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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봤다. - 아는여자, 사일런트힐, 빌리엘리어트
* 2년 만에 "아는 여자"를 다시 보았다. 갑자기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딱히 보고 싶은 게 없었다. 그냥.. 기분이 좀 좋아질만한 영화를 찾다 보니 "아는 여자"가 걸려 들었다. 이미 봤던 영화를 또 본다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 예외도 있다. 장진 감독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두번째임에도 불구, 여전히 재밌게 봤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 이나영이 너무 예쁘게 보여서 영화를 더 재밌게 봤던 것 같다. 내 참.. 연예인 얼굴이나 쳐다보고 좋아하다니 원..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쁜 건 이쁜거다. 어쩔 수 없다. ** "사일런트 힐" 이라는 공포 영화를 봤다. 실은 공포 영화를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영화 예고편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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暮
* 시간은 참.. 정말 너무나도 빨리 흘러간다. 어느 틈에 돌아 보면 주말, 또 어느 틈에 돌아보면 월말이다. 나이 먹을 수록 시간이 가속도가 붙는다던데.. 그건 왜 그런걸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은 학생 시절이나 직장인 시절이나 매한가지일건데 말야. 10월의 마지막, 올해도 고작 2개월여 남았다. 조금 있으면.. 춥다, 춥다 할 때가 올게다. ** 회사 문을 나서며, 싸늘한 바람을 맞고 기분이 갑자기 푹 가라앉았다. 피곤한 몸 빨리 가서 쉬어야지,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사람 목소리 그리웠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외롬 떨지 않아도 찾아 보면 얼굴 마주할 사람 왜 없겠느냐만.. 그마저도 하려 하지 않는 내 게으름이 나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 누구나 그렇듯,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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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별
피곤한 하루. 다 마치지도 못한 일을 서둘러 접고 회사를 나섰다. 오랜만의 칼퇴근이다. 운 좋게도 집에 오는 전철이 한산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힘든 하루였어, 수고많았다" 하고 안도하고 있는 찰나,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딴엔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가본데.. 그래도 다 들린다. 처음엔 뭐,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소리가 귀 속을 파고 든다. 얼굴을 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 그 답답한 말투. 가뜩이나 어려운 책이라 책장이 잘 넘어 가지 않는데, 덕분에 한 쪽을 몇 정거장 지날 시간 동안 읽고 또 읽고 있었다. " 책을 덮을까? 아니지.. 괜히 신경쓰이게 하지 말자. 자리를 옮겨? 아냐아냐.. 그것도 민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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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자.
* 언젠가는, "시련아, 내게 무슨 선물을 주려고 찾아 왔느냐?" 라던 징기스칸의 말을 회사 책상머리에 걸어 둔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 말을 깊이 깨닫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그 뜻을 다 깨달았다는 건 아니고, 적어도 지금의 나와 비교해서는 말이다.) 이제와 고백하건데, 그때의 솔직한 감정은 온통 시련인 것만 같은 - 그렇게만 느껴지던 - 나의 인생을 적당히 포장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시련들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었다. 어둡지 않고 밝음을 알겠느냐는 말 따위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고난과 고통, 분노와 시기. 나는 진실로, 인생의 어두움이라 여겨지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조금 더 인생을 배운 지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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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 낯선 출근길에 나선지 보름이 됐다. 주5일 근무니 꼭 열흘째 출근. 아직 정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거의 갈 일이 없던 관계로 처음엔 그토록 낯설던 신길역, 여의도 역이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점점 친숙해져 간다. 고작 보름만의 일이다. ** 출퇴근 길에 적잖은 위안이 되어 주던 책들을 다 읽어버렸다. 다른 책을 사게 될 때 까지, 한동안 적적할 것 같다. 착수금이 예정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다. 보고 싶은 책이 참 많은데, 돈 없이는 책도 못 보는 세상이다 - 당연하다. ***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이사하고 집 수리를 한 탓에 수중에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와중에 착수금이 늦어 지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에 위협을 느낄 날이 머지 않았다. 늦어진 국정감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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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거의 한달간이나 아무 글도 쓰지 못했어. 워낙 바빴다.. 라고 말하는게 적절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선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다. "워낙 바빴어."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소용돌이, 아직 미처 정리되지 못한 일들. 그리고 또 새롭게 펼쳐지는 일들. 무엇하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결국 다.. 지난 시간의 연장이고, 지난 일들의 연장이로구나... 최근의 근황을 적겠다더니 어느새 넋두리를 하고 있다. 나도 참... -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로 마음 먹은지 꼬박 한 해를 넘긴 후다. - 집 수리를 직접 해 보리라 마음 먹었다. 무엇하나 직접 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치라고 믿는 형 덕분에, 쉽게 팔을 걷어 부칠 수 있었다. 시멘트, 타일 에서부터 벽지, 장판에 이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