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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brother
나와 맞닿아 있는 사람. 직접 말해 본 적은 없지만 나는 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도 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권위를 내세워 나를 놀라게 할 때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감정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또 내가 받아 들일 수 없을 정도로 강압적일 때도 있어. 어쩌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면들까지 형은 한 몸에 갖고 있는지 모르지. 하지만 그런데도 싫어지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다름 아닌, 내 형이니까. 늘 형의 의견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간 나보다 많이 쌓은 밥그릇 수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또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형은 내게 그런 존재. 내 눈을 좀 더 크게 띄워 주는, 내게 가장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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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건너닷컴!
자못, 글이란 건 몰아서 쓰는데 그 맛이 있는 게다. 글을 자주 쓰지 않는다는데 대한 변명. 나의 성찰이란, 반성과 반성의 연속이다. 매번 푸념과 한숨, 또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 놓는다는데 대한 변명. 하지만 변명을 아무리 늘어 놓는데도, 가장 소중한 공간 운운하면서도 그에 맞는 대우를 못 해 줘서 미안해. ^^; 비록 평균 조회수가 열을 넘지 않는다 해도, 나에게는 여전히 가장 소중한 곳, 나의 건너닷컴 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멋들어진 디자인을 가진, 제대로 된 사이트를 만들어 주고도 싶은데.. 매번 맘처럼 안 되네. 결국 요전번에 하려던 리뉴얼도 글 입력 상자만 바꾸고 말아 버렸지. 그래도 배운게 이리 요긴하게 쓰이는 걸 보면, 인생 헛 살진 않았어. 아마 이 홈페이지가 내게 더 애틋한 이유는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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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로 잘 하고 있어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게 남자건 여자건, 즐거운 기억을 함께 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던, 내가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던, 아니던.. 설령 너무 오랜 예전의 일이라 이름도 성도 가물가물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를 기억해 준다는 건 여전히 즐겁고 감사한 일이다. 어린 시절, 나는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또렷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별 관계가 아니더라도,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 사람. 자꾸만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부각되고 싶었고, 늘 누군가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했다. 길건호 라는 이름 석자를 가진 나란 사람, 누구나 그렇듯 죽음을 맞고 나면 이 세상에 없는 거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면 나는 영원히 실재 하는 거라고. 좀 맹랑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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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후 열흘 정도가 지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당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한다. 원래대로라면 거의 끝나가야 정상일 건데.. 자잘한 것들이 시간을 퍽이나 잡아 먹는다. 그래서일까, 시간은 무척이나 빨리 가는데 일 하는 도중에는 왜 그리 지겨운지.. 메뉴 하나를 끝내 놓으면 다음 메뉴를 건드리기가 싫으니.. 나름대로 완전 집중 모드로 작업을 해도 평소보다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생각 끝에.. 이제 이 일도 슬슬 나완 맞지 않는건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열심히, 죽어라 코딩 해 보는 것도 꽤나 오랜만인 것 같다. 그래봐야 한 두달 만이겠지만.. 그동안 손가락이 무뎌지고 배에 기름이라도 낀 걸까? 하하.. 며칠 키보드를 미친듯 두드리고 있었더니 왼쪽 검지 손가락이 물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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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
어린 시절, 나는 사랑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라 믿었다. 처음 마주칠 때 부터 머리에서 종이 울려 대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 저것 따져가며 만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생각했었다. 사랑이란 그저 보는 순간 불꽃이 튀어야만 했던 것이다. 순정만화를 보며 자란 것도 아닌데도, 마치 순정만화에나 나올 것 처럼 내가 그리는 사랑은 늘 그랬다. 물론 순정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내가 큰 키와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게 올 사랑은 굳이 내가 그런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분명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언젠가는 천사의 종소리와 함께 꼭 나타날 거라고 나는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랬던 적이 있는가? 보는 순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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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자.
* 열어둔 창문으로 들려오는 부산한 아침을 여는 소리와 함께 오늘도 하루가 밝는다. 어떤 집에선가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어디선가는 생선을 굽는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빌라는 너무도 많은 것을 공유하는가보다. 간밤에 자지 않았으니 분명 잠을 자야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나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뜨고 가만히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는데, 괜스레 서글픈 생각이 든다. 뭘 하고 있는걸까 나는.. ** 고등학교 시절, 나는 학교에서 연극부에 가입해 활동했다. 여학교에서는 인기라지만, 남학교에서 연극의 대사나 읊고 있는 것은 참 딱한 일. 더구나 질풍노도의 극을 달리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저 학교 축제를 위해 존재하고, 축제가 끝나면 다음 축제 때 까지 유명무실해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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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만..
* 지난 며칠, 심신이 고단해 그저 시간을 보내고만 있었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처럼, 나를 지나쳐 흘러가는 듯한 시간을 바라보며..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만 있었어. 오늘 아침, 애독하는 예병일의 경제노트를 보니 매일을 생의 마지막처럼 살라는 스티븐 잡스의 말이 있던데.. 그걸 보고도 별 감흥 없이 하루를 그냥 보내버리고 말았네. 하루가 이렇게 허무하게 갈 수가 없다. 하.. ** 월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일은 그 회사 내부 사정으로 수요일, 바로 오늘로 연기 되고.. 나는 이제 자고 일어나면 회의를 하러 가야해. 매번 하는 일이지만, 이번 일은 웬지 너무 하기가 싫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싫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은 없던 것 같은데.. 괜히 마음이 안 내켜 짜증부터 부리고 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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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녀석아..
* 요즘은 머리가 좀 복잡하다. 뭐, 고민에 둘러 쌓여 있는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결국 또 잠을 설치고 PC에 앉아 이리저리 맘을 달래고 있다. 욕심을 줄여야 마음에 평안이 오려나.. ** 지금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와는.. 이게 뭔가.. 뭐하고 있는 건가 싶다. 녀석은 일을 배우고, 일을 하기 위해 올라 왔다. 가족들의 우려에도 불구, 나는 녀석을 집에 데리고 들어 왔다. 식구가 하나 늘어 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부담 되는 일이다. 단순히 밥 숟가락 하나 더 얹어 놓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쉬운 예로, 이번 달 전기세는 10만원을 크게 넘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윈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꿈에 빠져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