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하루 일과를 마치고..
    Letter from Kunner 2006. 3. 28. 11:36

    꽤 긴 하루가 지났어.
    아침 일찍 일어나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2시네.
    오늘은 운동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일만 했어.
    친구가 예비군 훈련으로 천안 내려가서 주말에나 올라 오는데, 그때까지 운동은 잠정적 보류야.
    혼자 하기는 영 껄끄러워서.. ^^;

    끝도 없이 밀린 일거리를 대충 마무리 지은 것 같아.
    이제 또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늘 그렇듯 시작하기 전엔 막막하다.
    이것도 저것도.. 혼자 다 해야 하는 일은 할 때 마다 늘 버거워.


    어제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생각하니 올해는 2006년.
    10년 전, 그러니까 96년.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 떠올랐어.

    내 참 좋은 친구인 정식이를 처음 만난 해이기도 한 2006년 말이지.
    그땐 정말 세상이 다 내것 같았는데.
    10년 후 내가 이렇게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었는데 말이지. 하하..

    낮에 형을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다 주고 오는 길에 오랜만에 정식이에게 전화를 걸었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라 긴 통화는 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오래간만인데도 언제나 격의없는 녀석이 난 참 좋다.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 보니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는지..
    화제가 온통 먹고 사는 얘기 뿐이다.

    언제나 나를 걱정하는 내 친구 녀석은, 아직도 맘 다잡지 못하고 사는거냐며 핀잔을 주지만..
    그 핀잔이 하나도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아. 
    정식이, 내 좋은 친구야...


    갑자기 금의환향이란 단어가 머리속에 떠오르더니.. 하루 종일 그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언제쯤이면 입신양명(-_-) 해서 자랑스럽게 고향에 내려가게 되려나.
    지친 객지 생활이 버겁고 또 버겁다.

    연락 닿는 친구 녀석들마다 왜 통 안 내려 오느냐고 성화인데,
    어줍잖은 자존심은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용납하지 못해.
    그런 말 다 할 수 없어서, 매번 "그냥 바빠서.." 하고 마는데..
    실제로 이렇게 바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마저도 거짓말 하는 거라면 견딜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을 나니까.


    아직 턱없이 부족해.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그리고 하고 있는 일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내가 되려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누가 봐도 지금의 나는 턱없이 부족할 게 뻔한걸 뭐.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이제 난 더 이상 그렇지 않은데..
    지난 시절 내 잘못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여전히 그 모습만 기억할테지.
    그들을 피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의 나는 다르다는걸 보여 줘야 하는지 통 모르겠다.
    머리론 당연히 답을 찾아 내는데 어떻게 실행에 옮겨야 할지 모르겠어.
    새삼 꺼내기엔 너무 오래 지난 얘기들, 내내 그 짐 다 안고 살아야 하는 지도 모르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어 버리거나..



    얼마 전 받아 든 로마인 이야기 14권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융통성, 타협, 고지식 같은 단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
    책을 읽어 내리며, 율리아누스 - 어쩜 저렇게 독단적인걸까, 좀 더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주위를 돌아 보지 못했을까, 저건 누가 봐도 그렇게 처리 할 일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어.
    실제로 율리아누스가 답답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겠지만 말야.
    어쨌든, 그런 율리아누스를 보면서. 또 나를 보면서..
    정작 내 일은 얼마나 잘 처리하고 있을까.
    객관의 눈으로 나를 쳐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온통 답답한 일들 투성이인건 아닐까.

    무엇보다 고지식함.
    10년 전, 그 꿈 많던 내가 이제와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나의 노력은 상황에 기초한다"는 말을 신조처럼 여기며 살던 나였는데.
    문득 돌아 보니 나는 참 고지식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쉬워.
    고지식하다는 말은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말이 나를 수식하는 것도 사실 좀 불쾌하기도 해.

    냉정히 떠올려 보면 그래, 난 참 고지식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어떤 모습의 나는 나조차 놀랍도록 탄력적인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내게서 고지식함을 찾아 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야.
    더구나 내 내면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완고함에 가까워서, 이렇게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외려 내게 융통성이란 걸 찾는게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믿는 어떤 것들 -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믿고 있긴 한데, 어쩌면 그런 것들이 나를 답답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바르게 산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미련하게 산다는 것과도 같은 거라 생각하긴 하는데..
    내 경우엔 바르게 살지도 못하면서 미련하기만 한 건 아닌가 걱정스럽단 말이지.
    물론, 그렇지 않을거라.. 적어도 나 그렇게 못되게 살고 있진 않다고 믿지만 그 믿음이 굳건하진 못해.
    더구나 "고지식하다" 는 말을 직접 들은 지금은 더욱.. 푸휴...



    고지식하던 어떻든 간에..
    내겐 해야 할 일이 있고, 이뤄야 할 꿈이 있고.
    보답해야 할 사람들이 있고, 보듬어 줘야 할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그 모든 일 동안, 나는 나 다워야해.
    적당한 유도리를 발휘하는 건 언제든 환영이지만,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일은 절대 안 돼.
    돌아 보면 오늘처럼.. 고지식하다는 소리는 백번 들어도 나쁘지 않아.
    바르게 살기 위한 고지식함은 무엇에도 양보하지 않을테다..

    하지만.. 멍청해 보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니, 반짝이는 눈빛은 늘 유지하자. ^^
    그러자면, 잠을 자야겠지?
    자, 잘 자자. 



    오늘도 수고했어.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Fun  (0) 2006.03.30
    이런저런 생각들..  (0) 2006.03.30
    태양은 없다?  (0) 2006.03.24
    잡념은 사라져간다.  (0) 2006.03.24
    후회  (0) 2006.03.24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