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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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는 삶, 슬픈 봄날의 기록
#1언제인가는..생각이 너무 많아 병이라 했다. 누군가는 내게 마라톤을 권하기도 했다.머리 속에 지나치게 차오르는 열을 몸 밖으로 꺼내 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사실 뭐 딱히 내게 권한 건 아니었다.또 다른 누군가가 그 누군가에게 권했던 방법이라며 말을 했던 것인데.. 아니, 그걸 따져가며 살펴 볼 이유는 없고..여튼 그랬다. 생각이 떠오를 때 마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싶던 때가 있었다.누군가는 그걸 인터넷 공해라 한 적도 있었지만.. 한 해에 만개나 되는 글을 끄적이던 때도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어차피 다 날아가 찾을 수 없게 된 지 십년, 아니 십오년이 넘게 지났으니, 이제 공해라 부를 만한 것도 없겠지. 블로그가 방치된지 꽤 오래 됐다.무슨 글이라도 써야 한다는 강박은 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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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이 길 끝엔 무엇이 있을까?십수년 째 수도 없이 되뇌곤 했던 질문이었다. 한동안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던 나는..요즘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길 끝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늘 말하는 것처럼..나는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언제인가는, 내가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일을 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에 근접할 수 있을 거라 믿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 하고 있는, 계획하고 있고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과연 내가 원하는 방향과 잘 맞는 것일까?아니,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을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감이 떨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어쩌면 계속된 오판과 잘못된 선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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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어릴 적,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나는 결혼도 빨리 하고 싶어 했다. 스무살 좀 넘으면 결혼도 하고, 스물 다섯 무렵에는 나를 닮은 아들도 낳아야지 했던 것 같다. 아마 그때 생각했던 스물, 스물 다섯은 아주 큰 어른 같은 거였을테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이란 그랬다.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물질적, 정신적 수단을 갖는 것. 크게 틀리지 않은 얘기다. 하지만 그게.. 그냥 나이를 먹으면 자연적으로 되는 것으로 알았던 게 가장 큰 틀림이었다. 아마도 이런 풍경을 떠올리곤 했겠지? 현실의 스물은 어둠 가득한 방황이었고, 스물 다섯은 안개 속에 휘청거리는 발걸음이었다. 결혼은 커녕 연애도 만만찮고, 아이는 커녕 제앞가림도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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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지난 해 나는.. 십여년 전 다짐처럼(http://www.kunner.com/153) 루비콘을 마주하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나는 카이사르가 아니었음을 증명했고,비참해 진 것은 인간사가 아니라 나와 나를 믿어 준 사람들이었다. 이제 다 끝난 일이다, 다 극복했다.수없이 그렇게 이야기 하곤 했는데..나는 여전히 그 악몽 같은 시간들에 빠져 있다.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다 끝난 것 같은데..그때의 기억은 지독하리만치 나를 괴롭힌다. 2월 12일 밤..딱히 날짜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 날.피곤해 녹초가 된 몸으로 침대에 들었다가 또 다시 악몽을 꾸었다. 꿈에서 한참을 울었는데..문득 눈을 떠 보니 실제로 울고 있었다.눈물이 멈추질 않아 한참을 끅끅 거리다..결국 통곡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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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
* 거짓말처럼야심차게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중도에 결렬된지 어느덧 한달여가 흐르고 있다.자그마치 30억원 짜리 프로젝트였다. 정말 많이 준비 했는데..정말 많이 노력 했는데..그리고 정말 많이 애 끓였는데.. 정말 끝나 버렸다.거짓말처럼. * 시작과 다른 끝시작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에 비해, 끝은 너무나 쉽게..그리고 너무나 허무하게 찾아 왔다. 하지만 쉽고 허무하다 해도..예감하지 못 한 것은 아니었지 않은가?그 옛날 노래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 상실의 시대누구도 내 의사는 묻지 않았다.하긴, 따지고 보면 내 의사를 물었다고 해도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었겠나. 하지만 이 큰 상실감은..그저 내 잘못이로소이다, 하기에는 적잖은 억울함과..회한이 있다. * 그래도 제로섬은 아니다참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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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필요해..
요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면, 그건 "피곤하다" 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어쩌면 급성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피곤하면 얼른 누워 자야 마땅한데, 어쩐지 잠을 자는 것이 못내 서운한 밤이다. "비루한 삶이다."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입에서 터진 말이다.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닌데, 하다 문득.원하는 게 뭐였지? 하고 생각이 또아리를 틀어 댄다. 번잡스런 낮 동안 딴 생각을 못 한 머리는,정작 쉬어야 할 때 자꾸 이렇게 속을 썩인다. 그러고보면, 하루 하루는 참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그게 삶의 스키마로 쌓이지는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치열하다, 치열하다, 하고 자위할 뿐정작 치열하기로는 십년 전의 내게 미치지 못 할 것이다.그런데 참.. 너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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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울적한 밤이다. 요며칠 너무 피곤해서 얼굴이 많이 상했는데,아무래도 몸이 지친 탓에 마음도 지쳐 가는 걸까. 약하다.약하다는 걸 인정하는건 비겁한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약한 내 자신이 참 싫다. 내가 바라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내가 하려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정말 남들 얘기 처럼 나는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점점 움추려 들고 있다. 위로가 필요한 것 같다.누군가 내가 옳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자꾸 확인 받고 싶은가보다.어린 애처럼. 자꾸 무언가 핑계를 대고 싶다.하지만 늘 말하는 것처럼,결국 삶에서 어느 하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 없다.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책임의 무게감을 느낄 때 마다 또 움추려든다. 무섭다.무섭다는 것을 느낀다는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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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거나, 이제라도 뛰어 내리거나. (2)
"계속 가거나, 이제라도 뛰어 내리거나." 예전에 썼던 글의 제목이다.너무 오래 돼서 검색하지 않으면 언제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http://www.kunner.com/517) 이런 사이트가 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긴 해도, 어떻든 공개된 일기를 쓰는 터라..무슨 생각으로 쓴 글인지 알지 못하면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다.글 쓴 즈음에 보면 그냥 무언가 고민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겠지만 그나마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고 만다.뭐 어떻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결국 그렇지 않은가? 계속 가거나, 아니면 이제라도 뛰어 내리거나. 뭘 잃을게 그리 많다고 전전 하고 있는가? 지금 이러고 있는 모습이 몹시 마뜩찮다. 결국 나도 그렇다.둘 다 가지려 하니 문제가 되는거다.세상 경험 별로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