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
-
감사합니다.
* 생각해 보면, 살아 오면서 만난 사람들 중엔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아. 현실의 문제에 부딪혀 투덜대고 짜증부리는 동안, 감사하는 마음을 종종 잊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모두 고마운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애듀미디어 사장님 내외. 나랏님도 어쩔 수 없는 노사갈등, 가끔 속으로 욕을 퍼 부어 주기도 했지만.. 종종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나를 대할 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 깜짝 깜짝 놀라곤 했는데.. 그만큼 나를 항상 믿어 주고 아껴 주신 분들이었던 거지. 사실 난 참 모자랐고 부족했지만, 그분들의 믿음은 가끔 내 능력 이상의 것을 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했어. 퇴사하기 며칠 전엔, 진심으로 아쉬워 하며 팔 벌려 안아 주시기도 했는데. 그때 난, 별 것 아니지만 참 기분 좋았어. 인정받는 다는 ..
-
잠이 오지 않는 밤..
* 잠이 오지 않는 것만큼 잔인한 밤은 없어. 더욱 바보 같은 일은,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는 일. 두어시간을 뒤척이다 결국 다시 컴퓨터를 켰어. 두통이 좀 있는데다.. 눈이 자꾸 아파서 빨리 자려고 했는데, 다 틀린 일이다. 오늘 밤은 정말 길게만 느껴진다.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어. 흐릿한 눈과 몽롱한 정신이라 해도, 지금이 밤이 아닌 낮이었으면 좋겠다. 날이 밝는다 해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 외에 딱히 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빨리 날이 밝아 왔으면 좋겠어. 결국 어제 늦잠을 잔 덕분일텐데.. 잠이 안 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일건데..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짜증스러울 수가 없다. 이리저리 의미없는 웹서핑을 하다가..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 ** 내일부터 무척 추워진다는데..
-
미안해..
다 내가 못난 탓이지. "휴.. 입시 준비하라는데 붙어도 걱정, 떨어져도 걱정이다..." 그 실력으로 대학 입시 따위 떨어지는게 이상할 거란거.. 어디든 쓰고 싶은데 마음 대로 쓸 수 있단거, 모르지 않으니.. 그 말이 더 아프게 들려. 붙어도 걱정, 떨어져도 걱정... 내가 하고 싶던 일은, 그게 패륜이 아니라면 뭐든 할 수 있게 해 주었던 형.. 그런 형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두고, 그 즐거운 일을 두고 시작부터 걱정이 앞선다니. 거기에 대고 나만 믿으라 큰 소리 칠 수 없어 미안해. 워낙, 불가능이란 것 없다고 믿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인 형이.. 그렇게 약해진 모습 비치는게, 정말 가슴이 아파. 어렸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 병역특례 하는 동안, 크게 부족하지 않게 살 수 있..
-
보류.
지난 몇주 동안,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보류해 두고 있었어. "집을 이사하고 나서 하자."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하던 대청소도 올 가을엔, 곧 이사가는데.. 하며 넘겼고. 삐그덕 거리는 의자때문에 허리가 아파도, 이사 갈 때 새로 사야지.. 하며 넘기고. 세면대의 물이 잘 흘러가지 않던 게 벌써 며칠 됐는데, 그마저도 그냥 넘겨 두고.. 어디 그것 뿐이야, 이래저래 다 꼽자면 한도 끝도 없겠네. 10월은 정말, 그렇게 보류만 하다가 보낸 것 같아. 벌써 19일, 이젠 하순으로 접어 드는데.. 바보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바보 같은 일은, 이젠 이사하는 일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것. 아직은 때가 아닌 듯, 아무리 찾아도 적당한 물건이 눈에 띄질 않아 내년 봄을 기약하기로 했어. 일단, 올 겨울은 익숙..
-
우리에겐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으니..
우리에겐 그렇게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와 네가 될 지, 우리가 될 지, 그도 아닌 그런 사람이 될 지 나는 알 수 없지만. 그건 나 아닌 누구도 모를 일인걸. 내가 널 모르듯, 너도 날 모르니 말이지. 그 새털 같은 날들 중 아주 조금만. 네가 누군지,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기 위한 과정, 그 쯤이면 좋을까? 어쨌거나 오늘처럼 밝아 올 내일과, 또 그 내일이 있는데 해야 할 일이 많아 걱정일까. 할 일이 없어 걱정이라면 몰라도 말이지. 다 잘 먹진 못해도, 최대한 맛있게 먹어 줄 자신 있는 밥도 같이 먹고. 마시지는 못해도, 따라 주고 얘기 들어주는 일은 남 부럽잖게 하니 같이 술도 마셔보고. 잘 부르진 못해도 언제나 즐거울 수 있는 노래 부르기며. 자주 가진 ..
-
쳐진 어께는 그만 두자.
원래 이사하기로 계획했던 집이 있었는데, 어제 급작스럽게 전화가 오더니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나. 원래 집 주인이 지방에 있다고 해서 계약서를 미리 써 두지 못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네. 날은 차 오는데 이를 어째야 하나. 덕분에 갑자기 짜증스럽다.. 오늘은 느지막히 일어나서 곧장 밖으로 나가 부동산을 둘러 보고 왔어. 목동, 명륜동, 천호동. 집은 다 그럭저럭인데, 딱히 맘에 드는 곳이 없어 아직은 어딜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 며칠 더 알아 봐야 할 것 같은데.. 형은 시간 투자한 만큼 좋은 곳이 생길테니 걱정말라 하지만.. 슬슬 10월도 중순이 넘어 가고, 바람이 차지는데.. 걱정은 걱정이야. 오늘 자꾸 조급한 맘이 생기고, 짜증스런 맘을 주체 못하고 있는데. 형이 그런 말을 해 주..
-
즐거운 글쓰기.
요즘 내 유일한 낙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거야. 유일한 낙이라 말하면 너무 궁상맞아 보일지 몰라도 꼭 그렇지 만은 않아. 워낙 바쁜 나날들이니, 컴퓨터 앞을 떠나기 힘든 탓도 있으니까.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것. 일할 때도, 메신져의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내내 두드리긴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때 두드리는 키보드의 감과는 좀 다르지. 어떤 결과를 당장 내보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목적된 곳으로 열심히 내달려야 하는 것도 아니야. 상대와 교감해야 하는 법도 없고, 배려나 기대 따위 없이도 충분히 즐거운 타자. 어떤 이유로도, 건너닷컴에 글 쓰기는 아주 좋다. ^^ 여기에 글 쓰는 일은 늘 즐거웠다 말해도 손색 없지만.. 요즘은 게시물 올라 오는 빈도나 수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이야. 아마..
-
종욱에게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이 세월이라 불러도 좋을 내 친구야. 우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간간히 소식이나 접하고 살지. 그나마도 그야말로 간간히.. 하나 건너 올 때 마다 얘기가 부풀려지고 왜곡되어, 어떤게 진실일지 알지 못하는게 당연하지만.. 와전 된 걸 감안하더라도 요즈음의 너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유달리 외로움을 많이 타고, 고독해하는 너는 가난에 대한 증오와 그에 따른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가끔은 너무 경직되곤 하지. 그리고 그런 너를 잘 알고 있는 나는, 어쩌면 그래서 네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몰라. 그래서인지 요즈음의 너의 소식은 나를 더욱 아프게 했다. 나 역시 변해가는 네 모습 -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인지하고 싶지 않던 네 모습 - 을 보며 불만스럽고 때론 짜증이 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