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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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꽤 오래간만에 쓰는 글이야. 며칠 바빠서 아예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지도 못했네. 오늘 접속해선 최근 게시물의 날짜를 보고 깜짝 놀랐어. 글 쓴 후로 며칠 안 지난 것 같았는데, 벌써 열흘이나 지나 버렸더라고. 4월이 막 시작되던 날 쓰고 오늘이 10일, 이젠 중순으로 치닫고 있는 4월이야. 바람 따뜻한 봄이라고 말하는 것 조차 새삼스러워. 집 앞 목련은 활짝 피어서 지나 갈 때 마다 은은한 꽃내음을 풍기고 있고.. 개중에 성급한 녀석들은 벌써 떨어져 내렸어. 목련은 피어 있을 때는 참 고운데, 지고 난 다음엔 참 보기 싫어져. 언젠가 읽은 글귀에선, 목련을 두고 앞뒤가 다르다며 비웃던데.. 딱 그 글귀처럼 말야. 좀 우습긴 하지만. 오가며, 떨어진 목련 잎을 볼 때 마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해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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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교
바로 아래글에서 "더 많이 만나고 느끼고 행동하자" 라고 말하긴 했지만.. 제한해야 할 것도 분명 있어. 폭 넓은 교류를 해야 한다고 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다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아. 선택과 집중, 분명 필요하지. 그런 점에서 그동안 나의 선택과 집중이 과연 현명했을까 하는 회의가 들어. 그리고 이런 의문을 품게 되고, 그걸 입으로 꺼내게 된 순간.. 이미 그건 사실이 되어 버렸을거다. 입밖으로 꺼내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꽤 오랜동안 품고 있던 의문이었어. 슬프게도 이젠 그 의문에 고개를 끄덕여야만 할 것 같아. 십수년을 바라봐도 늘 그래, 넌. 앞으로 십수년이 지난대도 늘 그럴거야. 그리고 지금의 내가.. 너와 거리를 두고 있단 사실이 무척이나 반갑구나. 지난 시간과 그 기억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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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자
----------------------------------------------------------------------------------- 2주 전, 주로 일거리를 제공받는 회사에서 밤을 지샐 뻔한 적이 있었지. 그때 글을 쓰다 형이 데리러 오는 바람에 미완성된 글을 남겼었고. 그리고 다시 2주 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어. 다른게 있다면 이번엔 형이 데리러 오지 않는다는 것. 꼼짝없이 완전히 날을 새워야 할 판이야. ^^; 형이 지방에 내려 갔다 오는 날이어서, 올라오는 길에 데리러 올 줄 알았더니만. 서로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미아가 되어 버린거야. 형이 이미 집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이미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고, 몹시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의 형에게.. 나를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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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손이 손가락과 움푹 패인 면 - 손가락의 틈새 - 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깍지를 낄 수 없을거야. 들쭉한 부분이 있으니 날쭉한 부분도 있는거지. 그 들쭉날쭉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두 손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해. 중요한 건, 깍지를 껴 하나가 되겠다는 의지인거야. 양손이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깍지를 낄 수 있다는 말은 궤변에 불과해. 정작 깍지를 낀다는 건, 반대편 손가락 자체가 아니라 반대편 손가락과 손가락의 틈 - 그 들쭉날쭉함의 결합이니까. 결국 다르다는 건,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관계 라는 건 다름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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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여기는 역삼동의 친구네 집. 내 오랜 친구 중 하나인 상이가 서울 올라 온 지 반년이 넘었는데.. 처음 이사 오던 날 한번 왔던 걸 제하면, 오늘 놀러 온게 처음이야. 생각해 보면 참 무심했어. 사실 그렇게 바빠 죽을 만큼도 아니었으면서.. 예전에 친구들이 모두 천안에 있을땐.. 어느 하나라도 올라와 있는다면 내 외로움을 많이 달래 줄텐데.. 하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 둘이나 올라와 있는데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결국 내 맘 가짐이, 내 행동이 문제였던 건가보다. 뭐.. 어쨌거나... 내일 친구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놀러 온건데, 정작 친구 녀석은 피곤하다며 진작 잠들어 버렸어. 내가 워낙 늦게 도착한 탓도 있으니 잠자리에 든 친구를 원망할 순 없다. 나도 내일을 위해선 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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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치고..
꽤 긴 하루가 지났어. 아침 일찍 일어나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2시네. 오늘은 운동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일만 했어. 친구가 예비군 훈련으로 천안 내려가서 주말에나 올라 오는데, 그때까지 운동은 잠정적 보류야. 혼자 하기는 영 껄끄러워서.. ^^; 끝도 없이 밀린 일거리를 대충 마무리 지은 것 같아. 이제 또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늘 그렇듯 시작하기 전엔 막막하다. 이것도 저것도.. 혼자 다 해야 하는 일은 할 때 마다 늘 버거워. 어제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생각하니 올해는 2006년. 10년 전, 그러니까 96년.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 떠올랐어. 내 참 좋은 친구인 정식이를 처음 만난 해이기도 한 2006년 말이지. 그땐 정말 세상이 다 내것 같았는데. 10년 후 내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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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은 사라져간다.
요즘, 매일 저녁 운동을 하고 있어. 운동을 하러 다닌지는 꽤 됐지만, 시간 정해 놓고 열심히 하게 된 건 며칠 안 됐지. 집에서 걷기엔 좀 먼거리긴 한데.. 지난 가을,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했던 상동 호수공원을 갔다 오곤해. 공원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조깅을 즐기기에도 좋고, 각종 운동기구도 많아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두시간이 후딱 가 버려. 그렇게 운동을 마치곤 30분 정도는 농구를 하다 오는데, 이쯤 되면 몸이 노곤해지는게 참 좋아. 보통 여섯시 무렵에 나가서 아홉시 쯤 들어 오는데 그렇게 몸을 놀리고 들어 오면, 평소에도 워낙 좋아하는 샤워, 더욱 더 즐거워지고. 밥맛은 너무 좋아지고. 그리고 맞는 밤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머리 - 그 잡상과 고민과 불안, 번뇌 -에 쓸 에너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