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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지자.
    Letter from Kunner 2006. 10. 24. 09:49

    *
    언젠가는, 
    "시련아, 내게 무슨 선물을 주려고 찾아 왔느냐?" 라던 징기스칸의 말을 회사 책상머리에 걸어 둔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 말을 깊이 깨닫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그 뜻을 다 깨달았다는 건 아니고, 적어도 지금의 나와 비교해서는 말이다.)
    이제와 고백하건데, 그때의 솔직한 감정은 온통 시련인 것만 같은 - 그렇게만 느껴지던 - 나의 인생을 적당히 포장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시련들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었다.
    어둡지 않고 밝음을 알겠느냐는 말 따위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고난과 고통, 분노와 시기.
    나는 진실로, 인생의 어두움이라 여겨지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조금 더 인생을 배운 지금에 와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음을 느낀다.

    인생의 어두움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통해 인간은 발전한다.

    비록 그다지 화려한 모양은 아니지만, 
    언젠가의 다짐처럼 - 죽는 날까지 올곧이 완성을 위해 가는 걸음이고 싶다.


    **
    하지만 "무언가 깨달았다" 하고 말하기엔..
    나는 아직 내 자신과 진심으로 화해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러기엔 나의 수련은 아직도 턱없이 모자란 모양이다.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나로서는, 내가 저지른 그 많은 실수와 잘못들을 똑바로 대면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건.. 그때로 다시 돌아 간다해도 후회할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음에 다름 아닐게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살얼음 딛듯, 한 걸음 한 걸음을 단속하고, 자책하고, 온갖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인생의 어두운 면까지 끌어 안아야만 하는가?

    이젠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여전한 맴돌기는 언제나처럼 버겁기만 하다.
    책에 적힌 텍스트가 머리속에 이런 저런 자국을 남겨 놓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나의 삶 - 그것 말이다.


    ***
    나는 종종 내 양심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했다 - 어떤 이익을 위해서든,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그렇게 양심을 저버린 뒤에 단 한번도 후회를 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대상을 두고 하는 후회나, 내 자신에게 하는 후회,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면 답은 나오지 않았는가...
    앞으로는 양심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야해, 그래야해.
    하루 아침에 대오(大悟)라도 해서 성인군자 되는 일이 어찌 있을 수 있겠냐마는..
    그래야 한다고, 그럴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그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거다.


    ****
    모든 모험가는 산 정상을 바라보는 법이다.
    하지만 모든 모험가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을 바라보는 모험가가 그에 도달하지 못함은 분명 실패의 한 모양이지만,
    적어도 산 기슭만 돌다 마는 것보다는 분명히 높은 고도에 닿았음이 분명할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니체의 "산"에 감화라도 받은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어느 것 하나 새로운 게 있는가.
    결국은 늘 생각해 오던 문제, 늘 궁금해 하는 숙제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뀌는 것이다.

    생각하는 자체로 위안을 얻어서는 곤란하다.
    자위에 불과한 심리게임은 그만 두자, 달라지자.

    우리, 달라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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