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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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기 설치 완료.
정신없던 하루가 지났다. 상투적으로 "정신없던" 이라고 말은 하지만, 돌아 보면 사실 그렇게 대단한 하루가 아니었긴 하다. 별 일 아닌 걸로 짜증내고 갑갑해 하던 건 아마도.. 간밤에 잠이 부족한 탓이었을 뿐, 다른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간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회사를 나와 집 근처에 있는 찜질방에 갔다. 씻고 잠들고, 다시 네시간 채 못 되어 잠을 깨 계량기를 설치할 현장으로 떠났다. 처음 해 보는 일, 처음 가 보는 곳이다보니 실수 투성이다.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은데 여기저기 허점이 보인다. 그래도 오늘 이것저것 경험해 보았으니 다음 주에 설치하러 갈 때는 무난히 끝마칠 수 있겠지. 계량기, 이 녀석. 이젠 속 그만 썩이고 즐거움만 가져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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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계량기.
* 오랜만의 밤샘. 하긴, 그래봐야 일주일이 좀 지났을 뿐이니 오랜만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겠다. 야근, 특근, 밤샘.. 이런 건 정말 싫은데.. 요즘은 늘상 달고 사는 것 같다. 이러다간 영감님처럼 되는 것 - 시간 문제다. -_-; ** 6월 말에 납품해야 했던 프로그램 개발이 이제서야 끝나고, 내일은 드디어 현장 설치. 수고 많았어, 케군. 혼자 다 하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다. 하나씩 둘러보다 보니 이것저것 손 봐야 할 것들이 눈에 띈다. 조금만 더 힘내보자. *** 내심 일정 문제 때문에 눈치가 많이 보였는데.. 설치를 마치고 나면 홀가분해질 것 같다. 하지만 충분한 테스트 없이 설치를 하러 가자니 이래저래 걱정스럽다. 혹시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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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절망을 듣다.
친구 녀석의 한숨 소리가 아직도 귀전에 맴돈다. 어쩐지 미안해진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는 그를 그렇게 큰 의미로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그건 내가 특별히 이상해서가 아니지 않은가. 고작해야 일년에 한 두번 연락 할까 말까니... 떨어져지낸 시간이 함께 한 시간보다 큰 만큼, 나는 그를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한다.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좌절을 겪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또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조차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녀석의 한숨이 깊다. 나의 좌절 가운데, 그가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은 없던 것 같다. 나는 늘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과거가 내게 그리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모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