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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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찍다 #2
그렇게 새 찍기에 실패했다. 애초에 내가 가진 300mm 렌즈로는 택도 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휙 날아가 버리는 놈들을 대체 어떻게 찍는단 말인가. 500mm 렌즈 쯤 있으면 가능하려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고작 새 하나 찍어 보겠다고 렌즈를 또 사? 그것도 평소엔 전혀 쓸모 없을 렌즈를? 게다가 한번 새 좀 찍어 보려면 이렇게 개고생을 해야 하는데? 한 두어시간 서 있었는데도 추위로 눈물인지 콧물인지도 모를 정도인데? oh, no. 나는 예술가의 혼이 활활 타오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니, 예술혼은 둘째치고 추운건 딱 질색이란 말이다. 그렇게 새 찍는건 포기했다. 300mm 렌즈는 나중에 날 따뜻해 지면 꽃이나 찍으러 갈 때 써야지. 아.. 새우깡 들고 갈매기나 찍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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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찍다. #1
나는 새 찍는 걸 좋아한다. 새란 놈은 대충 찍어도 초점만 잘 맞으면.. 또, 그 뒤로 파란 하늘이 배경으로 깔리면.. 뭐 딱히 대단한 기술이 없어도 꽤 그럴 듯 한 사진이 된다. 그렇게 대충 찍어 놓고..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은 감성샷'이라고 우기면 된다. 뭐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새 찍는 걸 좋아한다. 하긴, 이런걸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닐거다. 이런 새 찍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사진 말이다. 근데 사실.. 갈매기는 참 멋진 피사체긴 하지만 몹시 흔하다. 흔한 것은 매력이 없다. 더구나 새우깡 한 봉지면 마음껏 담을 수 있는(심지어 광각렌즈로도 담을 수 있는!!) 갈매기로는 성에 안 찬다. 야성이 살아 있는 새를 찍고 싶어. 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녀석들을 사각의 틀 안에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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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를 영입하다.
Sigma 30mm F1.4 EX DC - 일명 삼식이. 지난 10월에 예판으로 구입한 35.8 에 2만원 더 보태 그 전부터 한번쯤 꼭 써보고 싶던 중고 삼식이를 영입했다. 확실히 거리계 창이 없으니 사진에서 봤던 것 같은 멋스러움이 떨어진다. 대체 왜 소니 마운트에는 거리계 창이며 HSM을 없애 버린것일까? 그러면서도 다른 마운트에 비해 가격은 더 비싸다.. 하.. 어정쩡한 화각으로 잘 쓰지 않던 35mm 라서 별로 아쉬움은 없는데.. 새로 영입한 삼식이.. 핀이 안 맞는다. 심한 전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번 소니 AS센터에서 바디 핀점검을 받았으니 바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삼식이 전 주인의 A500 에서는 비교적 잘 맞는 것 같은데.. 내 A700 에서는 확실히 안 맞는다. 심해도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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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 렌즈 토키나 116 [tokina 11-16] 영입
요즘 풀프레임, 광각에 대한 갈망에 시달리다.. 빤한 주머니 사정과 더욱 빤한 사진 실력을 감안하여 그냥 광각렌즈 하나를 들이는 것으로 마음을 잡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기념으로다가.. 생각난 김에 바로 결제! 를 하려다.. 문득 G마켓의 10만원 쿠폰이 생각났다. 중고나라에서 쿠폰을 검색해 판매자에게 연락, 10만원 쿠폰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이 판매자.. 내일 다시 통화하잔다. 내일까지 기다리기 싫어서.. 아무 생각 없이 G마켓에 들어가 스탬프로 10만원 쿠폰 응모! 어? 평소에 보던.. 예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화면. 얼레? 쿠폰 당첨 된거 맞아? 설마 10만원 쿠폰이 아니라 1천원 쿠폰을 잘못 눌렀나? 아.. 아주 지름신 별 짓을 다 한다. 맘 변하기 전에 렌즈 지르라고 쿠폰까지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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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진 - 2007.08.20 ~ 08.23
2007년 여름의 막바지에 다녀 온 도쿄. 벌써 3년도 더 지난 옛날이 되었다. 하드디스크의 사진을 정리 하다 그 당시의 사진들을 발견했다. 발견이란 말을 쓰는 건, 지난 번에 실수로 하드를 포맷한 후 복구했을 때 사진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그나마 있던 사진도 파일명이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는 바람에 어떤 사진이 남고 어떤 사진이 없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어떻든..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 같은데.. 사진을 보고야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다. 이 사진의 표정은 몹시 자연스럽다. 셔터 누르는 건 참 좋아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면 얼굴이 잔뜩 긴장되곤 하는데.. 현오형이랑 같이 갔던 여행이었는데.. 당시엔 현오형과 단둘이 있을 때 마음이 참 편했던게 아닐까 싶다. 휘황찬란한 하라쥬쿠 Dior 전시관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