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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믐.
    Letter from Kunner 2007. 6. 15. 09:57
    나를 데리러 온 형을 다시 연습실에 데려다 주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자정이 넘었다.
    이미 만차가 되어버린 주차장을 휘휘 돌아 간신히 차를 세워두고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왔다.

    어쩐지 하늘이 밝아 달이라도 떴는가 싶어 고개를 올려다 보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달은 없다.
    그믐인가.
    핸드폰의 달력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음력 5월 1일.
    제대로 된 그믐, 달 따위가 있을리 없다.
    달이 없는데도 하늘이 이리 밝다니, 구름이 잔뜩 끼었나보다.


    달이란 건 늘 그 자리에 있는거고, 그 달 좀 보이지 않는다고 별로 달라질 것도 없다.
    더구나 바쁜 세상 살다보니 하늘을 올려다 본 게 대체 얼마만인지도 모르는데, 고작 달이 보이지 않는게 뭐 대수인가.
    그렇지, 그래.

    그런데 왜 이러나 모르겠네.
    대수롭지 않은 그믐이 어쩐지 대수롭게 느껴진다.
    아무 이유도 없이 올려다 본 달, 아무 감상도 없어야 하건만 어쩐지 감상에 젖는다.
    아마 보름이었더라도 그랬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꼭 달이 보이지 않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갑자기.. 가슴이 휑하다.
    쓰린 밤, 울적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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