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 지난 주 월요일에 글을 쓰고 꼭 일주일만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나같은 프리랜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본사에 들어 간다. 덕분에 무척이나 평온한 시간을 맞게 되는데..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도 짬을 내 타자를 두드린다. ** 지난 주말엔 눈이 참 많이 왔다 한다. 사실 난 눈 내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내내 집 안에만 있었으니까.. 어제 약국에 다녀 오는 길에 보니 눈이 퍽도 많이 왔던데.. 나 모르는 새 잘도 내렸구나. 눈이 내리는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것은 나이가 든 탓이렸다. *** 여의도역을 빠져 나오며 눈부신 아침 햇살을 한가득 맞았다. 바람은 차다만, 화창하기 그지 없는 날씨가 한 주의 시작을 축복하고 있다. 무엇하나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이지만, 딱히 대단할 것도, 무언가 의미있는 ..
-
잊어 버린다.
" 원래 그래. 골이 있으니 둔덕도 있는 법인걸. " ... 이라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휴...... 그래.. 그래. 태어나 처음으로, 삶이 버겁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종종 나는,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노라 했다. 자기애가 강한 나는, 어떤 상황이든 풀뿌리라도 부여잡고 생존을 위해 버텨낼거라 하곤 했다. 물론, 역시나 죽음 따위의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하지만.. 일순간, 내 "삶의 의미"와 "생존의 의의" 라는 것이 아무런 가치도 없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이렇게 원통하고 서러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고개를 떨치고 흔들어도.. 결코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언제고 기억을 더듬을라치면, 악령같은 몰골로 그날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낼 것 같..
-
12월의 근황보고
* 보름 전쯤엔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주말 내내 끙끙거리다 나았는데, 기침과 간헐적인 콧물(아.. 싫다)은 여전하다. 한동안 감기라는 녀석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그러고보면 이번이 올해 첫 감기겠구나. 행복한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던데, 올해의 나는 행복했던걸까? 풋.. ** 심심찮게 야근을 하고, 아주 가끔은 철야도 한다. 데드라인은 점점 가까오고, 작업은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종종 남은 일정을 보며 압박감을 느끼고, 또 어떨때는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지기도 한다. 까짓, 설마 못하겠어. *** 모두가 다 내 맘 같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다 내 맘 같기를... **** 자..
-
오랜만
벌써 12월이 든지도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꽤 오랜동안 글을 쓰지 않았네, 하고 보니 한달이 다 되어 간다. 무심하지, 너무 무심해. 그러고보면, 내가 글을 자주 쓰던 건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 뿐이었던 것 같다. 글이 없다해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구나... 글 한 줄 남기지도 못할 만큼 바쁜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도 아닌데.. 정작 머리 속의 온갖 생각들은 저마다 한 줄이라도 차지해 보려고 나를 부여잡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일은 쉽지 않다. 여튼.. 이렇게 잘 살고 있노라 기척을 내본다. 다들 잘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며, 안부 묻는 일에 게으른 나를 위한 변명도 한 줄 남기고.
-
바람이 분다.
집에 오는 막차. 전철안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인다. 문가에 서서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다 내릴 곳을 놓쳐 버렸다. 그간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요즘 들어 내릴 곳을 놓치는 일이 잦다. 막차인 덕에.. 내려서 집까지 꽤 긴 거리를 걸어와야만 했는데, 부평에서 집까지 걸어 보기는 참으로 오래간만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새 집으로 이사한 후에 걸어 보기는 처음이구나. 바람이 무척이나 심하게 불어 온다. 마치 태풍이라도 온 듯, 사납게.. 하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이라고 하기엔, 어쩐지 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치 봄바람처럼.. 아직 겨울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봄을 그리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줄면, 생각도 함께 줄어들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했고. 하지만, 언젠가 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