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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를 찍다 #2
    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0. 12. 26. 19:37
    그렇게 새 찍기에 실패했다.

    애초에 내가 가진 300mm 렌즈로는 택도 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휙 날아가 버리는 놈들을 대체 어떻게 찍는단 말인가.

    500mm 렌즈 쯤 있으면 가능하려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고작 새 하나 찍어 보겠다고 렌즈를 또 사? 
    그것도 평소엔 전혀 쓸모 없을 렌즈를?
    게다가 한번 새 좀 찍어 보려면 이렇게 개고생을 해야 하는데?
    한 두어시간 서 있었는데도 추위로 눈물인지 콧물인지도 모를 정도인데?

    oh, no.
    나는 예술가의 혼이 활활 타오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니, 예술혼은 둘째치고 추운건 딱 질색이란 말이다.


    그렇게 새 찍는건 포기했다.
    300mm 렌즈는 나중에 날 따뜻해 지면 꽃이나 찍으러 갈 때 써야지.



    <때로 핀 같은 건 안 맞아도 상관 없다. 대충 찍고 감성이라고 우기는거다!>

    아.. 새우깡 들고 갈매기나 찍으러 갈까.



    그렇게 새 따윈 완전히 잊어 버린 즈음..
    버스를 타고 나가다 집 앞을 흐르는 도랑스런 개천에 새떼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걸 보게 됐다.

    도랑스런 개천에 새떼가 집단으로 산다..
    새떼가 집단으로..
    새떼가, 철새 떼가 집단으로. 응??


    <아니, 아무리 깡촌이라지만 집 앞 도랑에 철새가 서식을 해??>

    믿을 수 없는 풍경이지만, 엄연히 사실이다.
    애초에 멀리 갈 필요가 없던거다.
    더구나 이 녀석들은 바로 옆에 차들이 휭휭 지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대범한 녀석들이다.

    시화호에서 만났던 그 소심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ㅠ_ㅠ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언제 꼭 가서 저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 마음 먹은 후 드디어 짬을 내서 다녀왔다.

    그리고 마음껏 녀석들을 담아 주었다.
    역시나 이 녀석들도 심한 깍쟁이들이라, 조금만 가까이 가면 멀리 날아가버리기 일쑤지만 시화호에서 겪었던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일단, 화면 안에 들어 오지 않는가? ㅋㅋ

    <비록 뒷배경이 영 아니긴 하지만.. 꽤나 멋진 자태를 자랑 중이다.>

    <이 녀석들의 모델 본능은 대단하다. 빠르게 날아가다 갑자기 속도를 늦추고 날개를 편다.>

    <이런 장면이 집앞 도랑스런 개천이라면 믿겠는가? 좋은 동네다. ㅎㅎ>

    <약간 멀긴 하지만 그래도 멋진 자태를 뽐낸다. 마침 하늘도 좋다.>

    <배경이 워낙 지저분하다보니 감동이 덜하지만.. 그래도 새다. 새떼다.>

    <초점이 잘 안 맞아서 새가 좀 뭉개졌다. 그래도 새다.>

    <좀 밋밋해서 컨트라스트를 높여봤다. 역시 새는 이쁘다. 가까이 찍힌 새는 더욱. ㅎㅎ >

    <생각했던 것처럼은 안 나왔다. 그래도 물에 비친 빛이 예쁘다.>


    <짹짹 유치원 소풍 나왔다. 하얀 건 선생님, 까만 건 학생 같다.>


    <색이 색인 탓에 다른 애들에 비해 참 보기 싫다. 그래도 역시 새는 새다.>

    새 종류 같은 건 워낙 잘 몰라서.. 이름을 모르겠다.

    하얀 녀석들은 학 종류 같긴 한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두루미는 빨갛고 검은 뭔가가 있지 않나? 
    온통 하얀 건 백로 밖에 모르는데 백로가 겨울에 있을리가 없다. -_-;

    그럼 대체 저 아이는 뭘까? 온통 하얀 두루미도 있는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저 까만 아이들.
    오리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떤 이름을 가진 오리인지 모르겠다.

    청둥 오리? 쇠기러기?
    역시 잘 모르겠다.
    누군가 아는 사람 있으면 좀 알려 주면 좋겠다. ^^


    여튼.. 새를 찍었다.
    겨울 철새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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