.. 많다 ^^; 깨알 같이 작은 것도 꽤 있는데, 그런 건 그냥 넘어가 주었는데도 말야. 거울에 비춰 보면.. 빨갛고 거뭇하게 부어 올라 있어서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데... 상처가 아물고 나면 좋아지겠지? 그나저나 며칠 제대로 씻지 못할 일과, 또 몇달 동안 흉터크림이며 선블럭 같은 걸 해 줄 일이 걱정이다. 귀찮아, 귀찮아.. 늘 나를 위해 뭔가 하는 일엔 참 인색한 편이었는데..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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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야, 화이팅!!
며칠 전, 밤에 일을 하다 문득 메신져 창을 바라봤던 적이 있었다. 깊은 밤이라 로그인 되어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평소엔 거의 얘기를 나누지 않던 한 친구의 대화명이 눈에 들어 왔다. 어쩐지 인사를 건네고 싶은 느낌이 들어 잘 지내냔 말을 꺼냈다. 딱히 할 얘기가 있는 것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더구나 평소엔 그가 접속해 있는지 관심도 없는 편에 가깝지만. 변덕이라 욕할 필요는 없어. 뭐.. 누구나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의 인사가 오가고 다시 침묵. 사실 그 또한 내게 별로 할 말이 없었을게다. 내가 그랬듯. 언제쯤, 어떻게 얘기를 마무리 짓고 자연스럽게 대화창을 닫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 그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에 기분이 상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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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철야작업
* 오늘은 그간 작업하던 두 프로젝트의 데드라인. 결국 밤을 꼬박 새워서야 작업을 마쳤다. 진작 진작 해놨으면 이렇게 바쁘지 않아도 좋잖아, 라고 생각하긴 해도.. 돌아 보면 지난 몇주 동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뭐..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해도 당분간은 수정이니, 보완이니 할 일이 있어 바쁘겠지만, 그래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작업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 예상대로 몇가지 프로젝트를 더 치를 수 있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일정만 아니라면, 집에서 일하는 건 참 매력적인데... ^^ 하나의 일이 끝나기도 전, 다음 일을 걱정하고 있다. 딴엔 참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열심히 할 뿐. *** 그제는 모처럼 뙤약볕을 내리 쬐더니,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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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그램
언젠가 친구에게, 저런 그림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미적감각이 좋았다면 좀 더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나의 그것으론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림을 실제로 구현해낼 방법이 없다.) 맨 위부터 1단계, 2단계~5단계까지. 그렇게 분류된 단계에서 저 붉게 칠해진 부분에 주목한다. 2단계도 아닌 것이 3단계도 아닌 것이.. 이런 얘길 다 풀어내고 싶지 않으니, 저 그림은 아는 사람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겠다. 그러고보니 꼭 한명만 이해할 수 있는 얘기겠구나. 뭐, 어쩌면 가장 밑바닥을 하나 더 그려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종류의 얘기라면 사양이다. 좀 성의없긴 해도, 2006년 7월 18일 새벽 1시. 지금 나의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저 도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