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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 친구 그룹에 저장된 번호에서 전화가 오면 "팥빙수"가 흘러 나오는데.. 성호형 때문에 하루에 한 열댓번은 "팥빙수"를 듣게 되지. 오늘도 "팥빙수"를 지겹게 듣고, 또 듣고.. ====================================================== 이른 저녁 무렵,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팥빙수가 울려 퍼져... "아, 좀 전에 전화 끊었는데 또야?" 하고 전화기를 보니 종욱이였어.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 왜 이렇게 오랜만이냐 싶은데, 생각해보니 나는 그나마도 전화를 안 했구나. 자주 전화도 걸어 주고, 목소리도 듣고 안부도 묻고 해야 하는데.. 매번 생각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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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함
정말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컴퓨터와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어색하고, 또 글씨가 쓰여진 무언가를 받아 드는 일이 낯설다. 오랜만에 서랍에서 편지함을 꺼내, 편지함 한켠에 곱게 넣어 둔다. 97년이니, 벌써 햇수로 9년이 된 편지함. 선물로 받았던 건데 언젠가부터 편지함으로 쓰고 있다. 재질이 종이이다보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또 이리저리 옮겨지다 보니 조금은 꼬깃해졌다.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편지함을 하나 새로 마련하는 걸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안에는 잊고 지내는 추억들이 한 가득하다. 할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다시 읽다 보면 새삼 깨닫게 되는 사실들도 있다. 간혹 이런 편지가 왜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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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힐
================================================================ 99년에 개봉한, 참 유명한 영화를 이제 봤다는 것은 어쩐지 쑥스러운 일이지만.. 오늘 노팅힐을 봤어. 영화란, 한번 볼 타이밍을 놓쳐 버리면 영영 보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흘러간 영화를 다시 보는데 맛을 들인 다음에도 왠지 이 영화는 손이 안 갔었어. 로맨틱 코미디야 워낙에 좋아하는 장르니, 장르에 대한 부담 같은건 있을리 없었는데 왜 이제야 보게 됐을까? 아니, 그간 안 보던 영화를 왜 하필 이제서야 보게 됐을까? 뭐.. 그건 그렇고.. ================================================================ Notting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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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어제 그를 만났어. 극도의 우울함과 귀찮음에 시달리던게 맞나 싶게, 콧노래 흥얼거리며 옷을 챙겨 입던 내가 우습다. 영화를 보고 저녁으로 샤브샤브를 먹고, 잠깐 옷을 구경하다 녹차라떼를 마셨어. 버스를 같이 타고 그가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돌아왔지. 글자로 옮겨 놓으니 참 단조롭지만, 기분은 내내 둥실둥실 떠 있었어. ^-^; 이젠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 수도 있을 법 한데, 그와 마주하면 그게 잘 안 돼. 몇번이나 망설이다 슬며시 잡은 손이 참 따뜻해. 물끄러미 쳐다보다 문득 민망해져 시선을 돌리지만 나도 몰래 그의 얼굴로 다시 눈이 가게 돼. 마치 망막에 각인시키기라도 하는 듯. 오래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잊어 버리지 않으려 자꾸 쳐다보고 있었어. 정말 더 잘 할 수 있는데.. 멋진 얘기들을 풀어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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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를 다녀왔어.
얼마전부터 얼굴이 울긋불긋해 지는데.. 처음엔 그냥 겨울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게 점점 심해져 가는거야. 피부과에 좀 다녀 오라는 말도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었어. 그러다 어제 거울을 보니, 이거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부랴부랴 피부과를 가 보니 알러지라네. 스트레스와 알콜, 화학조미료가 원인일 수 있다는데.. 스트레스야 뭐, 온갖 병 - 특히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의사들이 주로 써먹는 - 의 원인이니 그렇다 치고.. 술도 안 먹는 내가 웬 알콜? 화학조미료라는 말엔 완전 어이가 없었어. 하루 아침에 미원과 다시다가 나의 적이 된거야. 받아 온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니 얼굴이 좀 진정되는 느낌이긴 한데.. 계속 이러면 어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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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탈 크리스마스
* 메리 크리스마스! 어느새 시계를 보니 12시가 훌쩍 넘어 버렸네. 오늘은 다들 아는 것과 같이, 크리스마스. 세상에 사랑을 전하시려 Jesus가 태어났다는 바로 그 크리스마스인거지. 사실은 태양신 미트라의 기념일이라는 것, 이제는 모르는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테니 그런건 따지지 말자고. 그냥 오늘은, 세상에 사랑과 평안이 가득한 "주님 오신 날"로 하잔 말이지. 비록 크리스마스가 솔로들의 지옥이 되는 날이라 하더라도.. 세상이 정말 사랑과 평안만 가득해 진다면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여도 좋을거야. 내 한몸, 기꺼이 희생해 주지. ㅋㅋ 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 아무도 없는 집에 한가하게 있다보니.. (한가하게? 한가...하게?? -_-;) 작년 크리스마스에 나는 뭘 했더라? 그리고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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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목소리만 듣고도 기분을 알아채기도 하고.. 애둘러 말하는데도 정확히 생각을 짚어내기도 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만, 결코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법이 없고. 그냥 하는 소리 같아도, 한마디 한마디에 배려가 느껴져. 너같은 친구가 있다는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고 있을까? 그런 말을 직접 해 주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만. 네가 내 친구인게 정말 다행이라고, 고맙다는 말 해주고 싶다. 만나게 된 경위나,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친밀도를 가늠하는 기준은 아닐거야. 어떤 의미에서는 내 오랜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 말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언제까지고 좋은 친구가 되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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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너는 내 운명" 연말 시상식을 휩쓸고, 내내 사람들 입에 회자되길래.. "대체 얼마나 잘 만든 영화기에?"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두 눈 부릅뜨고 봐 주마!" 하고 말야. 하지만 결국 부릅뜬 두 눈을 감고 눈물을 펑펑 쏟아 버리고 말았다. 황정민의 연기도 일품이고, 전도연은 역시나.. 전도연은 괜히 정이 안 가는데, 연기자로서의 전도연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볼 때 마다 하곤 해. 황정민.. 그가 나온 영화라고는 "바람난 가족"을 본게 전부여서.. 별로 좋은 인상으로 남은 배우가 아니었거든? 영화의 그가 실제의 그일리 없는데도, 괜히 싫었었어. 그 후로는 그가 나온 영화를 보지 않아서 다른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고, 실제로 관심도 없었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