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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Letter from Kunner 2006. 6. 24. 12:26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필요하다는 말은 무언가 가치 있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테지만,
내 경우엔 일반적인 삶의 이정표에서 나의 그것이 한참 비껴나갔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짜증스럽다.
하지만 결국은 다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일 뿐이니 짜증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이 모든 화살과 창이 나를 향할 뿐이다.
그래도 서러운 삶 이대로 마감할 수 없는 것은,
내 최고의 날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그저 나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런 내게도 웃을 날이 올게다.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 오면서 마트에 들렀다.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고 있다가 문득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라디오 진행자의 멘트를 듣게 됐다.
"마흔까지를 인생의 전반전, 그 후는 후반전이랍니다."
하지만 저 멘트를 쓴 사람은 모르고 있던 모양이다.
전/후반이 전혀 다른 양상을 띌 수 있는 축구완 달리, 인생에 있어 오늘이란 언제나 지난 날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의 오늘이 내일을 들여다 보는 창이 된다는 사실에 키보드를 놀리는 손이 더욱 바빠진다.'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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