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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brotherLetter from Kunner 2005. 8. 4. 16:04나와 맞닿아 있는 사람.
직접 말해 본 적은 없지만 나는 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도 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권위를 내세워 나를 놀라게 할 때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감정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또 내가 받아 들일 수 없을 정도로 강압적일 때도 있어.
어쩌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면들까지 형은 한 몸에 갖고 있는지 모르지.
하지만 그런데도 싫어지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다름 아닌, 내 형이니까.
늘 형의 의견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간 나보다 많이 쌓은 밥그릇 수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또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형은 내게 그런 존재.
내 눈을 좀 더 크게 띄워 주는,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 중 하나야.
바로 인정하지는 못해도 돌아서면 나보다 더 큰 그릇을 가진 형임을.
어쩌면 형이라는 이름이 바로 그 얘길 해 주는가봐.
내가 비틀 거릴때, 때로는 부축을 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일어나도록 지켜 봐 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틀거리는 나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형이 야속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것마저 나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
꿈보다 해몽일 뿐이라해도, 그런 형에게 늘 감사하고 있어.
종종 형은 나를 감당하기 힘들만큼 들볶을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나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어.
역시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건, 우리 그 닮은 생김만큼이나 그대로 드러나는 사실인걸까.
만약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영영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을 건데
이상하게도 형과는 하루도 안 되서 반색을 하게 되니 말야.
아니, 하루가 뭐야. 얼굴 붉히고 큰 소리를 내다가도 피식 웃게 되는 걸...
지난 주말, 형이 처음으로 공연하던 날.
그날 참석하신 찰스강 선생 사모님께서..
우리같은 형제 보기 드물다며, 참 좋아 보인다는 말을 해 주셨지.
뭐, 얼굴 붉히고 싸워대는 꼴은 보지 못하셨으니 당연하겠지만(^^;) 그 말, 계속 여운이 되어 남는다.
딱히 잘못하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늘 돌아서면 형에게 미안한 맘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엔, 과히 나쁘지 않았던가봐.
떠올리면 기억 속에선 언제나 고등학생 시절 정도로 멈춰있는데,
어느덧 나이를 헤아리다 보면 서글퍼 지는 것도 사실이야.
언젠가는 저마다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날도 오겠지.
형이 막 군대를 갔을 무렵.
나는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만 같았었지.
매일같이 나는 외로움에 치를 떨어야만 했어.
세상은 너무나 어려운 일 투성이었고, 나 혼자 헤쳐가기엔 너무 어렵기도 했어.
내 의지대로 해 왔다고 믿었던 그 모든 일에는
형의 영향이 너무나 짙게 깔려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는 기회이기도 했지.
그걸 깨닫는 순간, 형이 그토록 밉게 느껴질 수 없었어.
머잖아 증오는 사랑의 다른 이름 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처음엔 그마저 얼마나 감당하기가 어렵던지..
형이 없던 그 몇년 동안,
나는 형이라는 부목 없이 홀로 서는 법을 배우고 익혀 나갔고,
그렇게 형이 돌아 온 후엔, 함께 걷는 법을 익히게 됐어.
물론, 서로의 길이 완전히 같지 않고
가치관과 사고가 같을 리 없어 때로 발목을 부여잡기도 하지만,
서로의 모난 부분을 다듬기 위한 거울 같은 존재, 다름 아닌 형이지.
어쩌면 이리도 같을까 싶을 때도 있고,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쩌면 이리도 다를까 싶기도 한데.
그런 것들이 모두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된다는 것,
새삼 깨닫고 감사하는 일이야.
주위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 형은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어.
워낙 쉬운 길이 아닌 만큼, 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형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참으로 더디고 어려울지 몰라.
지난 날, 내게 베풀었던 형의 그 맘 씀씀이. 그에 반이나 따라갈까마는..
풍족하진 못하더라도 부족함은 없도록, 형의 뒤를 받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지.
형의 연주에 대해 그저 취미 활동 정도나 할 거냐며 따지고 들었던 적이 있어.
그걸 익혀서 형의 만족만 가지고 말거라면, 형과 나는 다른 길에 있게 될 거라며 차가운 말을 한 적도 있었지.
음악 연주가라는 것, 내겐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잘 살 지도 못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냐.
형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 그걸 보는 게 내겐 참 즐겁고 기뻐.
언제나 한 목소리로 형을 응원해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늘 그렇진 않아도 대부분은 그럴테니, 너무 서운해 하진 말기를..
캠코더가 없음을 무척이나 한스러워 했던 형의 첫 공연.
비록 객원으로 참여했을 뿐이지만, 분명 형은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이었어.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가 결코 부끄럽지 않았던, 내 형이 아니더라도 단연 그날의 메인으로 뽑기에 주저함이 없을..
형이 참 자랑스러워.
앞으로도 그렇게 빛나는 모습만 가득하기를..
아직은 현실의 벽이 너무 두텁고 높게 보이지만..
언젠가는 그것들 다 걷어내고 이내 호기에 찰 형이라는 것.
난 항상 믿고 있어.
자, 힘을 내서 하루하루 더욱 열심 내기 바래..
물론, 나도.. ^^
언젠가 시간이 더 지나서..
지난 세월을 주억이면 늘 웃음만 피어 나도록, 우리 인생이 늘 아름답기를...'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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