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오늘 하루, 생각들
    Letter from Kunner 2006. 8. 31. 07:50

    *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힘든 하루였어.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채 아침부터 안성행 버스에 몸을 싣고,
    서너시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차를 갖고 예전 알던 카센터로 이동.
    보험사와 몇번의 통화 끝에 차를 카센터에 맡겼다.
    다시 뚜벅이가 되어, 이젠 좌석버스가 된 710번을 타고 천안으로.

    멕시코에서 귀국한 후로 한번도 보지 못한 강딸을 만나 
    입맛에 맞지 않는(-_ㅜ) 전철우 갈비찜을 맛있게(!!) 먹어 주고...
    터미널에서 1시간을 기다려 부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와중에 종욱이를 5초 정도 만나고, 버스 출발 시간의 압박으로 악수 한번 해 보지 못한 채로 bye~

    평소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코스인데..
    부천 터미널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두시간이 훨씬 넘게 지났다.
    퇴근 시간에 맞물려 차가 꽤 많이 막혔는가보다, 하며 택시 승강장으로 가다가 긴 정체행렬을 보고 뜨악.
    형에게 지갑을 주고 온 터라 주머니에 만원짜리 하나 딸랑 있어서..
    평소에도 6~7천원은 나오는 코스, 저 정체를 뚫고 가려면 만원 갖곤 턱도 없겠다 싶어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중동역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분명 이정표가 보이는 걸로 보아 근처 어딜텐데.. 하며 걷게 된 게 40분.
    시원한 바람이 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름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덥다.



    **
    이정표만 바라고 하염없이 걷는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목적지가 분명하니 멀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은거야."

    우리네 삶에도 저리 분명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면..
    하루하루가 그렇게 혼란스럽지도 않을테고,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만도 않을텐데..
    잘 가고 있는가 불안해 할 필요도 없고 그럴텐데..

    목적지가 분명한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그래.. 적어도 우리 모두의 공통된 목적지, 죽음이란 것에는 확실히 가고 있긴 할텐데..
    그 외의 것에는 잘 모르겠다.



    ***
    전철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걷는 중에 또 다른 생각에 빠진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확신의 부족이다.
    그리고 그건, 다시 자격 부족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면, 결국 모든 게 불분명해져 버린다.
    역시나... 확신의 부족이다.



    ****
    선한 동기가 항상 선한 결과를 수반하지는 않는 법이라 했다.
    또 누군가는 선한 동기 - 그 자체가 선이라 한다.
    동기가 과연 선했는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잘 했다 할 수 있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나의 바람으로는, 선한 동기 - 그 자체로 선이라 평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내 안의 다른 목소리는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가보다.

    내가 나빴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텐데..
    내가 나쁘다.

    그래.. 다시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앞으로 이 얘기는 영원히 no comment.



    *****
    지금의 나는 전혀 Great 하지 않다.
    Great 하지 않아 슬프고, 
    슬프기 때문에 나는 Great 해 질 수 없다.

    털어 버리자, 자유로워지자.
    조금은.. 물러서자.
    그건 나의 몫이 아니다.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  (0) 2006.09.15
    위안  (0) 2006.09.15
    escape  (0) 2006.08.31
    그냥 그걸로 끝이다.  (0) 2006.08.25
    알러빗.  (0) 2006.08.24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