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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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필요하다는 말은 무언가 가치 있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테지만, 내 경우엔 일반적인 삶의 이정표에서 나의 그것이 한참 비껴나갔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짜증스럽다. 하지만 결국은 다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일 뿐이니 짜증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이 모든 화살과 창이 나를 향할 뿐이다. 그래도 서러운 삶 이대로 마감할 수 없는 것은, 내 최고의 날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그저 나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런 내게도 웃을 날이 올게다.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집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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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中恨
아버지가 나오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꿈을 꾸었다. 나는 꿈속에서, 연민과 동정을 바라는 나약한 나를 보았다.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꿈을 꾸고 잔뜩 가라앉아 있다. 아버지가 그립다 하던 나는, 실은 아버지가 그리웠던 것이 아닌 모양이다. 어쨌거나 내가 가져가야 할 몫이다. 삶은, 때론 너무나도 격렬한 투쟁의 연속이어서 무얼 위해 사는지 또 무얼 바라고 사는지 잊어 버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내가 가져가야 할 몫이다. 인생이라는 무대에는 나 말고는 대신 서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을 두고 외로운 싸움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누구에게도 인생이란 그렇게 외로운 싸움임에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딛고 일어 서느냐, 영영 쓰러지고 마느냐 그 차이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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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가지 일을 마무리 하고, 다시 다른 일을 시작하려는 즈음이다. 아직 완전히 끝맺음을 하지 못한 지난 일의 잔처리와 새로 시작될 일에 대한 부담감. 일을 일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온전히 나의 뜻대로 일들을 처리해 나가야 하는데.. 어쩐지 쉽지 않다. 결국은 시스템의 부재. 한 두번 하는 일이 아닌데도 매번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적절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아직도 주먹구구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상황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 "당장 먹어야 할 떡을 위해 나는 살고 있어요." 향후 전망을 묻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참으로 적나라한 대답이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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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잘 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계속 거절을 해야만 했다. 결코 내가 미안해 하거나 할 일이 아닌데도, 계속 거절하다보니 어쩐지 미안해져. 그렇게 거절하면 서운해도 좀 접어 둘 법도 한데, 자기 의사를 계속 관철시키려는 그가 아쉽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못 이기는 셈 치고 승낙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됐었어.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 단순히 하고 싶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혐오에 가까운 일을 해야 한다는 건 너무 괴롭다. 만약 하겠다 했으면, 그건 나를 잃어 버리는 일이 될 것만 같아서... 거절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를 속이고 마지 못해 끌려 가는 일 따위는 사절이야. 별것 아닌 문제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건 아닌 것. 하루 종일 직/간접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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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갖고 싶어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서, 무언가 갖고 싶은게 생겨도 속으로 삭이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래도 갖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냐.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러자면 무언갈 이뤄내야 하겠지? 굳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단 기간에 갖고 싶은 것들. 그런 것들을 위해 거창하게 "이룬다" 라는 표현까진 필요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말야. 또, Sony 의 바이오 VGN-TX27LP/B. 이 녀석.. 1.25kg 라는 바디 무게가 무색하게도, 도킹이 필요없는 올인원식 서브 노트북이란 말야. 손희 이 자식들은, 어쩜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원... 원래 노트북에 그다지 열광하는 편이 아닌데, 이 모델을 보는 순간 이성을 잃고 있다. 푸아... 어차피 놋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