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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다툼
    Letter from Kunner 2006. 3. 24. 08:00
    말다툼이 길어지다 보면..
    그 다툼이 왜 시작된건지,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왜 이렇게 얘기가 길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종종 있어.

    한참 열을 내고 핏대를 세우다가,
    문득 정신 차리곤, 이렇게 피곤한 놀음을 왜 하고 있는걸까 싶었어.

    어차피 하고 싶던 말들은 이게 아닌데, 해야 할 말들은 이런게 아닌데 말야.


    그렇게 말다툼이 길어지면,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채 자존심 싸움 하느라 화자들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만 내곤 하는데..
    그쯤 되면 이미 대안을 끌어내는 일은 포기해야 하지.

    먼저 손을 내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거야.
    아주 쉽고 간단한 말, 미안하다는 말 말이지.
    그렇게 길고 피곤한 말다툼도 그 한마디면 끝이니.. 칼로 물을 벤다는 말이 딱 그래.
    칼로 물베기가 되는 관계가 아니라면, 말다툼을 삼가게 될 테니까..
    아마 모든 말다툼은 칼로 물베기를 수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점점 성숙해져 가는 걸꺼야.
    긴 다툼의 과정에서 본의 아닌 실수들, 자존심 세우느라 상처 내기에 급급했던 걸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게 됐으니.
    설령 아직 응어리가 남았대도, 나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을 법한 상대를 배려할 줄 알게 됐으니까.
    그리고 이런 점은 아쉽다, 앞으로 기대할테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건 더욱 그래.
    그냥 식식거리며 화만 내고 끝난게 아니라 다행이고 또 괜스레 대견하기도 하고 그래.


    하지만 말다툼이란 것, 정말 지치고 피곤한 일이야.
    다시 하라면 못하겠지만, 또 다른 일로 다툼이 시작된다면 그건 그때 가 봐야 알겠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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