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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되어 버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척 해도.. 조금도 태연해 지지 않는 내가 참 미워. 애써 웃는 낯 보여 주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그 이상을 바라게 될까 두려워. 더는 다치고 싶지 않아. 다시 나 혼자 착각하고 싶지도 않고, 가질 수 없는 걸 탐하느라 애 쓰고 싶지 않아.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면 쳐다도 보지 않을래. 하지만 나, 또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 같아. 미안해. 결코 나쁜 뜻이 있던게 아닌데도, 결국 그리 되어 버린 것 같아.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감추는 일도 난 이렇게 서툴다. 미안, 미안. 해야 할, 하고 싶은 말들이 잔뜩 남아 있는 채 이렇게 다시 다른 길. 다시 우습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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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언젠가, 누군가에게 믿음을 준다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했던 적이 있었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더라도, 무모해 보이는 일이더라도.. 나이기 때문에 가능할거라 믿게 해 줄 수 있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해 보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말야. 꼭 그런게 아니더라도 든든한 내 편이 되는 존재. 사람들에게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오며, 이런 저런 실수를 한 탓에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일들 참 많긴 해도.. 앞으론 그런 실수들을 하지 않을 거란걸 믿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의 너와, 지금의 너는 분명 다르다고. 그리고 앞으로의 너는 믿음의 대상으로 조금도 아깝지 않을거란 얘길 들을 수 있다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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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첨부한 이미지는 "낢"의 4월 1일자 업뎃 카툰 중 일부야.) 아침에 홈페이지를 열었다가.. 저녁엔 이런 이런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는데. 막상 그 저녁이 오니, 뭘 쓰려 했는지 다 잊어 버렸어. 오래간만에 쓰는 글이다보니 뭔가 할 말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어쩜 그렇게 다 잊어 버릴 수 있는지.. 아쉬운 맘에 창을 닫지 못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쉽게 떠오를 것 같진 않네? ^^; 요즘은 "낢이 사는 이야기" 라는 웹카툰에 눈이 가고 있어. 낢의 카툰은 업데이트가 좀 더딘 편이어서, 한달에 고작 예닐곱 편을.. 그나마도 4컷 정도에 불과해서 다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나로선 좀 아쉽긴 해. 그리고 일기에 가까운(사실 제목도 Diary) 카툰인 덕에 그다지 볼 내용이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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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꽤 오래간만에 쓰는 글이야. 며칠 바빠서 아예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지도 못했네. 오늘 접속해선 최근 게시물의 날짜를 보고 깜짝 놀랐어. 글 쓴 후로 며칠 안 지난 것 같았는데, 벌써 열흘이나 지나 버렸더라고. 4월이 막 시작되던 날 쓰고 오늘이 10일, 이젠 중순으로 치닫고 있는 4월이야. 바람 따뜻한 봄이라고 말하는 것 조차 새삼스러워. 집 앞 목련은 활짝 피어서 지나 갈 때 마다 은은한 꽃내음을 풍기고 있고.. 개중에 성급한 녀석들은 벌써 떨어져 내렸어. 목련은 피어 있을 때는 참 고운데, 지고 난 다음엔 참 보기 싫어져. 언젠가 읽은 글귀에선, 목련을 두고 앞뒤가 다르다며 비웃던데.. 딱 그 글귀처럼 말야. 좀 우습긴 하지만. 오가며, 떨어진 목련 잎을 볼 때 마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해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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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교
바로 아래글에서 "더 많이 만나고 느끼고 행동하자" 라고 말하긴 했지만.. 제한해야 할 것도 분명 있어. 폭 넓은 교류를 해야 한다고 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다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아. 선택과 집중, 분명 필요하지. 그런 점에서 그동안 나의 선택과 집중이 과연 현명했을까 하는 회의가 들어. 그리고 이런 의문을 품게 되고, 그걸 입으로 꺼내게 된 순간.. 이미 그건 사실이 되어 버렸을거다. 입밖으로 꺼내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꽤 오랜동안 품고 있던 의문이었어. 슬프게도 이젠 그 의문에 고개를 끄덕여야만 할 것 같아. 십수년을 바라봐도 늘 그래, 넌. 앞으로 십수년이 지난대도 늘 그럴거야. 그리고 지금의 내가.. 너와 거리를 두고 있단 사실이 무척이나 반갑구나. 지난 시간과 그 기억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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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자
----------------------------------------------------------------------------------- 2주 전, 주로 일거리를 제공받는 회사에서 밤을 지샐 뻔한 적이 있었지. 그때 글을 쓰다 형이 데리러 오는 바람에 미완성된 글을 남겼었고. 그리고 다시 2주 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어. 다른게 있다면 이번엔 형이 데리러 오지 않는다는 것. 꼼짝없이 완전히 날을 새워야 할 판이야. ^^; 형이 지방에 내려 갔다 오는 날이어서, 올라오는 길에 데리러 올 줄 알았더니만. 서로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미아가 되어 버린거야. 형이 이미 집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이미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고, 몹시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의 형에게.. 나를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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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손이 손가락과 움푹 패인 면 - 손가락의 틈새 - 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깍지를 낄 수 없을거야. 들쭉한 부분이 있으니 날쭉한 부분도 있는거지. 그 들쭉날쭉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두 손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해. 중요한 건, 깍지를 껴 하나가 되겠다는 의지인거야. 양손이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깍지를 낄 수 있다는 말은 궤변에 불과해. 정작 깍지를 낀다는 건, 반대편 손가락 자체가 아니라 반대편 손가락과 손가락의 틈 - 그 들쭉날쭉함의 결합이니까. 결국 다르다는 건,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관계 라는 건 다름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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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여기는 역삼동의 친구네 집. 내 오랜 친구 중 하나인 상이가 서울 올라 온 지 반년이 넘었는데.. 처음 이사 오던 날 한번 왔던 걸 제하면, 오늘 놀러 온게 처음이야. 생각해 보면 참 무심했어. 사실 그렇게 바빠 죽을 만큼도 아니었으면서.. 예전에 친구들이 모두 천안에 있을땐.. 어느 하나라도 올라와 있는다면 내 외로움을 많이 달래 줄텐데.. 하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 둘이나 올라와 있는데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결국 내 맘 가짐이, 내 행동이 문제였던 건가보다. 뭐.. 어쨌거나... 내일 친구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놀러 온건데, 정작 친구 녀석은 피곤하다며 진작 잠들어 버렸어. 내가 워낙 늦게 도착한 탓도 있으니 잠자리에 든 친구를 원망할 순 없다. 나도 내일을 위해선 자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