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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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늦은 한 해 마무리하기
새해가 밝은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게 지난 달 22일이니, 어느 틈에 또 보름이 넘게 흘렀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참 잘도 간다. 한 해를 뒤돌아 보고, 다가오는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도 세워 보고.. 해야 하는데 좀 경황없이 세모를 보낸 것 같다. 그럼 이제라도 정신을 좀 추스려 볼까.. 참 많은 일들이 있던 지난 한 해였다. 먼저 졸업. 끝이 없을 것 같이 아득하기만 했는데.. 시간은 어떻게든 흐른다. 부정의 의미로든, 긍정의 의미로든 - 시간은, 어떻게든 흐른다. 당시에는 굉장히 숨 막히는 생활이었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삶이 다 거기서 거기다. 견딜만하니 견딘 거겠지. 그러고보면 욕심이 남는다. 진작 좀 더 열심히 해 볼 걸. 삶의 무게추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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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냐, 내 이름을 말해봐!
깨달음은 전광석화 같이 오기도 하지만, 천천히 오기도 한다. 바로 돈오이기도 하지만 점수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날을 부정해야만 할 것 같은 때가 있다. 그의 말에 나는 잘 못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잘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서 생각하니 바보 같은 짓이었다. 지금의 나는 어제와 그 어제와 또 그 어제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어쩌면 나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상대의 말에 긍정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그렇게 말 잘 듣는 사람이었다고... 뭔가 석연치 않고, 마뜩치 않아 계속 입맛이 썼는데.. 우연히 법륜스님의 강의 동영상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느낀 답답함은 다름 아닌 이 때문이었다. 과거를 껴안아야한다. 용서하고, 위로하고, 칭찬하고, 감사해야 한다. 어찌 과거가 다 부정할 것 투성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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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이 없어서 그래.
* "Stay hungry, stay foolish." 얼마 전 고인이 된 좁스 형님이 하신 말씀이라지. 워낙 유명한 말이라 새삼 화두로 꺼내기도 민망하지만, 요즘처럼 이 문구가 머릿속을 맴돌 때가 또 있었을까. ** "안 되면 그냥 짐 싸서 내려가 버리지 뭐.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데." 20대에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임권택 감독에게 두렵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왈칵 했다. 따지고보면 뭐 하나 이룬 것도 없고, 뭐 하나 가진 것도 없으면서 뭘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걸까. *** 물론 그럴 수는 없다. 사람이 순간순간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에 가졌던 절박함의 반의 반만이라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면..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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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지는 자리..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 가사 중..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지는 자리.. 하는 대목이 있다. 처음 그 가사를 들었을 때 뭔가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지.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지는 자리라.. 어쩜 저런 표현을 생각했을까, 하고 말야. 대개 요즈음의 대중가요라는 것이 시덥지도 않은 가사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얼마나 운치가 있던지..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시인데, 거기에 가락을 붙여 노래를 만든 것이라 한다. 자전거 탄 풍경의 '비가 내려'라는 노래다. 생각 난 김에 노래 가사를 검색해 보다가 아주 재밌는 걸 발견했다. http://gasa.d-3-b.com/view.html?no=133607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맨 아래 문장이다. 가을이 지는 자리에서 한참 감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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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근황
* 푸념 섞인 글을 한참 적어 내려가다, 다 지워 버렸다. 언젠가 썼던 글의 내용과 거의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났어도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겠지. 그래도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자는 - 백수에게는 너무나 바람직한 생체리듬을 갖게 됐다. 그 덕분에 자괴감은 좀 덜 느끼고 있지. 하하.. ** 요즘 난생 처음 헬스를 다니고 있다. 지난 주 부터 시작했는데, 게을러서 매일 가지는 못 했지만.. 그 몇일 했다고 몸에 제법 힘이 들어간다.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지금껏 제대로 해 보는 첫 번째 운동인가? 따지고보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활기차고 건강해야 할 때일텐데.. 이제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노쇠함이 찾아 올텐데.. 젊음의 절정을 이렇게 빈약한 채로 있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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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gogo
언젠가 그동안 썼던 글을 보면서.. 이건 그야말로 자의식 과잉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으리라, 글 쓰기를 주저하게 된 것은. 한동안 글 쓰기를 즐겨할 때는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바쁘게 살다보면 나도 잘 모르겠는 -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그리고 바로 어제 일도 가물가물해지는 일상들을 언제고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하자고. 글 쓴 동기가 그러니 자의식이 넘쳐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좀 더 담백하게 일상을 풀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도, 글을 안 쓰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비록 자의식 과잉으로 민망한 글일지라도, 아예 안 쓰는 것 보다는 나았을 것 같다. 돌아 보면 참 까마득한 옛날 일들 같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