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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다녀왔다.Letter from Kunner 2004. 7. 5. 01:16어젠 결혼식을 다녀왔었어.
형이 레슨 받는 선생님의 결혼식, 나도 몇번 뵌 분이라 같이 갔었지.
턱시도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새 신랑은, 이미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더군.
뭐,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워지는 거야 새삼 말할 필요 있겠느냐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감인지,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한다.
이제 그 레이스의 시작일 뿐이지만.. 본격적인 시즌은 2~3년 후가 되려나?
어찌됐건, 무척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
결혼은 인생의 족쇄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리 묶이고 싶을까 모르겠다.
하하..
나는 주례사 따위, 입에 발린 말이요 그저 신랑, 신부만 귀담아 들으면 되는 도덕책 읊음이라 생각해왔었어.
꼰대들 잔소리를 싫어하는 것도 크게 한몫할거구.
그래서 보통 주례사 읊고 하면 밖에 나와 산책을 하는 편이었거든.
그딴 얘기 안 들어도 그만이라 생각하면서 말이지.
하지만 이번 결혼식에서는, 형을 데리러 갔다가 주례를 다 듣고 나왔다.
교회 목사인 모양인데, 몇가지 아주 좋은 얘기를 하더군.
그 중에 하나가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였어.
사람들은 보통, 결혼을 하면서 좀 더 편해지고, 좀 더 대접 받을 수 있게 되길 원한다고 하더군.
하지만, 결혼이란건 상대를 대접해주고, 배려하고 복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수많은 가정이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데는, 바로 이런 시각차가 있다고 하더군.
결혼을 해서 더 편해지고, 또는 신분상승을 하고, 또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지기를 기대하는데, 상대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종국엔 파경. 다른 길 있을까?
결혼이란, 사랑이란 그렇게 자기 희생을 하기 위한, 평생 반려자를 섬기려는 자세로 해야 한다는 얘기, 그렇게 뻔하고 당연하고 고리타분한 얘기가 내 마음에 깊이 파고들었다.
순수함을 잃던 그 시절부터, 나는 은연중에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닌 받는 것이라 착각하며 지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반성, 그리고 얼마간의 희망을 가진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자라야만, 잘못을 타개할 수도 있을테니...
얼마간 나를 채운 희망은 바로 그런 점에서 비롯되었나보다.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자기반성의 길.
하긴, 그게 그리 쉬웠다면 세상에 성인이 아닌 사람 누가 있겠나.'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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