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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참 속물이다. 경멸하는 듯 하는 그건.. 어쩌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자기보호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생각할수록 끔찍한, 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그래, 난 속물이다. 속물이고 싶지 않아 끊임없이 나를 채근하는 그런 속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그런.. 속물. 온통 거짓과 기만으로 나조차 속이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슬픈 숙명 같은 속물. 이제 너무 버거워 벗어 던져 버리고 싶은데.. 그동안 쌓아 왔던 것들 - 얼마 되지 않는 그마저도 모두 무너져 버릴까봐.. 가면을 벗어 던지면, 나란 사람 정말 개차반이 되어 버릴까봐.. 용기가 없는 나는 다시 또 속물이기를 받아 들인다. 수없이 해온, 그런 자기합리화의 세계로 발을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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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주말에 무심코 TV를 돌리다, 예전 드라마 재방송을 보게 됐다. 곧 해당 회가 끝나 몇분 보지는 못했지만, 참 인상깊게 본 것 같다. "파리의 연인" 이라는 드라마였는데.. 한창 인기 있던 드라마로 기억하는데, 여타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것 역시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내가 알던건, 그저 얽히고 섥힌 가정사에, 얽히고 섥힌 애정관계를 그린 통속 드라마라는 정도? 이것도 선입견이지. 편견이야.. 그래, 인정할께. " 당신 참 나쁜 여자네. 비싼 옷에 비싼 구두, 비싼 목걸이 했으면 말도 행동도 비싸게 할 줄 알아야지. 다른 친구 없어? 다른 친구 없어도 이 친구는 만나지마! " 나 참.. 그렇게 당당하고 멋진 모습이라니. "드라마 따위.." 하고 생각했지만 이래서야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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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봄날은 간다.
* 하루에 한 시간씩.. 매일 공부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학과 공부를 해야겠다. 성적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래서야 어디 배우는 보람이 있겠는가. 회사 일에 매달리는 것도 정도껏. 그렇게 일하는 건 비효율적일 뿐이다. 두마리 토끼를 잡기로 한 이상,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걸.. 그리 할 바에야, 차라리 누구 말마따나 사이버 대학이나 가는게 나을지 모르겠다. ** 날씨가 또 갑자기 따뜻해져서.. 반팔 옷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겨울도, 봄도 가고.. 20대라 부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하면 어쩐지 서글픈 내 20대. 열심히 산 것 같은데..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잘 하긴 했는데. 괜스레 서운하고 한스러운 건 왜인지 모르겠다. 개나리는 벌써 다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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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 회사를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전했다. 그 전에는 회사가 역삼이라 출퇴근하기가 참 귀찮았는데, 이젠 집에서 많이 가까워졌다. 오늘 아침 시간을 따져 보니 집 문 열고 나와서 사무실 문 여는데 50분이 채 안 걸리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무척 가까운게지. 좋다. 100평 짜리 새 사무실. 참 넓다. 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텔레마케팅 영업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딱 우리 새 사무실처럼 생겼을 것 같다. 깔끔하니 나쁘진 않지만,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돈 많이 들었을건데.. 좀 오버긴 해도, 어쩐지 걱정스럽기도 해. 뭐 아무튼.. 이제 집과 회사, 그리고 학교가 서로 가깝다. 늘 피곤한 내 하루도 한결 나아지겠지. 감사하자, 열심히 하자. ** 어느 덧, 다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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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깨라.
* 사람 맘 조석변이라지만.. 지난 고민의 흔적을 좇다 보면, 사람이 이렇게 우스워질 수가 없다. 다른 것 없다 - 모든 고민의 원인은 내가 부족한 때문이다. 누군가가 달라지기를 바라기 전에, 내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 다를 수 없는 미래가 어찌 비전이 될 수 있겠는가. ** 냉정하게 말해, 그건 꿈이다. 한 두번도 아니고, 벌써 몇번이나 겪어 봤던 일인데.. 아직도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가보다. "난 이제 기대 안해, 그런 것 믿지 않아." 하고 말은 해도,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는가보다. 나는 그걸, 신뢰와 애정이라고 믿었지만 사람들은 그걸 어리석음이라고 말한다. 하기사.. 내 갈 길도 까마득한데, 누가 누굴 구제할 수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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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언젠가 첫인상이 어땠느냐 물은 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지만, 실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 초면에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는걸. 벌거벗은 것처럼.. 내 과거를 다 들켜 버린 것 같았어.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 눈빛을 난 피하고 싶었어. 처음 보는 사람을 그렇게 빤히 바라볼 수 있는 건, 대체 뭘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 나같은 사람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그런 자신감일까. 결코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눈빛인걸까, 하고 말야. 고백하건데, 가끔은 그 눈빛이 온전히 나를 향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어. 하지만 웃기는 일이지, 그런 바람은. 그래서 늘.. 바람으로만 남고 마는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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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
*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도무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자명한 것은 딱 하나. 난 좀 더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 배우자, 부딪히자. ** 지휘관의 생각을 부대의 전 장병들에게 납득시키려 할 필요는 없다. 능숙한 지휘관은 오히려 그 반대, 머리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지우고 오로지 명령에만 따르는 사병들이 필요할 뿐이다. 언젠가 조직이 공유해야 할 정보에 있어, 특정인들끼리 공유해야 할 것이 있고 모두가 공유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 걸 본 적이 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 모든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