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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Letter from Kunner 2007. 6. 15. 10:19어제 기말고사가 끝났다.
한 학기가 이렇게 마무리 된 것이다.
생각하니 빠르다. 한 학기를 마친다는게 이렇게 쉽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후회도 많고, 아쉬움도 많은 한 학기였다.
게으르지 않았다면, 좀 더 배움에 열의가 있었더라면..
상황이 좋지 못함을 탓하지만 말고, 나의 나태한 마음을 다잡았다면...
왜 고학생들의 일화를 보면 나완 비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잘만 성공하던데.
싹이 모자란 건가, 아니면 절박함이 모자란건가.
부끄럽다. 좀 화가 나기도 하고.
어쨌거나 한 학기 끝냈으니 후련하기도 하고, 조금은 대견한 맘 들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번 학기의 성적은 가관일 것 같다.
전공 과목은 낙제만 면해도 감사할 것 같고,
날로 먹으려던 HTML 수업 같은 것도 좋은 점수 받기 글렀다.
완전히 망친 수업이 두개, 보통 이하인 것이 세개.
간신히 두 과목 정도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올까 싶다.
망친거 두개, 만족하는 거 두개, 보통 이하 세개면 전체 평균은 보통 이하.
하.. 내 한 학기는 보통 이하인 것이다.
보통 이하의 학기, 보통 이하의 학생, 보통 이하의 인간.
그렇게 나는, 보통 이하의 인간.
이하는 대상을 포함한 하위의 개념이니 미만이 되어야 하나.
보통 미만의 사람이라니. 참 암울하게 들린다.
어차피 높은 학점 따서 장학금 받는 꿈을 꾼 건 아니었다.
애시당초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 성적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낙제만 면하면 돼.
하지만 성적을 제외해도 이번 학기의 나는 정말 별로였다.
근 10년만에 다시 찾은 학교, 맘 잡고 찾은 학교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과제나 좀 해갔다는 정도 말고는 달라진게 없는거야.
그 세월이 무색하게, 마치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것처럼.. 나는 달라진게 없었다.
대체 무엇때문에 학교를 다시 찾았는가, 하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생활을 나는 하지 못했다.
매일 지겹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고, 오늘도 하루 떼웠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나섰다.
그게 어디 학교 뿐이랴.
학교에선 회사 걱정, 회사에선 학교 걱정.
현재 속한 위치에서나 잘 할 것이지.. 정말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었다.
그게 화가 난다.
아무 것도 잘 한 것이 없어서, 둘 다 멋지게 해 내지 못해서. 그게 화가 난다.
아니,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해 내지 못한 것이 그게 참 서운하다.
부끄럽다. 참 부끄럽다.'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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